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앤디 워홀 이후, 이렇게 많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은 예술가가 또 있을까.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중 2011년에는 1위에, 2014년에는 15위에 랭크된 미술가이자 건축가. 사진과 영화도 찍고, 책도 쓰고, 전시도 기획하는 반체제 사회운동가이며 SNS상의 셀레브러티. 올해 초부터의 뉴스 기사만 검색해 보아도 그에 관련된 소식은 내용도 다양하고 양도 엄청나다.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출판 소식 등을 제외하더라도 그에 관한 뉴스가 차고 넘친다. 8월 1일 영국은 그의 비자 발급 신청을 거부했다가 사과한 뒤 발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영국 외교부가 10월 영국을 방문할 계획인 시진핑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7월 22일에는 그가 4년 만에 당국으로부터 여권을 돌려받았다는 뉴스가, 7월 초에는 그의 작품 파손의 책임을 놓고 광주비엔날레가 스위스 화랑과 벌인 35억 원대 소송이 화제였다. 3월 24일 그는 국제앰네스티가 수여하는 인권상인 ‘양심대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월 12일에는 그의 작품 〈십이지신두상: 十二生肖兽首(Circle of Animals/Zodiac Heads)〉이 영국의 필립스에서 47억 원에 낙찰되어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아이 웨이웨이(艾未未·Ai Weiwei). 그의 삶과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그가 등장하는 뉴스를 낱낱이 훑어보는 데 드는 시간의 십 수배를 써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그의 최근 소식을 나날이 업데이트하는 일조차 벅찰 정도다. 사진찍기 마니아이자 셀카 홀릭인 그의 트위터(twitter.com/aiww, twitter.com/aiwwenglish)와 인스타그램(instagram.com/aiww) 소식을 훑어보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시아의 프린스 이광수의 인스타그램이 개설 10일 만에 팔로워 30만을 돌파했다는데, 중국에서는 가상 사설망 서비스(VPN)를 이용해야만 접속 가능한 그의 트위터 중국어 계정 팔로워가 28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연예인 뺨치는 그의 이러한 인기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이 웨이웨이는 2003년 스위스 건축 회사 ‘헤르조그 앤 드메롱(Herzog & de Meuron)’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의 설계 고문으로 참여하면서 전 세계의 예술계가 주목하는 사람이 되었고, 2005년 말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중국의 대중이 주목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2007년 카셀 도큐멘타 12에서 인민폐 3,000만 위안(57억)을 들여 중국인 1,001명을 독일로 데려가 전시회에 참가시키는 프로젝트 〈동화: 童话(Fairly Tail)〉를 실행하고, 명청시대의 문짝과 창문 1,001개를 카셀의 광장으로 옮겨와 현대식 회전문의 모습으로 재구성한 〈모판: 模板(Template)〉이 폭풍우로 쓰러졌음에도 그대로 전시했던 사건을 통해서 그는 전 세계 예술계의 셀레브러티가 되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하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하는 올림픽 선전을 강하게 비난하는 모습과 트위터로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전 세계 대중문화계의 셀레브러티가 되었다.

중국의 대중이 그가 중국의 중·고등학교 교재에 작품이 실릴 정도로 유명한 현대 시인 아이칭(艾靑, 1910-1996)의 다섯째 아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관심을 키워 나갔다면, 전 세계의 대중은 중국 정부로부터 심각하게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으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그의 진정한 예술가적 면모에 매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관심을 두는 사회적 이슈와 국가의 시스템, 정치적 자유 등의 문제가 직시하기 어렵고 짊어지기 무거우며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심각한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진기를 들고 상대를 찍는 장난스러움, 진지함에 유머로 답하는 재치는 그의 팬덤이 형성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국내·외의 매스미디어가 앞다투어 그의 행적을 보도하면서 아이 웨이웨이는 거대 권력에 맞서는 영웅의 모습으로 등장했고, 그를 지지하고 추종하는 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 아이신(艾神)이라는 호칭으로 그를 부르기까지 했다.
셀레브러티가 된 이후의 아이 웨이웨이의 삶을 간단히 살펴보려 해도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2009년 5월 약 3년간 운영하던 시나 블로그 강제 폐쇄, 2009년 8월 쓰촨 대지진 당시 무너진 학교 건물들의 부실 공사 의혹을 조사하던 작가이자 인권운동가 탄쮜런(谭作人)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려다 국가안전부 요원에게 구타당해 뇌출혈 등 부상을 입고 독일에서 치료, 2010년 2월 예술구 철거에 반대하며 창안지에(长安街)에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으로 집단시위 주도, 2010년 10월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의 1층 로비 털빈 홀(Turbine Hall)에 도자기로 800만 개를 만들어 채운 프로젝트 기획전 〈해바라기씨들: 葵花籽(Sunflower seeds)〉, 또한 같은 달 10월에 정부가 아이 웨이웨이의 상하이 스튜디오 설립이 불법이라며 경고, 11월 류샤오보(刘晓波)의 노벨평화상 지지운동을 벌여 반체제운동 혐의로 3일간 가택 연금조치, 12월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출국 제지되는 등.

2011년은 가장 다사다난한 해였다. 4월 홍콩으로 출국하려다가 공안에 연행되어 행방불명 후 4일 만에 등장, 출국 금지 당한 후 81일간 구금, 세금 탈루를 비롯해 중혼 혐의와 인터넷 음란물 유포 혐의로 조사, 6월 22일 추징 불복소송 보증금으로 지지자들의 후원금으로 16억 원을 납부하여 석방, 석방 후 보호관찰 처분받아 CCTV로 공안이 행동 관찰, 7월 스튜디오 수색, 9월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역임, 11월 1일 베이징 지방세무국으로부터 26억 과세, 아내 루칭(路靑)이 경찰 소환 조사 등의 탄압을 받자 시민 기부금 15억 선 납부, 같은 달 나체사진을 웹사이트에 업로드하여 당국이 외설 혐의로 고발…. 중국 정부는 정신적, 물리적, 금전적 등 모든 방면으로 그를 탄압했고, 세금 폭탄 고지서를 받았을 때에도 “권력의 붕괴는 피할 수 없다. 하하하”라며 트위터에 멘션을 날리던 그도 지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국은 그의 여권을 압수했으며, 그는 석방 후에도 약 1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때문에 그는 직접 해외에서 활동할 수 없었지만,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관계가 그를 대신하여 그의 해외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1월 앨리스 클레이만(Alison Klayman)의 다큐 영화 〈아이  웨이웨이: 네버 쏘리(Ai Weiwei: Never Sorry)〉는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 클레이만(Klayman)의 단편 영화 〈누가 아이 웨이웨이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Ai Weiwei)〉는 2011년 3월 미 공영TV PBS에서 방영되었다 ― 2012년 10월 그가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 〈차오니마스타일〉 ― 草泥馬Style: 중국 누리꾼들이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검열을 비판하는 은어 ― 을 발표하자 중국 당국은 접근 차단 조치를 내렸다. 11월 아이 웨이웨이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올해의 글로벌 사상가’ 26위에 선정되었다. 그달 25일 엘튼 존(Elton John)은 베이징 우커쏭체육관(五棵松体育馆)에서 열린 콘서트 도중 이 공연을 아이 웨이웨이에게 헌정한다고 말했다. 2013년 6월에는 6곡을 수록한 음악 앨범 〈신곡: 神曲(The Divine Comedy)〉을 내고 경찰들에게 겪은 수모와 현재 중국 내 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으며, 12월에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함께 웹프로젝트 〈달: Moon(moonmoonmoonmoon.com)〉을 기획하여 3만5,0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12월 6일에는 아이 웨이웨이의 탈세 및 과세 문제의 문제점을 고발한 덴마크 감독 안드레아스 존슨(Andreas Johnsen)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웨이웨이, 가짜 소송(Ai Weiwei, The Fake Case)〉가 발표되어 2014년 덴마크 영화평론가 협회가 수여하는 보딜 상(Bodil Awards)를 받았다. 그는 2014년 4월 테드(TED) 컨퍼런스의 영상 감독 제이슨 위시나우(Jason Wishnow)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 〈모래폭풍(The Sandstorm)〉에 출연하여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2008년 5월 12일 약 6만 9,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쓰촨성 대지진 사건에 분노한 아이 웨이웨이는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민 조사를 기획, 유가족과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사상자 수를 집계하여 블로그에 게시했다. 또한 피해 현장과 유가족들의 고통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대지진 참사에 대한 정부의 비도덕적 대응을 국내외에 폭로했다. 이후 약 6년간 계속된 중국 정부의 그에 대한 압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에 대한 전 세계적 성원과 지지는 점점 더 두터워졌고, 그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 갔다. 백악관, 천안문, 에펠탑 등에 가운뎃 손가락을 내미는 그의 작품 〈원근법 연구(Study of Perspective)〉(1995-2011)는 이 모든 복잡다난한 일들에 대한 아이 웨이웨이의 입장을 대변하는 압축적 요약본으로 읽힌다.
감금 조치로부터 4년이 지난 2015년, 톈안먼 사태 26주년인 6월 4일 이후로 전시 개막일을 미루라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5월 30일에 개최 예정이던 전시를 일주일 미뤄 6월 6일부터 베이징 내 6개 갤러리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전시회가 열렸다. 베이징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2006년 4월 갤러리 울스 마일러(Galerie Urs Meile)에서 열린 《파편들(Fragments)》전에서 수백 년 된 나무조각들을 잘라 이어 붙여 재구성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 지 9년, 2009년 1월 쓰리 섀도우 사진아트센터(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에서 《뉴욕 사진들(New York Photographs)》(1983-1993)을 통해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스쿨, 아트 스튜던츠 리그 오브 뉴욕 등에서 수학하고 이스트 빌리지에서 생활했던 시절의 모습을 공개한 이후 6년 만이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6월 11일 샨런핑(单仁平)이 작성한 〈아이 웨이웨이가 베이징에서 전람회를 열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것이 매우 흥미롭다(艾未未获准在北京办展览挺有意思)〉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 웨이웨이를 “반체제 인사 중의 행운아(‘异见人士’里的幸运儿)”라고 평하며 어떤 사람들은 서방에서 추앙하는 작가의 장점이 상당 부분 정치성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으며, 작가 또한 의도적으로 정치 꼬리표(政治标签)를 돌파하고 자신의 예술적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이러한 흥취에 발맞추어 나간다고 혹평했다. 그의 개인전 개최를 허가한 것은 당국의 중요한 태도로 여겨진다며 이러한 신호는 아이 웨이웨이 본인에 대한 것일 뿐 아니라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선의의 시작은 서로 간의 반복적 상호 작용을 공고히 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는 우회적 경고의 메세지도 보냈다. 그러나 아이 웨이웨이는 올해 일련의 전시들을 개최하게 된 것에 대해, 인민일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고국에 돌아왔다. 중국에서 전시를 다시 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2011년 이후 상황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완화됐다. 일부는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미술 사이트 99ys.com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에서 전시를 개최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제재가 가해진 적은 없다. 그러나 나 또한 추진을 위해 애쓰지 않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구시보의 기사가 실제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아이 웨이웨이가 인터뷰에서 속내를 그대로 말한 것인지를 알 수는 없지만 2011년의 악몽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샨런핑조차도 글의 마지막에서 서술했듯이 “중국은 자국의 발전과 번영에 맞춰 창조적 예술가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아이 웨이웨이는 당연히 그러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고, 그는 예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사람이 될 것이라는 자신과 타인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열리는 5개의 전시 중 메인 전시는 《아이 웨이웨이(Ai Weiwei)》로, 추이 찬찬(崔灿灿)이 큐레이팅하여 갤러리아 콘티누아 베이징(Galleria Continua Beijing, www.galleriacontinua.com)과 탕컨템포러리아트(Tang Contemporary Art, www.tangcontemporary.com)에서 6월 6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린다. ‘콘티누아’에는 샹들리에, 거울, 사진, 제작 과정을 담은 비디오 등이 전시되었고, ‘탕컨템포러리’에는 용 모양의 전통식 등(灯), 도자기 파편, 찻잔 등이 전시되었다. 그러나 이 두 공간을 잇는 주요 작품은 왕찌아츠(汪家祠)를 재현한 건축 구조물이다. 분명히 두 갤러리는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구조물의 한 측면이 각각의 갤러리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모양새여서 이들이 실제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완연한 건축 구조물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을 제시한 것은 모두 작가의 계획된 의도다. 건축물은 실제의 위치와 용도에서 벗어나 갤러리로 옮겨져 온 불완전한 것이기에 설령 갤러리에서 전체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불완전한 감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구조물은 본래 왕씨 집안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 왕찌아츠(汪家祠)의 일부분으로, 수당(隋唐) 초의 월국공(越國公: 작위의 하나) 왕화(汪华, 586-649)라는 공작에게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으며 당대부터 청대까지 왕씨 집안의 주요한 행사가 치러졌던 장소이다. 그러나 이 사당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고, 본래의 화려했던 모습 또한 예전에 잃어버렸다. 3개의 홀과 4개의 마당이 파괴되어 1개의 본당만 남아 있었다. 사당이 위치한 시야오치춘(晓起村)은 회의를 통해 경매에 붙이기로 결정해버렸고, 사당은 저장(浙江) 출신의 주차이창(朱财昌)이라는 사업가에게 낙찰되어 그에 의해 옮겨지고 재구성되었다. 2년 후 아이 웨이웨이가 그것을 다시 사들인 후 1,500여 개의 피스들을 꼼꼼하게 재조립하여 벽에서 분리 가능한 독립적 조형물로 재구성한 것이 작품 〈왕찌아츠(汪家祠)〉이다. 이는 최근의 건축 기법에도 활용되는 방식이면서 몇천 년 동안 중국에서 구현했던 건축 방식의 하나이기도 하다. 구조물 사이에 놓여 있는 화려한 장식의 샹들리에나 지붕 쪽 나무 골조 사이에 엉뚱하게 끼워져 있는 형광색 장식 등은 현재 이 구조물의 맥락과 기능, 가치 등을 재삼 확인시키는 기제다.  
매지션스페이스(魔金石空间, Magician Space, www.magician-space.com)에서는 6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AB형(AB Blood Type)》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 내 두 개 방의 모든 벽면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바닥에는 철제 식물들이 줄을 맞춰 바닥을 가득 메웠다. 육각형 평면의 철판 위에 두 줄기로 나누어져, 한 줄기에서 다섯 가닥씩의 이파리가 자라난 듯한 모습의 검은 철제 조각품들은 가지런하고 빼곡한 정렬 상태에 있어서는 모내기를 갓 마친 논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완전하게 검은 색상과 단단한 제형에 있어서는 알 수 없는 우울함과 정체됨을 느끼게 한다. 천장에는 스테인레스 스틸 옷걸이들이 얽히고설켜 미니멀한 모빌의 형상을 만들었다. 경직성과 유연함, 검은색과 노란색, 유동성과 고정성 등의 대조적 개념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전시다.
차오창디의 챔버스 파인아트(前波画廊, Chambers Fine Art Beijing, www.chambersfineart.com)는 6월 13일부터 8월 31일까지 《아이 웨이웨이: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Ai Weiwei: Tiger, Tiger, Tiger)》가 열린다. 차오창디의 갤러리구는 붉은 벽돌로 빽빽이 채워진 건물들이 지그재그 구조로 세워진 갤러리 밀집지구로, 출입구마저 분간이 잘되지 않는 미로 같은 공간이다. 처음에 이 갤러리에 들어설 때, 거대한 나무가 출입구를 막고 서 있어서 입구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나무가 아주 자연스럽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작품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사실 이는 작가가 몇 년 동안 모아 온 명청대 사원 건축물의 파편들과, 2009년부터 그가 장시성(江西省) 산맥에서 수집한 죽은 나무를 결합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변형하여 실용적 물품으로 만드는 기법은 중국의 전통 가구 제작 공법에서 흔히 쓰이는 것으로, 아이 웨이웨이는 실용성을 시각성으로 치환하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의 고목을 만들었다. 자연물에 또 다른 변형된 자연물이 인공적으로 덧붙여져 하나의 형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제작 과정을 현대 중국의 소수민족 주권 및 영토 침해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 전시장 내 왼쪽 방을 가득 채운 3,025개의 도자기들은 〈Tiger, Tiger, Tiger〉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각각의 도자기에는 다양한 모습의 호랑이들이 그려져 있다. 그의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1994년 한대(汉朝)의 유골함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옛 도자기 위에 어울리지 않는 문양을 덧칠하고, 부수고 다시 맞추고, 파편화하고, 새로운 모양으로 이어붙이는 등의 실험을 통해 아이 웨이웨이는 전통성과 현대성, 진품과 가품 등의 가치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작품은 닮음 속의 다름, 다름 속의 닮음을 찾아내라는 시각적 과제를 관람객에게 던지며, 온전성과 결핍이라는 기준이 낳는 가치 등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재3화랑(在3画廊, Beijing 3 Gallery, http://cn.being3.com)에서는 7월 18일부터 8월 1일까지 《아이 웨이웨이 베이징(2003 Ai Weiwei Beijing 2003)》이라는 전시가 열렸다. 〈Beijing 2003〉이라는 비디오 작품이 천장을 스크린 삼아 영사되는데, 관객들은 바닥에 누워서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이 지난 12년간의 베이징의 변화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일들이 다른 행성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2003년의 어느 날부터 16일간 작가가 버스로 베이징 곳곳을 돌면서 찍은 150시간의 기록으로, 버스는 베이징의 도시 계획에 따라 개발된 곳을 순차적으로 돈다. 카메라는 보조석에 고정되어 무심하게 도시 풍경을 비춘다. 당시 작가는 청화대에서 건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당시 아이 웨이웨이는 예술보다는 도시 계획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같은 과제를 내주고는 했다고 한다. 전체 분량을 상영하는 데 6박 7일이 걸리는데, 이전에 영국에서 영상의 일부분이 공개된 적이 있었지만, 전량이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차오창디의 305뮤지엄에서는 6월 19일 하루 동안 이벤트성 깜짝 전시가 열렸다. (http://www.artspy.cn/html/video/1/1662.html) 아티스트 자오자오(赵赵)가 기획한 이 전시는 전시장 바깥에 간단한 조찬메뉴와 바나나를 가득 준비해 놓고 관람객을 기다렸다. 10여 평방미터의 작은 전시장에 작가의 소장품인 옥기류(玉器)를 전시했는데 아이폰과 꼭 닮은 두께의 옥도끼와 아주 큰 구멍이 깔끔하게 뚫려 있는 큰 돌 등이 포함됐다. 그의 명성만큼의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규모와 내용이었지만, 중국인들이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옥에서 아이폰의 형상을 찾아낸 그의 위트에 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유머감각을 십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우르르 우르르 국내·외를 오가며 이유를 막론하고 적지 않은 수의 전시회를, 너무 많은 전시회를 열어왔어. 많은 사람들이 아이고, 저 작가란 작자는 왜 자신의 어머니조차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예술이라 부르며, 알 수 없는 짓을 하고 다닌단 말인가. 뭔가 다른 이유를 대면서 예술적이지도 않은 전시회를 하고 다니네, 라고 말하지.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뜻밖의 방법을 통해서도 전시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야. 이것이야말로 내가 하고 원했던 일이지. 예술이 아닌 무언가를 하는 것, 그 또한 내가 꿈꿔왔던 일이니까.” 그의 다음 행선지는 로얄아카데미오브 아츠(Royal Academy of Arts)로, 9월 19일부터 12월 13일까지  20여 년간의 그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영국에서의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다.

[관련 링크]
http://aiweiwe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