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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올해의 예술나무상 수상 기업 현대자동차그룹
이병훈 이사와의 만남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 예술이 빛나는 밤에 행사에서 올해의 예술나무상을 수상한 현대자동차그룹 이병훈 이사
    ‘예술이 빛나는 밤에’ 행사에서 올해의 예술나무상을 수상한 현대자동차그룹 이병훈 이사

현대자동차그룹은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답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교육,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앞장서 왔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문화예술에 대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은 매우 열정적이었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예술나무상’을 수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회문화팀 이병훈 이사를 만났다.

Q. 위원회는 2012년부터 소중한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부 캠페인으로 ‘예술나무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예술나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시상식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예술나무상’을 받았는데요. 현대자동차그룹이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적극적으로서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00년대 말 브랜드 가치 제고 및 방향성에 대해 회사가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 회사는 그동안 해왔던 사회공헌과 관련해 일회성 기부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했는데, 사회 전반에서 인식이 덜 된 문화예술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문화예술 관련 사업에 대한 후원을 추진하다 보니 문화예술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계층 간의 문화격차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후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고 회사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 분야 지원이 좀 더 활발해지게 됐습니다.

Q. 한국의 기부 현황을 보면 기업은 전체 기부 가운데 4% 정도만 문화예술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가운데 문화예술 비중이 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2013년 사회공헌 예산은 1,579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 부문으로 190억 원이 사용됐습니다. 전체 비율로 봤을 때 약 12% 정도로 우리 회사가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지원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Q. 현대자동차그룹의 문화예술 지원유형을 보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소외계층의 예술체험부터 신진예술가 육성, 한국 예술계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메세나 철학은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에서는 메세나라는 말보다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만 메세나가 원래 문화예술에 대한 애호에서 시작된 만큼 저희처럼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된 것과 약간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쨌든 현대자동차그룹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으로 문화예술 교육사업, 나눔사업, 저변 확대 등 3가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 문화예술 교육사업은 저소득층의 아동 및 청소년에 초점을 맞춰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합니다. 2007년부터 우리 회사가 한국아동복지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해온 ‘아트드림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둘째, 나눔사업은 문화소외계층은 물론 그룹 및 계열사 임직원을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군인들에게 강연과 공연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토크 콘서트 ‘군인의 품격’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및 계열사의 임직원과 가족을 위한 ‘H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셋째, 저변 확대는 젊은 예술가 또는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인재 육성을 통한 건강한 문화예술계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공동주최하고 있는 ‘H-스타 페스티벌’이나 국립국악원과 함께 하는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등이 해당됩니다.  

Q. 용어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외에서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기업이 있나요?

다양한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고, 각각 배울 점이 많은데요. 사업 자체보다는 방향성과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메세나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 박성용 회장 시절부터 클래식 영재 지원을 시작했는데요. 비록 박 회장님은 타계하셨지만 지금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꾸준히 클래식 영재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진정성과 지속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Q. 여러 예술 장르에 대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술 분야인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3년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과 10년(2014~2023년) 120억 원을 후원하는 협약을 맺은데 이어 2014년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11년(2015~2025년) 5백만 파운드를 후원하는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두 미술관 모두 기업과 맺은 후원금액으로는 최대 금액이고 기간이 가장 긴 후원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기존에 한국 기업들도 해외 예술단체 또는 기관에 지원해 오긴 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장기 지원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미술관을 직접 세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의 경우 가시적인 컬렉션이 존재하는 데다 세제 혜택 등이 있어서입니다. 최근 국내 기업 미술관의 레지던시 등 지원 방식 역시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은 미술관을 직접 짓거나 컬렉션에 나서기보다는 미술이 창조되고 소통되는 환경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그러한 배경 또는 이유가 있는지요?

국립현대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후원은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공헌보다는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브랜드 가치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브랜드 방향성은 ‘모던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현대자동차만의 방법으로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시대와 고객이 원하는 기대를 뛰어넘는 현대자동차만의 프리미엄과 경험을 전달해 고객들이 자부심과 감동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던 프리미엄 전략은 문화예술 지원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는 예술과 자동차를 감성적으로 이어주는 콘셉트가 화제입니다. 이런 아트 마케팅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얼마나 효과적인가요?

우리 회사의 모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현대자동차의 마케팅은 오랫동안 제품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감성을 울리는 세련된 고급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문화마케팅 또는 아트마케팅은 이런 모던 프리미엄을 표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화마케팅이나 아트마케팅은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Q.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 임직원과 협력업체를 찾아가 순회공연을 펼치는 ‘H 페스티벌’, 현대차 전시장을 갤러리로 활용하는 ‘H-art 갤러리’ 등도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사내 문화 프로그램인데요. 이런 프로그램 이후 회사에 일어난 변화는 무엇인가요?

사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들 들어 지난해 울산 공장에서 1만8천여 명의 회사 임직원 및 협력사 가족을 대상으로 공연, 콘서트 등을 선보이는 ‘H 페스티벌’을 열었는데요. 호응도가 컸습니다. 노사가 공연을 통해 화합했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 가족의 애사심과 자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페스티벌 뒤에 조사를 해보았는데 눈에 띄게 좋아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H 페스티벌’은 처음엔 사회문화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전국 각지 사업장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먼저 적극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등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Q.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단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안에 문화예술 지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문화예술 등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정몽구 재단 사이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가요? 정몽구 회장님은 문화예술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몽구 회장님은 특별한 문화예술 애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가치를 잘 알고 있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다. 정몽구 재단은 사재를 털어 만든 것인데,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과 상호 협력하고 보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몽구 재단은 2013년 문화문화예술 진흥과 교육에 5년간 2백억 원을 지원하기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1년간 41억 원이 청소년문화예술 교육캠프 등에 투입되었고, 1만9,160명이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얻었습니다.

Q.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외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입니다.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나 정책 또는 캠페인이 필요할까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들과 예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문화예술후원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메세나법)」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기업의 예술지원에 대한 물꼬가 트였는데요. 시행령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기업 입장에서 이런 세제 혜택이 있으면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위원회가 문화예술 후원을 촉진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예술나무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기업이 후원하는 ‘1인 1기업 예술나무 키우기’를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기업의 입장에서 위원회나 예술가(단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요?

예술나무 운동이 활성화되려면 중소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대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0대 기업 바깥의 기업들은 규모에 비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 모델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홍보 기능이 약한 편인데, 주변에 알려서 칭찬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기부 등 선행에 대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지만 지금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Q. 현대자동차그룹이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 확대를 위해 앞으로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가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래 인재 육성입니다. 주로 20대까지가 그 대상이 될 텐데요. 이들 미래 세대들과 소통함으로써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로 키워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 역시 문화예술계의 젊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의 사업들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Q. 이병훈 이사님께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문화팀을 맡고 계시는데요. 사회문화팀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를 들어 평소 문화예술을 좋아하셨거나 과거에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마케팅 출신입니다. 회사에서 인사에 따라 사회공헌팀에 오게 됐는데, 아무래도 마케팅 출신들이 고객의 마음을 읽고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사회공헌팀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마케팅 부서에 있을 때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제가 팀장일 때 처음 사회공헌팀에 왔는데, 마침 회사에서 ‘모던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해나가는 한편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공헌을 늘려가는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사회공헌팀의 활동이 회사 내에서 전략적으로 관심을 받게 됐는데요.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이사님께서 사회문화팀을 맡은 이후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었던 일을 꼽아 주십시오.

2012년 우리 회사가 한국메세나협회가 선정한 메세나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의 규모와 역사에 비해 문화예술과 관련된 상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회장님도 크게 기뻐하셨고, 회사 안에서도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됐습니다. 당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만 메세나 대상 수상을 계기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코로고

[기사입력 :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