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식

꼭 10년 만의 귀환이었다. 광주를 떠나 전남 보성으로 옮긴 지 10년. 극단 푸른연극마을은 2014년 5월 다시 소극장을 오픈했다. 극단 오성완 대표는 광주 복귀를 꿈꾸며 오랫동안 공연장을 물색했다. 광주 곳곳을 뒤지고 다닌 후 자리를 잡은 곳은 광주시 동구 장동 인재아트센터 빌딩. 10년 전 떠났던 바로 ‘그 자리’였다.
지난 2000년 오 대표는 고향 마을 이름을 딴 소극장 ‘연바람’을 열고 4년간 운영했었다. 개관작 〈꽃잎 져서 피〉를 비롯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 여자 이순례〉 등 푸른연극마을의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며 지역 연극의 메카가 됐다. 하지만 2005년 폐관 공연 〈귀향, 그리고 귀경〉을 올린 후, 오 대표는 보성으로 들어가 옛 노동초등학교 학동분교 부지에 예술인촌 ‘연바람’을 만들고 촌장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광주에서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 예전 극장은 지하 1층에 있었다. 이번에는 1층 널찍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Theater 연바람’으로 이름을 바꿨다. 예전보다 공연 환경, 관람 환경도 월등히 좋아졌다. 객석 수는 약 150석. 단원들이 직접 팔 걷어붙이고 만든 공간이다. 재미있는 조형물이 설치된 넓은 로비에서는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하다.

새롭게 문을 연 극장은 성격을 완전히 바꿨다. 예전 극장이 푸른연극마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전용 공연장이었던 데 반해 ‘Theater 연바람’은 연극을 중심으로 무용, 음악, 국악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고 실험적인 작품을 올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Theater 연바람’의 개관이 반가운 이유다.

광주의 경우 1,000석 이상 공연장이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한 곳뿐일 정도로 공연 인프라가 열악하다. 또 궁동예술극장, 공연 일번지 등 지자체와 지역 극단이 운영하는 소극장이 5~6곳 있지만, 자체 제작 연극을 주로 소화하고 단순한 대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기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극의 경우,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장르 간 결합 등을 통한 참신한 작품들보다는 전형적인 작품들이 주로 공연되어 아쉬움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Theater 연바람’이 다양한 문화 장르가 공연되고 협업이 이뤄지는 용광로가 되기를 지역 문화계는 바라고 있다.

극장이 내년 가을 문을 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인접해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최근에 장동, 동명동 일대에 갤러리 등을 갖춘 카페와 문화 공간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이 지역이 새로운 문화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Theater 연바람’이 광주의 새로운 문화 지도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바뀐 극장의 정체성은 5월 한 달간 열린 개관 페스티벌에서 잘 드러났다. 이번 페스티벌은 민간 극단이 준비한 개관 공연으로는 규모가 방대했다. 20년 넘게 다양한 단체들과 교류해온 푸른연극마을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라인업이었다. 광주, 전남뿐 아니라 서울, 대구, 전북 등에서 예술인들이 참여했고 연극, 창극, 음악회 등 장르도 다양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의 덕담도 이어졌다.

개관 첫 공연은 박근형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였다. 시인 이상이 겪는 어느 하루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을 들여다본 작품으로 재미있는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창극프로젝트 ‘소리치다’의 〈꼭두랑 꽃가마 여행〉, 대구 극단 ‘한울림’의 〈호야, 내새끼〉, 호남대 실용음악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퓨전재즈 그룹 ‘Travels’의 〈째즈, 여행과 마음 통하다〉, 목포에서 활동하는 탱고 그룹 ‘돌체’의 〈탱고, 그 뜨거운 사랑〉, 시를 노래하는 달팽이들의 포엠콘서트 〈흔들리는 꽃잎, 당신.〉, 베이스바리톤 이호민의 〈봄, 시와 유럽을 여행하다〉, 박선욱 광주여대 교수가 이끄는 ‘박선욱 돋움무용단’의 〈몸을 봄〉 등도 관객을 만났다.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부토 공연은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부토는 춤이면서 땅을 밟고 걷는 움직임에 중심을 둔 행위 예술로 전북에서 활동하는 부토 예술가 서승아 씨가 〈부토 아리랑〉을 선보였다.

피날레 작품은 10일간 공연된 푸른연극마을의 〈맥베스〉였다. 지난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렸던 작품으로 오성완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6월 13일에는 뜻깊은 행사도 열렸다. 푸른연극마을 단원이자 오 대표의 평생 동반자인 배우 이당금 씨의 강연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찾아가는 문화콘텐츠 전문가 강연’에서 이 씨는 ‘연극, 삶의 철학을 만나 희로애락을 공감하다’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 씨 스스로 연극 인생과 푸른연극마을의 20년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6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극단 Y의 〈윤희철 무대 인생 35년 기념 무대 ― 죽음과 소녀〉가 공연된다. 또 제1회 청소년 예술아카데미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