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리옹 댄스비엔날레(Biennale de la danse)’는 프랑스의 제2수도인 리옹에서 펼쳐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현대무용 비엔날레이다. 댄스비엔날레는 리옹의 대표적인 예술행사 중 하나로, 현대미술제인 ‘리옹 비엔날레(Biennale de Lyon)’와 함께 격년제로 치러지고 있다. 해가 거듭되면서, 리옹은 비엔날레를 통해 현대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작품에 반영하고 또한 새로운 관점과 돌파구를 제시하는 유럽 현대예술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점차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올해 리옹 댄스비엔날레는 9월 10일부터 30일까지 3주 동안 총 45개의 작품을 리옹 곳곳에서 선보였다. 그중 17개 작품이 세계 초연이었고, 15개 작품은 리옹 댄스비엔날레와 공동으로 제작되었다. 세계적인 무용 단체 DV8 피지컬 컴퍼니(DV8 Physical Company)의 신작 〈JOHN〉이 리옹 댄스비엔날레와 공동 제작으로 프랑스 초연 무대를 가졌고, 마기 마랑(Maguy Marin)의 2014년 신작 〈BiT〉를 초청하였으며, 최근 주목받는 안무가인 알레산드로 씨아로니(Alessandro Sciarroni)와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 등의 신작을 공동 제작해 성공적으로 초연 무대를 올렸다.

l 대중적이고 실험적인, 새로운 미학을 발견한다

올해는 지난 2012년의 테마였던 ‘대중적이고 실험적인’이라는 프로그램의 기준을 더 강화시키고,  그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주력했다. 단지 미학적,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을 더 큰 범위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하는 미학을 발견하고 발굴해내는 것이다. 2011년부터 리옹 댄스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도미니크 에르비우(Dominique Hervieu)는 현대무용의 개념과 범주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장르로 댄스 퍼포먼스와 서커스, 힙합을 제시하고 있다. 도미니크는 특히 몇몇 서커스 작품을 통해 무용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중 컴퍼니 XY(Company XY)와 컴퍼니 요안 부르주아(Company Yoann Bourgeois), 클로디오 스텔라토(Claudio Stellato)의 작품은 현대무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장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공연을 선보였다.

컴퍼니 XY(Company XY)의 〈il n'est pas encore minuit(아직 자정이 아니다)〉는 22명의 아크로바트가 등장하여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고도의 기술을 선보여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만족시킨다. 이 단체는 공연을 통해 일종의 ‘인간 탑 쌓기’를 여러 방법으로 보여주는데, 안전장치 없이 끈질기게 쌓아 올리고 다시 무너뜨리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일종의 미학을 발견해낼 수 있다. 반면, 컴퍼니 요안 부르주아(Company Yoann Bourgeois)의 〈Celui qui tombe(떨어지는 사람)〉은 무대 위에 중력을 상징하는 커다란 무대 장치를 설치해 중력의 힘을 받아내는 인간의 신체를 보여준다. 여섯 명의 아크로바트는 중력을 버텨내려는 신체의 의지와 결국 중력을 버텨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작품은 아주 현대적인 형태의 서커스이면서 동시에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미니크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의 취지와 목적을 밝히는 글에서 페르낭드 레제(Fernad Leger)의 “그것은 무용을 위협하지만, 또한 같은 핏줄이기도 하다”는 말을 인용했다. 현대무용의 사조에서 주요하게 언급되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와 누벨당스(Nouvelle Danse)가 여전히 영향력 있게 그 권위를 지켜내고 있는 만큼, 현대무용의 새롭고 참신한 경향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동시에 도미니크 예술감독이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돌파구로서 서커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반추하는 새로운 역사

하지만 이번 리옹 댄스비엔날레가 현대무용의 새로운 사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현대무용에 큰 영향을 미친 피카비아(Picabia)와 커닝험(Cunningham), 얀 파브르(Jan Fabre)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지난 작품을 통해서 리옹 댄스비엔날레는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연극과 무용에서 예술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능숙하고 숙련된 작품들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리고 현대무용의 표준이 된 20세기의 몇몇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길 권유하고 있다.

로렌국립발레단(CCN-Ballet de Loraine)은 〈Paris-New York-Paris〉 작품을 통해 피카비아가 1924년 선보였던 〈Relache(휴식)〉와 커닝험의 1975년도 작품 〈Sounddance〉를 재창작하여 선보였다. 그리고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무대 예술가이자 안무가인 얀 파브르의 1982년도 작품 〈This is theatre like it was to be expected and foreseen〉을 그의 손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렸다. 얀 파브르는 1982년에 이 작품을 초연으로 선보이면서 조형예술 퍼포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위의 세 작품은 현대무용계의 큰 사건이자 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리옹 댄스비엔날레는 이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조망하면서, 이 작품들 이후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다음 작업을 진행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0세기에 큰 영향을 미친 ‘댄스 퍼포먼스’의 작업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리옹 댄스비엔날레는 프랑소아 샤누(Francois Chaignaud)와 세실라 벤골리아(C. Bengolea), 노에 술리에(Noe Soulier), 그리고 알레산드로 씨아로니(Alessandro Sciarroni)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댄스 퍼포먼스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노에 술리에는 작품  〈Mouvement sur mouvement(움직임 위의 움직임)〉를 통해 무용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시킨다. ‘어떤 움직임을 무용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맨바닥 위에서 일련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움직임과 동시에 그는 끊임없이 동작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덧붙인다. 그것은 발레인 듯 발레가 아닌 듯, 현대무용인 듯 현대무용이 아닌 듯, 독백인 듯 독백이 아닌 듯하며, 간결한 방식으로 경계를 허물어낸다. 반면, 알레산드로 씨아로니는 〈Untitled_I will be there when you die〉에서 저글링 하는 네 명의 곡예사를 무대 위에 세운다. 그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곤봉을 공중으로 내던진다. 폭발할 듯 내달리는 네 명의 곡예사들은 과잉 흥분의 상태에서도 저글링을 멈추지 않고, 이 행동들을 통해 공중으로 내던지는 오브제의 움직임과 절제된 신체의 미학을 발견하게 된다. 알레산드로 씨아로니는 “곡예사들과 함께 작업을 해나가면서, 나의 관점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내던진 곤봉이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맹렬하게 신체를 절제하는 곡예사들의 움직임은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현대의 ‘댄스 퍼포먼스’의 개념에 대해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경계를 확장함과 동시에 아주 간결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l 공연작품 외의 다양한 프로그램

올해 리옹 댄스비엔날레는 현대무용의 일련의 새로운 움직임들을 발견하고 발굴해내는 데에 큰 중점을 두었다. 이는 현재의 현대무용계를 비판하거나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더 다양한 미학적 움직임을 소개하려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 이번 댄스비엔날레에서는 많은 콘퍼런스와 상영회, 그리고 예술가와의 만남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콘퍼런스에서는 프랑스의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댄스 퍼포먼스’의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비디오 콘퍼런스에서는 서커스 장르의 움직임과 미학에 대한 주요 영상을 상영하는 등 주목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콘퍼런스가 이뤄졌다.
또한, 공연이나 콘퍼런스 외에도 거리 퍼레이드(le defile)와 전문 무용수를 대상으로 하는 마스터 클래스와 일반 시민에게 오픈되는 아틀리에가 진행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무용 공연과 댄스 배틀 등의 프로그램은 2012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었다. 광장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오픈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댄스비엔날레에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거리 퍼레이드는 1996년에 처음으로 기획되어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였으며, ‘Happy Birthday Mister Defile'라는 주제로 13개 그룹, 총 4,500여 명의 아마추어 무용수가 참여하는 초대형 퍼레이드로 진행되었다. 1996년에 첫 퍼레이드를 기획했을 당시의 테마였던 ‘브라질’을 회고하여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브라질 리오 카니발(Rio Carnival)’을 콘셉트로 잡았다. 퍼레이드는 리옹 시청이 있는 플라스 데 테호(Place des terreux)에서 시작되어 리옹에서 가장 큰 광장인 ‘벨쿠르 광장(Place de Bellcour)'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전통적으로 퍼레이드의 피날레는 참여 아마추어 무용수 전원과 관람객이 다 함께 광장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올해는 다 함께 삼바 춤을 추면서 퍼레이드 10주년을 축하하고, 동시에 리옹 댄스비엔날레의 성대한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퍼레이드의 피날레가 시작되기 전, 댄스비엔날레의 도미니크 예술감독과 참여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급여 제도인 ‘엥떼르미땅(Intermittent)'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