포커스

위원장으로서 처음 맞는 올해 페스티벌에 한국 문화를 메인 테마로 정하게 되어 매우 뜻깊었다. 1962년 출범 이래,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은 런던 도심의 금융 중심부에서 열려 왔다. 이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비롯해 유수의 홀과 교회가 소재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이다. ‘서울 인더 시티’ 메인 공연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진 곳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이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합창단과 소프라노 캐슬린 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강요셉, 베이스 박종민이 솔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대성당 2천 여 객석이 관객으로 가득 차는 것은 매우 이례적 광경이었고, 특히 주영 한국대사와 글로스터 공작 리처드가 참석해 자리를 더욱 빛내주었다.

‘서울 인더 시티’의 인상적인 또 다른 공연 역시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렸다. 바로 성당 앞 야외 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갬블러 크루’의 퍼포먼스이다. 비보이단의 이번 런던 공연은 개인적으로 실로 기대해 마지않던 순서였다. 그 이유는 영국인들 다수가 아직도 한국의 비보이 공연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이들 아티스트가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런던의 대표적 건물인 대성당 앞에서 비보이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얼마나 멋지던지.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하며 공연에 심취한 관객들 뒤로는 그 유명한 런던의 빨간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올해 페스티벌에서 가장 회자되었던 공연은 단연 극단 여행자의 〈햄릿〉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수년간 런던에 거주했으며, 일부 작품은 이곳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극단 여행자의 공연 장소는 세계적 명성의 글로브 극장과 템스 강을 사이로 바로 마주한 극장이었다. 극단은 일찍이 글로브 극장의 “글로브 투 글로벌” 시즌 일환으로 영국을 방문했었고, 글로브 극장에서 강렬한 인상의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한 번 런던에서 이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변함없이 열렬한 반응과 함께, 응당 받아야 할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한국 전통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매우 의미 있었다. 지난번 서울 방문 때, 다행히도 한국 음악가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을 목격할 수 있었으며 이번 페스티벌에 앙상블 시나위가 참여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시나위는 최근 공연장으로 변경된 교회, LSO 세인트 룩스에서 연주하였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어른거리는 초록의 나무들을 배경 삼아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강렬하게 공간을 울리는 선율은 무척 인상 깊었다. 한국 음악의 신비로운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공연이었다. 이경옥 무용단의 〈안데르센의 시선들〉 또한 좌중을 압도하는 멋진 공연이었다.

클래식 음악, 특히 젊은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전통을 살려, 올해 ‘서울 인더 시티’에서도 그동안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연주자 콘서트를 준비했다. 2013년 BBC 프롬 첫 연주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높은 관심 속에 리사이틀을 열었다. 연주 장소는 아름답고도 유명한 스테이셔너스홀. 오색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그의 연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듣노라니,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다. 단언컨대, 그 자리에 함께 한 관객들도 나와 같았으리라.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아름다운 연주가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열음의 공연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한국의 우수한 차세대 연주자 발굴을 위해 후원하는 세 개의 콘서트 중 하나였다. 한국의 신진 클래식 연주자들 또한 다른 공연의 한국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페스티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 인더 시티’를 시작하며 품었던 포부는 영국 관객에게 한국 문화가 지닌 다양성과 힘을 보다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확신한다. 페스티벌 관객 모두 한국의 공연을 즐겼고, 그 자리에서 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반겼다. 야심 찬 프로그램이었고 한국 문화의 다채로움과 매력을 포착해서 선보인 성공적인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