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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동규의 이심전심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동서양에 걸쳐 젊음과 늙음에 대한 정의는 수없이 많다. 우선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라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면 늙었다는 증거다. 좀 더 와 닿는 견해는 평소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절반 이상이 자신의 지난 과거 이야기라면 늙은 것이라고 한다. 가장 쉽고도 명쾌한 것은 호기심(curiosity)을 잃어버리면 늙은이라는 정의다. 호기심이 없다는 건 결국 새로운 생각과 결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장년기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을 가슴 떨리며 낭송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그러나 이 시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황홀한 청춘은 없다. 영어 단어 한 개만 틀려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능시험에서부터, 등록금, 학자금 대출, 아르바이트, 취직 등등 엄청난 압박 속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그 현주소다. 시니컬한 대답은 선조들의 지혜도 거부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로, ‘젊을 때 고생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격언은 ‘젊을 때 고생은 늙어서 신경통’이라고 받아친다.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2030세대에 크게 어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청춘이라고 쓰고 절망이라고 읽는다는 그들에게 그런 식의 위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난 연말, 이 땅의 ‘Angry Young Man'들에게서 터져 나온 "아프면 환자지, 그게 청춘인가?"라는 항변은 그들의 심사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연애-인간관계-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4포 세대'의 분노이며 절규다.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그들의 심적 아바타가 된 이유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 사회에 열풍을 일으킨 공허한 ‘힐링’ 바람으론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그들 앞에 다가선 것은 사상 최악의 취업 절벽뿐이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OECD 평균(50.9%)보다도 10% 포인트 이상 낮은 실정이다. 반면에 소위 88만 원 세대라 불리는 20대의 2012년 대학진학률은 무려 71.3%로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며, 회원국 평균보다도 3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핀란드, 덴마크, 독일 등 이른바 잘사는 북유럽 국가들은 어릴 때부터 폴리텍(Polytech)과 같은 전문직업학교에 진학시켜 자신이 먹고 살길을 일찍 정하게 하는 현명한 정책을 펴왔다. 무턱대고 대학에 보내는 유달리 강한 한국부모들의 교육열과 젊은 표를 의식한 위정자들의 탐욕이 결합한 최악의 결과다. 고객의 기대를 이토록 부풀려놓은 결과는 매우 참담하다.

이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피 터지는 경쟁과 성공, 그리고 물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부모가 들려주는 인생의 깊이 있는 가치나 행복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2013년 말 조사한 직업선택의 우선순위 결과를 보면 안정성, 연봉 그리고 적성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가 행한 신입생 가치관 조사 결과 또한 기존의 '행복'과 '열정'을 저 멀리 제치고 2012년부터 3년째 '돈'과 '성공'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나타난 88만 원 세대(1984~93년생)와 기성세대(1955~69년생)와의 비교를 보면, 대학등록금은 115만 원 대 666만 원, 대학진학률은 26.9% 대 71.3%, 집값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32평 기준 3,300만 원 대 12억 원이다.

그 결과 요즘 젊은이들은 맞벌이가 기본이다. 그래서 많은 알뜰한 젊은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벌이의 50%는 무조건 적금이나 보험에 드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긴 서울에 소위 물 좋은 동네 전세금만 해도 20여 년을 꼬박 모아야 가능하다는 보도를 보면 그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노후대비는 젊을 때부터’라는 우아한 포장지로 현혹하는 금융회사의 문구는 경험 없는 불안한 젊은 세대를 향한 일종의 협박이다. 여기서 적금(積金)은 말 그대로 돈을 쌓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젊은이들이 쌓아야 할 것은 금(金)이 아니라 선(善)이다. 인생 최고의 경구라 불리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란 말의 근본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선을 쌓으면 돈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게 인생살이의 원리다. 특히 인생의 역경지수(AQ)가 높은 사람이 결국에는 성공하는 것이 인생의 진리다. 역시 젊을 때 고생은 돈 주고서라도 사야 하는 것이 옳다. 성경에도 “고난이 축복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와 관련하여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H. Ford)는 생전에 “젊은이여 돈을 써라!”라고 주장하였다. 하루라도 젊을 때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늙은이는 돈을 모아야 하겠지만 젊을 때부터 돈을 모은다는 것은 젊음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젊음은 그 자체가 보험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스펙'이란 단어다. 스펙이란 획일화된 공산품에 붙이는 용어다. 따라서 스펙이란 용어 자체는 각자의 부모님이 피땀 흘려 농사지은 우리 자신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사람 자체를 존중하지 않고 학벌과 외모 등 형식과 물질 만능의 사회가 되어만 가는 서글픈 현실이다.

한편 1950년대 나온 가요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젊어서 돈을 벌어놔야 노후가 편안한데 젊어서 놀자고 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노래는 일견 단순하고 흥겨운 가락이나 숨은 뜻은 비장하다. 가사 중에 ‘노세’를 ‘경험하세’로 바꿔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인생이란 다 때가 있다고 하는 평범하면서도 엄숙한 진리를 깨우쳐주는 해학적 명작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생전에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과 장소는 바로 '지금' 그리고 '여기'라고 설파한 바 있다. Now와 Here가 합쳐지면 'Nowhere'가 된다. 우리네 짧은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가장 피가 끓는 젊을 때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이젠 적금을 깨라! 가능한 다양한 일을 해보아라. 가능한 멀리 가보아라. 가능한 많은 곳을 가보아라. 가능한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아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인생도 그리 짧지만은 않다. 먼 훗날 그대가 디뎌온 땅과 돌들은 미래의 그대 인생에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보물로 변할 것이니…….
젊을 때 우는 사람은 늙어서 웃을 수 있으나, 젊을 때 웃는 사람은 늙어서 울게 되는 것이 인생사 법칙이다. 인생의 가치를 성공보다는 성장에 둔다면 삶은 전혀 다른 향기로 다가올 것이다.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외롭고 힘든 청춘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기성세대 또한 진실로 그들에게 선배로서 해주어야 할 것은 일시적 몰핀성 위로가 아니라 진정한 꿈과 이상의 가치와 도전의 위대함에 대한 설득이다. “우리 입장이 되어 보세요”라는 뼈아픈 말이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하더라도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분명한 건 건강해야 청춘이라는 거다.


이동규
이동규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정책 자문 교수, 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대통령 표창),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단 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생산관리학회 부회장, 품질경영학회, 서비스경영학회,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철도공사(KR) 경영자문단 CS위원장, LG 그룹 경영 자문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의 경영코드』(21세기북스) 외 품질경영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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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