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이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마을들 역시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하나둘 손수 톱질하고 페인트칠하며 주민들의 손때 묻은 공간을 만들어 가는 마을이 늘어나면서 점차 문화 향기가 가득한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 마을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5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각 마을에서는 기존의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며, 문화사랑방을 통한 마을 주민들의 소통을 돕고 있다. 유휴공간인 아파트 내의 창고를 개조해 하나의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마을 카페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다양한 모임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을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생문공 마을의 공간들. 이 공간에서는 마을을 위한 기획회의부터 교육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등이 진행된다.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주고, 청소년들에게는 공부방이 되어주며, 어르신들에게는 쉼터가 되어주는 생문공 마을들의 문화사랑방을 소개한다.
l 경기도 안산 ‘감골주민회’ 주민이 직접 만든 ‘카페 마을숲’
안산의 감골주민회는 마을의 참새방앗간 역할을 하는 마을 카페 ‘마을숲’을 만들었다. 마을숲은 마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친구들을 사귀고 캠프를 하는 공간인 동시에 30~50대 부모들에게는 퇴근 후 가볍게 들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마을 주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간판 하나, 의자 하나까지도 모두 주민들이 직접 발품 팔아 만들어낸 공간이다 보니 이미 사랑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기획, 디자인, 그리고 직접 시공하는 것까지 모두가 주민들의 몫이었다. 카페 구석구석 어느 한 곳 주민들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그렇게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탄생한 공간이 바로 지금의 카페 마을숲인 것이다.
마을숲은 현재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 일에 관심 있는 자원봉사자가 돌아가며 카페에 나와 봉사한다. 커피 및 음료 판매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다양한 모임 공간을 제공하며 되살림 장터, 마을품앗이 등의 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카페 마을숲에서는 퀄트 털실 뜨기, 종이접기, 리본공예 등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단순히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닌 주민이 배운 내용을 다른 주민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배운 주민이 또 다른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나눔 활동으로 카페 마을숲의 문화예술 활동은 시작된다. 주부들이 모여 앉아 정성스레 만든 목도리는 청소년들이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달하기도 한다. 즉 이곳은 소통의 장이자, 나눔의 시작이자, 행복의 공간이 된다.
이 카페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먹거리를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고, 마을동아리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자 카페 마을숲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을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 편하게 차 한잔 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이었다. 그 사소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카페 마을숲이 지금은 동아리방으로, 회의실로, 식당으로, 놀이터로, 교육장으로 새로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페 마을숲은 놀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엄마 눈을 피해 아는 이모를 만나 음료수도 얻어먹고 쿠키도 얻어먹을 수 있는 정이 넘치는 공간이며, 주부들에게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들러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l 충북 보은 ‘공간이노’ 폐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충분 보은군 마로면 소여리에 위치한 소여분교 역시 소여리의 문화사랑방으로 기능하고 있다. 소여분교는 지난 95년 폐교된 후 10여 년 간 쓸쓸하고 적막한 마을의 공터였다. 이런 죽은 공간을 생동감 넘치는 교육장으로, 놀이터로, 마을사랑방으로 변신시킨 한 예술가 부부가 있다. 노정옥, 원덕식 부부는 지난 2009년 소여리로 귀촌하며 이곳 소여분교에 둥지를 틀었다. 칙칙하고 낡은 교실 8칸과 황량한 운동장이 멋진 잔디와 깨끗한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예술창작촌 ‘공간이노’라 이름 붙인 이 폐교는 예전처럼 어린이들이 뛰어놀지는 않지만 소여리 마을 주민들에게 쉼터로, 문화사랑방으로, 교육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회관 외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할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 농촌에서 ‘공간이노’의 탄생은 소여리의 문화예술 융성에 대한 희망이 되었다.
소여분교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생활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영화상영, 도자기 공예, 마을 안내판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주 목요일이면 소여분교에 모인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솜씨를 뽐내기 바쁘다. 한쪽에서는 목걸이를 만들고, 또 한쪽에서는 도자기를 만든다. 전통놀이를 함께 즐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꾸준히 쌓은 실력은 지난 11월 26일 개최된 마을축제와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열리던 가을운동회처럼 지난가을 실시된 마을축제 ‘우리는 소여리 이야기 속으로 간다’에서는 관기 초등학교 학생들과 주민들 100여 명이 어울리며 소여분교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소여분교에서는 어르신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어린이 체험행사뿐만 아니라 윷놀이, 투호던지기, 딱지치기 등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놀이 등이 이어졌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노래자랑에서 자신의 춤과 노래 솜씨를 뽐내기도 하는 등 흥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 쉼터 벽에 도자기 벽화 만들기를 진행, 마을을 한층 화사하게 가꾸기도 했다. 학교에 이어 마을까지 새 단장 시키며 발전해나가고 있는 소여리 마을의 ‘공간이노’. 삭막한 폐교라는 공간을 활용해 문화사랑방으로 문화 향기 꽃 피우고 있는 공간이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기사입력 : 2015.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