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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문화융성 정책, 중간평가 결과는?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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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가 있는 날
    문화가 있는 날

문화융성을 4대 국정 기조로 내걸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문화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문화가 있는 날’,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새로운 정책들이 시도되었으며 2015년에는 「문화기본법」 제8조에 따라 문화 분야 5개년 법정계획인 ‘제1차 문화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년에 대한 반성 없이 기존의 정책들을 지속․확대해 나가기보다는 그간의 정책들이 어떠한 공(功)과 과(過)를 가지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향후의 3년을 설계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는 2013년 10월 ‘문화융성위원회’가 발표한 ‘문화융성정책 – 문화융성시대를 열다 - 문화가 있는 삶 8대 과제’를 중심으로 그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인문가치의 정립 및 확산’과 관련 2014년 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담부서인 인문정신문화과가 신설되었으며 8월에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인문정신문화 종합계획인 ‘인문정신문화 진흥 7대 중점과제’를 수립·발표하였다. 한편 초·중등학교 및 대학에서 인문교육을 강화하고 ‘인문도시’, ‘시민인문강좌’, ‘길 위의 인문학’ 등 인문정신문화의 대중적 확산을 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루어졌다. 

인문정신문화의 체계적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및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협업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인문가치가 우리 삶에 안정적, 지속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일회성 이벤트나 강좌뿐 아니라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의 인문학 교육 및 연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향후 3년은 이를 위한 적절한 지원 설계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전통문화의 생활화’와 관련 궁궐, 도성, 향교, 서원, 사찰, 전통한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으며, 2014년 10월에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출범하여 무형문화 공연·전시, 무형문화재 전승자에 대한 구술 채록, 콘텐츠 제작 등 무형유산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 의식주 생활양식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로 한복진흥센터를 설치하여 한복 활성화 및 대중화 사업을 추진하게 하였으며, 궁중음식 체험 인증식당을 선정하여 관광자원화를 도모했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2014 .6)을 통해 전통한옥지구의 보전과 육성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였으며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재료 수집·보존·연구를 위한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를 조성 중에 있다. 

이러한 성과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무형문화유산의 전승과 활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문화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활용함으로써 전퉁문화 활용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인정된다. 그러나 전통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에서의 전통문화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에서 이의 강화가 필요하며 한복, 한식, 한옥 등을 일상생활 속에서 더욱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그간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복지정책에 주된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오히려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일반 국민들을 위한 체감형 문화 프로그램’이 이루어졌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여 전국의 국·공립 또는 민간문화시설에서 누구나 다양한 무료·할인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의 문화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문화융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반적으로 별도의 예산지원이 없이 국·공립 및 민간 문화시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여 진행되다 보니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또는 국민들의 체감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참여가 참여기관들 입장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상생적인 구조의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민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문화예술동호회 모임, 연습, 공연·전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생활문화센터’가 전국적으로 33개소가 조성되어 201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은 우리 문화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에서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로 전환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실제로 생활문화센터가 개관 이후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 초기에 지역주민과 생활문화동호회, 예술가를 연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할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운영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지역문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되어 지역 생활문화진흥, 전문인력 양성,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원,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등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제1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이 마련되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역 문화자원의 창조적 활용 및 지역문화발전의 거점화를 위한 문화특화 조성사업으로서 문화도시(남원), 문화마을(공주, 부여)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한·중·일 3국간 문화교류 활성화 및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초 단위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많아 문화서비스가 기초 단위까지 전달되는 데 한계를 가지며, 지역마다 문화 분야 재정 및 인력 확보의 격차가 커 지역 간 문화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문화인력은 사회복지사 등 타 분야 인력에 비해 훨씬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를 활용한 지역 만들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 사업보다도 훨씬 더 적은 예산과 지원 구조의 틀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지역별 재정 불균형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광특회계의 개선, 지역문화 매개인력의 근무여건 개선 및 인력양성과 관련된 제도적 개선에 보다 힘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의 문화인력 공급/수요 현황을 충분히 감안한 지역인력양성 및 배치의 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예술인의 취약한 경제활동 구조와 직업적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창작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산재보험료 확대 지원, 실업급여에 준하는 긴급복지지원금 지급, 일자리 매칭 파견 및 재교육 등 직업역량 강화 지원사업, 예술인패스 등이 시행되었으며 기초 공연을 위한 간접지원 방식으로써 공연장 대관료 지원사업, 공연예술 종합연습장 조성 등이 이루어졌다. 한편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 구축 및 시범운영, 개인의 미술품 기증 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미술품감정평가위원회 산정 금액 기준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2014. 2. 21) 등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민간 영역의 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구축된 것 또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퍼주기식 지원보다는 ‘표준계약서’와 같은 공정계약이 예술계 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률자문지원’ 강화를 병행하고, 문화예술 유통구조 개선 역시 문화예술시장을 구성하는 행위자 간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과 투명성 확보가 선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문화 융복합 창작공간의 일환으로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창작공간’이 13개소 조성되고 있으며 콘텐츠 개발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원스톱으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코리아 랩(제1호 센터 대학로)’, 인디음악 등 대중음악 창작 인프라 제공을 위한 ‘음악창작소(마포 등)’ 등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융합형 창의인재양성을 위한 ‘콘텐츠 융합아카데미’ 교육과 ‘대한민국 상상캠프(Crazy Creative Camp)’가 새로이 시행되었으며 스토리산업 지원 기반 강화를 위해 지역의 고유 이야기를 소재로 한 ‘지역 스토리 랩’ 5개소 선정 지원이 이루어졌다. 


일곱 번째, 국가·지자체의 각 분야 정책 수립 시 문화적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4개 사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인 ‘문화영향평가’가 이루어졌으며 소년원, 범죄취약지역 등의 취약공간에 대한 문화적 디자인 환경을 조성하는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었다. 문화 ODA 확대, 패션, 공예, 전시, 한국어, 태권도 등 한류 콘텐츠 다변화 등을 통해 문화가치를 국내외로 확산하는 작업 또한 시도되었다.  


마지막으로 ‘아리랑의 재해석과 국민 축제화’와 관련 전국 국·공립 문화시설에서 아리랑 관련 공연·전시가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며 2014년 12월에는 ‘아리랑 대축제’가 개최되었다. 다만 이후에는 아리랑의 확산을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아리랑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체계적 연구 또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지난 2년 동안 문화융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주요 과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타 부처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문화센터, 콘텐츠코리아 랩, 폐산업시설을 이용한 창작공간, 음악창작소와 같이 이전 정부와는 차별되는 문화공간의 조성 역시 눈에 띄는 점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급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부 법률 등이 정책 현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게 규정되는 경우가 생기거나,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제외하고는 문화융성을 대표하는 브랜드 사업이 부족하다는 점, 일부 사업들이 지나치게 일회성 이벤트적 성격을 갖는 것에 대한 비판 등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다. 


3년 차로 접어드는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구축한 법·제도를 세련화하고 활성화할 차례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재설정하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조항이나 사업은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하고, 새로이 만들어진 문화공간들이 버려진 공간이 되지 않도록 조성된 공간을 운영할 인력과 프로그램을 확보하는데 초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증거에 기반한 정책(evidence based policy) 추진을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에 근거한 통계 연구나 아카이브 구축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 즉 ‘문화 가치가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데 더 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및 사회에서의 문화예술교육 강화뿐 아니라 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의 임직원 등 사회 각 계층에 대한 문화교육을 통해 문화에 대한 이해와 문화 가치의 확산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출퇴근길, 등하교길, 직장, 학교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전통문화와 문화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양혜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문화정책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 책임 및 컨설팅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인천문화재단 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복지 소위원회 전문위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회서비스 전문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아르코로고

[기사입력 :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