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은 1979년 5월 개관하여 설립 초기부터 국내·외 문화예술 전문도서와 영상·음악 자료를 수집, 제공하고 공연영상기록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온 예술자료 수집 및 보존 기관이다. 또한 국내 유일의 전 장르 예술자료 수집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등록자료 35만 점을 소장·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예술계에서는 전문 예술아카이브나 예술자료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그 필요와 목적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국립무형유산원,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문화정보원 등에서 아카이브나 자료관을 개설하고 있다. 또한 지역 문화재단과 민간 영역에서도 예술자료 수집 및 예술 분야 연구를 위한 별도의 아카이브 또는 자료실을 마련했거나 준비단계에 있다. 예술창작 영역에서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와 공연을 여는 등 신선한 기획이 눈에 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면서도 한편으로 종합 수집형 예술아카이브로서 예술자료원의 위상과 역할 정립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분리한 후, 2010년 국립예술자료원 개원,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재통합의 과정에서 예술자료원은 2010년 「예술자료관리 전문화 방안 연구」, 2012년 「예술기록관리 현황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 2015년 「예술아카이브 운영 전문 방안 연구」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예술기록 전문인력양성 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아카이브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운영 효율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예술자료원 주요 자료 수집 성과를 돌아보고 한계와 사업 방향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예술자료원의 사업목적은 기초예술 분야(문학, 미술, 연극, 무용, 음악, 전통, 다원, 융복합 장르 등)를 기록하고 정보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활용하여 각 분야의 창작·매개·향유·정책·학술 등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 문화융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자료 수집의 방법으로는 일반 구입, 예술가 및 단체의 자료 수증(受贈), 매년 핵심자료 컬렉션을 위한 기획 수집, 공연 및 전시영상 제작,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 연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술자료원의 핵심사업인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 사업’은 한국 예술사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의 절대적인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003년 예술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원로예술가의 일생을 생생한 육성과 영상기록으로 남겨 예술가와 관련된 자료의 수집과 체계적 관리, 열람과 더불어 학술적 활용 및 전시 등 후속 사업에도 활용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원로예술가 256명의 구술채록이 완료되었고 최초 후보자 585명 중 채록을 하지 못한 채 작고한 예술가는 124명에 이르고 있다. 생존한 후보자 187명의 조속한 구술을 위해 관련 예산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2015년 현재 연극, 무용, 음악, 대중예술, 시각예술, 문화행정 분야에서 18명의 원로예술가의 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자료원 분야별 구술채록 현황(2003∼2014)〉

예술자료원의 구술채록사업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도 구술채록사업이 활발히 추진되어 한국영상자료원, 국립국악원(서울, 부산, 남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실(현 국립무형유산원), 국립한글박물관, 부천만화박물관, 인천문화재단, 전주문화재단, 대전문화재단 등에서도 예술자료원의 구술채록 사업매뉴얼을 참고하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예술자료원은 각 수행기관과 단체의 중복사업 방지를 위한 구술사네트워크의 운영에도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증을 통해 수집한 컬렉션으로 종로 ‘르네쌍스 음악다방’ 故 박용찬 컬렉션(희귀 음반을 포함한 SP, LP음반, 음악 전문서적, 간판, 장식품, Harts Field Speaker와 McIntosh Amp를 비롯한 명품 장비 등 기증), 음악평론가 김형주 컬렉션(한국작곡가협회 수집 국내 음악연주회 기록을 볼 수 있는 공연프로그램), 무용평론가 故 김영태 컬렉션(예술가 캐리커처 작품 및 공연 프로그램, 육필원고, 칼리그래픽, 애장품, 단행본 등), 안무가 임성남 컬렉션(초기 발레 활동자료, 국제교류 자료, 장비 및 애장품 등), 무용가 이숙재 컬렉션(밀물현대무용단 및 M극장 관련 공연자료 일체), 무용가 김매자 컬렉션(창무회 및 창무포스트 극장 공연자료 일체), 무대미술가 이병복 컬렉션(카페 떼어뜨르, 극단 자유 활동 자료 및 무대미술, 의상 자료), 무대미술가 박동우 컬렉션(첫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는 무대미술 스케치, 작화 원본 및 사진 일체), 연극평론가 故 한상철 컬렉션(단행본, 프로그램, 대본 등), 극작·연출가 故 김상열 컬렉션(극단 신시, 김상열연극사랑회 공연자료 일체), 극단 연우무대 컬렉션(극단 30년 공연자료 일체), 신동헌 화백 컬렉션(만화 원본 및 소장 클래식 음반 일체) 등 대규모 기증사례 외에도 다수의 개별 기증자가 있다. 개별기증자는 예술자료원 홈페이지 기증자료 소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인과 단체 이외에도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성남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공공 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수증 받고 있다.

현재 보유자료 70만 점(등록 35만, 미등록 35만) 중 39만 점이 1979년부터 현재까지 기증을 통해서 입수된 자료이며, 매년 1만5천 점 이상의 예술자료가 예술가, 예술단체, 예술기관의 무상기증을 통해 쌓이고 있으며 그 수량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집된 자료의 정리에 소요되는 예산은 수집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아직 정리하지 못한 자료가 35만점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자료원의 특화 사업 중 순간의 예술, 휘발되는 예술의 생생한 감동을 담아내는 ‘공연영상 제작’은 1979년부터 현재까지 약 1,700여 편의 작품을 제작하여 창작, 연구, 교육 자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시범제작을 시작한 ‘전시영상 제작’은 전시현장과 큐레이팅의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전시 보기에서 전시 읽기의 기초자료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이관하여 서비스하는 시스템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보다 효율적인 자료입수 체계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종합 수집형 예술아카이브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장르별, 시대별 기획형 수집 및 특화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예술아카이브로 거듭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