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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문화정책 맥락에서의 농촌화 현상 이슈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
  • 문화정책 맥락에서의 농촌화 현상 이슈


l 농촌 가치의 문화코드

농촌의 가치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 농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방송콘텐츠 〈삼시세끼〉, 〈한국인의 밥상〉, 〈나는 자연인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 등을 살펴보면, 농촌에 대한 시각이 도시적 관점보다는 농촌 그 자체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농촌적 관점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의 밥상〉의 경우, 농촌, 산촌, 어촌 등의 삶의 현장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음식문화를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밥상에 내포되어 있는 삶의 진정성에 대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의 음식이야기에는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 소소하면서도 긴 생명력을 간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삼시세끼〉의 경우, 도시인들이 농촌생활에서 겪는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불편하지만 직접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농부의 삶이 주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고, 동물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시청자들은 농부의 삶을 통해 자연, 느림, 여유, 웃음, 나눔 등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 프로그램은 산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도시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여행』 또한 농촌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문화, 숲, 흙, 일상을 소개함으로써 농촌의 가치와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흐름은 비단 문화콘텐츠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김동원, 박혜진의 〈농업․농촌에 대한 2014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2014)〉에 따르면, 도시인들이 농업 및 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서 도시인들이 농업과 농촌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공익적 가치가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9년 58.6%에서 2014년에는 66.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은퇴 후, 귀농·귀촌하고 싶다는 도시인들의 이유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50.1%),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21.4%), ‘농업을 경영해 안전식품을 자급하기 위해’(9.7%), ‘농촌에 거주하면서 생계의 한 수단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8.9%) 순으로 나타났다.1)
이와 같이 도시민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농촌에는 도시화, 산업화 패러다임이 남긴 물질주의, 상업주의, 경쟁주의, 속도주의 등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농촌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질적 부와 성과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촌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농촌생활을 통해 자연, 건강, 문화, 공동체 정서를 체험 또는 창조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l 농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농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농촌화 현상’을 ‘농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농촌의 경험, 지식, 문화, 자연을 학습, 체험하며, 농촌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념 정의는 농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소외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꿈과 미래를 생성하는 희망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농촌은 이제 ‘떠나야 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대안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촌의 경험과 지식, 문화, 자연은 농촌의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은 한옥, 고택, 축제, 전통놀이, 농악, 축제, 민요, 전통무용, 민속, 한식, 다도문화, 문화재 등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에는 전설, 민담, 설화 등 구전되어오고 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또한 농촌은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러한 농촌화 현상은 농촌의 사회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나타나고 있다. 첫째, 농촌 체험을 희망하는 농촌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 관광객들이 체험하는 농촌체험은 농업체험, 자연체험, 전통문화체험, 축제체험, 음식체험 등을 들 수 있다. 아직 농촌체험 관광이 전체 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관광의 새로운 방향과 정책과제(2012)』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도시인의 농촌관광 경험 비율은 24%로 2003년 9.95%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으며, 농촌관광 의향 또한 2003년 43.4%에서 2012년 69.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관광 동기에 관한 조사에서는 ‘휴식 휴양’이 5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지역축제’ 7.9%, 농업체험 6.3% 순으로 나타났다.
둘째, 농촌으로 귀농·귀촌하는 도시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01년 880호에서 2010년 4,067가구, 2011년 1만 503가구, 2012년 2만 1,501가구, 2013년 3만 2,424가구(가구원 수는 5만 6,267명)로 증가하고 있다. 4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13년에 1만 2,318가구에 달하고 있다.
셋째, 창조계급인 예술가들 또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은 이제 예술가들의 창작소재에서 머무르지 않고, 창작공간, 정주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 문화현장을 탐방하다 보면, 지역 예술가뿐 아니라 도시에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은 농촌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공간이 되기도 한다.


  • 감자꽃스튜디오
    감자꽃스튜디오 ©감자꽃스튜디오

l 문화정책 맥락에서의 농촌화 현상 이슈

 1. 농촌 문화예술생태계 이슈

아직은 예술가들의 농촌 이주가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술자원이 취약한 농촌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강원도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의 경우, 서울에서 활동하던 문화기획자 이선철 대표가 폐교를 지역문화커뮤니티 센터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감자꽃스튜디오를 통해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만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만난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지역주민들의 문화활동 플랫폼으로써 뿐 아니라 지역 자원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가평에 살고 있는 인재진 감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창조계급인 예술인들의 농촌이주가 문화농촌, 창조농촌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농촌 문화정책은 기존의 문화예술 자원과 새로 유입되는 예술가, 문화예술시설들의 소통 및 협력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문화예술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2. 사회통합 이슈  

농촌화 현상의 문화코드 중의 하나는 농촌의 공동체 문화이다. 마을공간이라는 장소성, 농업생활, 전통문화가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농악, 민요, 줄다리기, 장례문화, 축제, 놀이 등 전통문화는 농촌공동체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여 왔다. 그러나 농촌의 공동체 문화는 텔레비전의 등장, 농업의 기계화, 농업 방식의 변화 등으로 예전에 비해 약해지고 있다.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전승할 수 있는 젊은 인력 또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농촌공동체의 핵심 축으로 작용했던 전통문화 또한 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농촌의 인구학적 특성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젊은 인력들이 도시로 이동함에 따라 농촌인구 중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또한 이혼율 증가와 함께 농촌에는 조손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결혼이주자들이 농촌으로 유입되면서 다문화가정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 또한 낯선 농촌마을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귀농·귀촌인들의 경우, 지역 원주민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거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도시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농촌문화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이주민과 원주민으로 구성된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마을공동체 이슈는 농촌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중요한 지역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정책은 문화를 활용한 소통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농촌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문화센터, 문화시설, 문화이벤트, 축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문화복지 프로그램 등은 농촌주민들이 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새로운 일을 탐색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3. 문화를 활용한 창조농촌 만들기

농촌화 현상은 농촌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발신지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에 내재되어 있는 농촌의 가치와 잠재력을 찾아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문화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전략은 농촌의 가치를 문화적 방법을 활용하여 해석하고, 이를 통해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촌의 가치는 문화를 통해 의미가 해석되고, 공유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농촌을 다양한 문화를 발신하는 생동하는 창조 농촌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문화농촌 전략은 창조농촌을 형성하면서 농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농촌이란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활력을 생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농촌이다. 이러한 창조농촌이 형성되고,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성과 혁신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환경을 이끌어갈 수 있는 창조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농촌의 다양한 자원, 인력, 지식의 교류와 협력 및 융복합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 또한 창조농촌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농촌의 문화전략은 농촌 6차 산업화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농림축산부 자료에 따르면, 6차 산업화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 가공(2차 산업) 및 유통, 판매, 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되어 있다.2) 이것은 문화 전략이 다른 분야와 연계하여 농촌의 6차 산업화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문화를 활용한 6차 산업화 전략은 문화와 관광을 연계하는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문화와 생태를 연계하는 체험 콘텐츠 개발,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연계한 장소 및 농산물 브랜딩, 문화와 농업을 연계한 경관농업, 문화와 숲을 연계한 숲 문화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층위에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를 활용한 6차 산업화 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1) 김동원, 박혜진(2014), 〈농업농촌에 대한 2014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 『KREI 농정포커스 100』,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17쪽
2) 농림축산식품부(2013.7.26), 보도자료 : 농업, 농촌에 창조를 담는 6차 산업화


임학순

현재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과 한류지식센터장을 맡고 있다. 문화정책, 문화경영, 콘텐츠산업, 문화예술교육정책 분야의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형문화유산 정책 분야로 학문적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예술경영학회, 한국문화정책학회, 인문콘텐츠학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전에 한국문화정책개발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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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