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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예술가에 대한 질적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 예술가에 대한 질적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1. 전제 - 예술지원과 평가를 둘러싼 딜레마

21세기 자본주의 시장원리 속에서 예술이 상업화를 넘어 본연의 창조적인 역할을 하고자 할 때, 그 자체 수입으로만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공공재적 속성을 인정받아 정부의 공적 지원, 기업의 사회공헌, 개인 후원 등과 같은 사회적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예술이 공적, 사회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공재적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그 방법은 대체로 계량적인 접근에서의 가치 확산 성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은 현대사회에서 고립되기 쉬운 예술 스스로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하여 공공 속으로 이끌어내지만, 한편으로는 공공재로서의 예술의 효용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 속에서, 평가를 내리는 특정 사회나 집단의 기준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수모를 겪는 일도 발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술의 내면적 본성이나 정신적, 문화적 가치는 점차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그 존재적 궁색함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서 어떤 형태로든 공적, 사회적 지원을 받는 예술의 딜레마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지원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기준을 확립하는 문제는 21세기 예술이 처한 자율성과 공공성에 대한 이슈도 담고 있다. 예술의 자율성은 20세기 예술관의 핵심으로, 예술을 자연의 모방으로 이해하면서 자연의 내적 가능성을 창조적으로 서술한다고 보았던 전통적 예술관으로부터 탈피한 것이다. 여기에 ‘포스트모던’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21세기 예술의 자율성을 분방하게 확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술은 사회 속에서 나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체를 변모시켜 간다. 예술이 단지 수단이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인간, 그리고 사회로부터 자립적인 것도 아니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을 비롯한 비판이론가들은 예술의 자율성을 긍정하면서도 예술의 사회적 소임을 ‘비판’에서 찾았다. 그들은 예술이 삶의 모순을 폭로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함으로써 삶의 총체성을 회복하려는 열망을 드러낼 때에만 진정한 자율성을 획득한다고 말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사회적 지원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예술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공공재로서의 도구화 위험성에 노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21세기 자본주의 시장원리 속에서 존재하는 예술의 사회적 존재기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당위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공공성(또는 공익성)과 자율성 간의 긴장감과 균형 속에서 살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공적, 사회적 지원이 공공성의 맥락 속에서 잘 전개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다양한 사회적 합의, 환경, 정책과 제도 등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3. 예술가 지원의 성과에 대한 양적 접근 vs 질적 접근

예술가 지원에 대한 성과를 측정함에 있어 양적 접근을 보완할 수 있는 질적 접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부터 시작된다.

공공 지원에 대한 성과평가의 주된 방법인 양적 연구는 근대 서구사회 형성과 함께 전 세계의 학문을 이끌었던 실증적, 과학적 분석에서 주요한 접근 방법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말 현상학과 관련된 사상의 확산 등과 맞물려 양적 연구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1970년대 이후 질적 연구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양적 연구를 보완하는 방법론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개념적으로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rch, 정량적 연구)는 ‘얼마나 많이’에 해당하는 계량적 성과를 측정함으로써 통계적 결과를 설명하는 평가 도구로 주로 활용된다. 양적 연구는 ‘전문가’로서의 연구자가 구체적 이론 배경을 바탕으로 개입, 실험, 구조화된 설문조사 등과 같이 비교적 큰 표본과 구조화된 환경을 통해 접근하게 된다.

이에 비해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정성적 연구)는 양적 연구가 발견하지 못하는 본질적 측면과 그 작동 방법에 주목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완숙한 이해를 창출하고자 하는 접근 방법이다. 질적 연구는 ‘학습자’로서의 연구자가 이론적 가설 없이 관찰(Observation), 심층 면담(In-depth interview), 개인 기록의 분석, 참여 관찰(Participant observation),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등의 다양한 방법을 디자인하여 접근한다. 또한 질적 연구는 사회적 실체와 현상이 어떻게 해석, 이해되고 경험되거나 생성되는지에 관심을 둔다. 또한 자료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유연하고, 대상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에 관심을 기울이며, 피상적 유형이나 추세, 상관관계의 묘사보다 ‘본질적 형태’의 분석과 설명을 보다 강조한다.

때문에 예술가 지원에 대한 질적 성과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예술가 지원의 성과를 다룸에 있어 관객 수, 공연 및 전시 횟수, 만족도 등의 결과 중심적인 양적 평가를 넘어 예술활동 과정과 결과 전반에서 생성되는 본질적 가치를 맥락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예술이 지닌 진정한 사회적 가치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질적 연구는 소수 사람이나 사례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적 연구와 조화롭게 활용될 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4. 질적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예술가에 대한 질적 성과 추적은 어떻게 가능하고, 또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행한 〈예술인적자원 질적 성과측정을 위한 방법론 개발 및 사례조사(2014)〉를 통해 이와 관련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가동한 결과, 주되게 봉착한 이슈는 예술가 지원의 질적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여 그 유형을 구분할 것인가? 또 질적 성과유형에 대한 평가 방법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질적 연구를 위한 최소 여건으로서의 대상, 규모, 범위, 연구기간 등에 관한 이슈도 등장하였다.

이러한 이슈를 염두에 둔 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 지원사업과 연관이 있는 연극, 무용 분야의 중견 예술가 4인과 함께 예술지원 성과에 대한 질적 연구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다음 표와 같이 기존의 양적 성과지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차원의 질적 성과지표를 도출하였다.


〈표〉 예술가 환경 영역별 질적 성과지표 분석 및 양적 성과지표 비교

예술가 환경 영역별 질적 성과지표 분석 및 양적 성과지표 비교
환경 영역 질적 성과지표 양적 성과지표
대지표 세부지표
예술가 고유의 창작 영역 소유 - 예술가의 자기색깔(예술성)
- 예술가의 자존감
 
창작활동의 지속성 - 경력의 지속성 및 연속성 발표작품 수 발간물
예술가의 성장 가능성 - 작품성과 실험성
- 예술가의 자체검열
 
예술계 인지도 - 대외적인 평판
- 예술계 발전 기여도
- 언론보도 건수
- 보도매체 종류(해당 장르/타 장르/예술 외 분야)
유료관람객 수
입상 및 수상 경력 - 전문가, 평론가의 인정  
인적 네트워크 - 동료 예술가와의 협업
- 다른 장르와의 협업
 
예술계에 미친 영향 - 예술계 기여도
- 제자 및 후배 양성
- 평가/심사위원 경력
- 출판, 집필 경력
활동 횟수(공연, 전시, 세미나, 출판, 기타 행사)
관 객 관객의 호응도 - 관객의 반응
- 마니아층 확보 여부
유료관람객 수
예술의 대중성 - 대중의 관심 유발
- 예술의 파급력
관람객동원 수
사 회 예술의 사회성 -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 예술작품의 시대 반영
 


5.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장정

이번 연구에서 도출된 예술가 지원의 질적 성과지표는 제한적 사례조사 규모 및 심층 인터뷰 범위나 횟수로 인한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 지원의 질적 성과 측정 방법론 개발의 기초연구로서, 예술가 사례추적조사를 통해 질적 성과 유형을 도출하고,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화의 가능성을 검증하였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향후 심화된 연구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질적 성과지표 및 평가체계를 실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 예술가 지원사업은 적은 예산을 분배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소극적 차원에서 운용되어왔다. 그러나 21세기 급변하는 문화환경 속에서 예술가는 전통적 예술활동 방식을 고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술창작에서도 자율성과 공공성의 실천 영역이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보다 미래적으로 대처하면서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예술지원의 중요한 정책적 이슈이다.

때문에 기존의 양적 연구에 근거한 예술가 지원 및 성과 측정을 넘어 예술가를 둘러싼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질적 성과관리 및 지원체계를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예술지원 성과에 대한 질적 평가 방법이 체계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으며, 비록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예술가의 자생력을 키우고, 예술가의 질적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제반의 지원환경을 만들어가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추미경
추미경

축제에 대한 관심으로 문화현장에 발을 디딘 후 1998년 설립된 ‘문화다움’(구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창립 스태프로 참여, 현재 동 기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문화인력/축제/지역문화 분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로 참여 중이다. 최근 관여된 활동은 생활문화센터/생활문화공동체 지원사업 컨설턴트, 한국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 문화관광부 지역문화진흥계획 TF 위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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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