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문화정책 이슈

문화예술의 위기인가, 예술위원회의 위기인가

채경진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 오늘날의 문화예술 분야는 정말 위기일까

‘행정학의 위기’. 필자가 행정학을 전공할 때 학계에서 자주 듣던 말이다. 당시 갓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행정학의 위기에 관한 고려대 백완기 교수님의 글을 읽고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기억이 있다. 특히 행정학의 존재 의미와도 같았던 공무원 시험 필수 과목인 행정학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이 위기는 정점을 찍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공부문에서의 여러 활용성으로 인해 다시 학문적 활용도가 높아진 듯하다. 어쩌면 행정학자들은 공공부문의 미완성된 민영화가 유지되는 것을 내심 바랄지도 모른다.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게 되면서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하였으나 예술 분야에서도 이미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워 문화예술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매우 가능한 시기에 위기라는 말은 다소 아이러니한 단어이다. 과연 위기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에 지원되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에 발간한 ‘문화융성시대의 문화예산 세출구조개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총 예산 중 문화예술 분야의 재원은 2009년 14,339억 원에 비해 2013년에는 5,827억 원이 증가한 20,166억 원으로 첫 2조 원대를 돌파하게 되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1.8%로 동 기간 관광(5.2%)예산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하였다.
또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에서도 문화예술은 2009년 7,634억 원에 비해 2013년에는 4,389억 원이 증가한 12,023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12%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기준으로 예산 규모만으로 보았을 때 문화콘텐츠, 관광, 체육 분야와 비교하여 가장 높은 금액이다.
예산 규모로만 비교해보면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문화예술 분야가 위기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2. 위기에 처한 예술위원회

위에서 나타난 대로 현재의 예산 규모로 보아서는 문화예술 분야가 위기인가에 대한 논의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예술 활동 지원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는 위기 상황으로 보여진다.

첫 번째 위기, 연료 없는 차량을 운전하다.
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중흥을 위한 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예기금은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기금 고갈로 예산편성이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어쩌면 2004년 문예기금 모금이 위헌판결과 함께 폐지되면서 문예기금의 고갈은 이미 예견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이 예측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피부에 와 닿지 않아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나 전략이 미흡했던 건 아닌지 문화예술계와 예술위원회는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예술위원회는 현재 연료가 거의 바닥난 상황이며, 모두 합심하여 다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두 번째 위기, 둥지를 옮기다.
예술위원회는 2014년 4월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정착 초기만 해도 주변 인프라가 전혀 없어 도시생활에 익숙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14년 8월 8일 자 문화일보 기사에 의하면 지방 이전된 공공기관 직원의 20%만 가족전체가 이주하였고, 80%는 근무자만 이주하여 기러기만 양산된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서울에 비해 교육, 문화, 병원, 여가 등의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근무자만 불편을 감수하는 형태의 생활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금요일 퇴근시간에는 혁신도시 공공기관들 앞 도로가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로 인한 구성원들의 직무몰입과 만족감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부 특정 업무자나 사업부서의 경우 서울에서의 대면 업무가 많아 이로 인한 물리적 이동 시간의 낭비, 업무 피로도의 증가는 기관 차원에서 출장비 증가와 더불어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예술위원회의 도약을 바라며

첫 번째 도약, 문화예술지원사업 효과에 주목하자.
문예기금 고갈의 해법으로 문예기금이 고갈되면 안 되는 명백한 이유를 마련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술위원회는 지난해 1,7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지원하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거의 없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작년 국회에서 문예기금 확충에 대한 대토론회 개최 시 많은 기자들이 궁금해 한 것은 40년간 기금을 지원한 성과가 무엇이냐는 것이었고 예술위원회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지금부터라도 지난 40년간의 성과나 효과를 파악해내야만 한다. 더 이상 NEA나 ACE 등의 사례를 예술 후원의 당위적 근거로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
물론 이 작업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지난 40년간 몇 명의 예술가(단체)가 지원 혜택을 받았으며, 이를 통한 성공사례는 무엇이었는지, 그로 인해 국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공공성 증진에는 어떻게 기여하였는지 등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되어져야 한다. 그리곤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위원회는 40년간 국가 문화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또한 문화예술분야의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두 번째 도약, 하나가 되어 움직이자.
현재 예술위원회는 작년에 추진된 기관 통합으로 인해 한 지붕 세 가족이 지내고 있다. 예술위원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야 한다. 특히 조직몰입과 직무만족을 제고시키기 위한 조직문화 정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앞으로 예술위원회가 지향해야 할 기본 철학은 다음의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미 우주항공국(NASA)을 찾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은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 중인 청소부에게 훌륭한 청소부라고 칭찬하자, 청소부는 자기는 그저 청소부가 아닌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는 기관의 비전 및 미션, 핵심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전사적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라 생각한다.
예술위원회도 국민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즐거움과 사명감으로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하며, 이러한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관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얼마 전 개통된 KTX 호남선으로 인해 서울-나주 간 물리적 시간이 1시간가량 단축되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구성원들 간 심리적 거리도 잘 극복하여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길 바라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최고 전문기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채경진
채경진

2015년 4월부터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에 재직 중이며, 직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평가부에서 근무하였다. 현재 한국예술경영학회 총무이사, 한국문화정책학회 기획위원, 서울행정학회 섭외이사, 가톨릭대 문화비즈니스연구소 감사, 등재학술지인 문화정책논총 및 한국자치행정학보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총 30여 편의 논문을 전문학술지에 게재하였으며, 최근 문화정책, 문화행정, 공공조직에 대한 논문이 Public Performance & Management Review(2015), 예술경영연구(2015), 한류비즈니스연구(2014), 문화정책(2014), 한국행정학보(2013), 문화정책논총(2013) 등에 수록되어 있고, 저서로는 신박물관학(2015)이 있다.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