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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

최근 주변에서 자주 듣는 ‘문화융성’은 2013년 초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지표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추진 전략과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이하 융성위)’가 2013년 7월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시킨 것으로 유명한 김동호 위원장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1961년 문화공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문화부 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한국 문화정책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설립, 문화예술진흥 5개년 계획 등은 그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영화계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한 깊은 지식과 넓은 인맥을 가진 그야말로 융성위를 이끌기엔 적역임에 틀림없다. 융성위 출범 이후 약 1년 반 동안 김 위원장은 전국 문화현장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2013년 말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융성위에서는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문화발전계획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문화가 있는 삶’ 8대 정책과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은 융성위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융성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비판이 교차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에게 현재 융성위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융성위가 출범한 이후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그간의 소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지난 1년 반은 국정지표인 문화융성의 추진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던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융성위의 주된 과제가 문화예술 각 분야의 여론을 광범하게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니까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 격차를 좁혀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지방 곳곳에서 도시 재생 운동이나 문화마을 조성 운동이 자율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요. 조금만 지원을 해주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문화융성’이란 용어가 이제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국민이 문화의 생산자, 창조자가 되는 동시에 소비자가 됨으로써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바로 문화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문화로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Q. 융성위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8대 정책과제의 성과는 무엇이 있습니까?

융성위가 발족한 후 한 달 동안 광역시·도 지자체를 돌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당면 과제가 8개로 집약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인문가치 정립 및 확산, 생활 속 문화 확산, 균형 있는 예술 생태계 형성, 국내외 문화적 가치 확산, 전통문화의 생활화, 지역문화의 생성 및 발전, 문화와 IT기술의 융합, 아리랑의 체계적 전승을 위한 기반 마련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만 8대 정책과제의 토대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문가치 정립 및 확산 부문만 보더라도 융성위 산하에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위원회의 제안으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7대 중점과제를 발표하는 등 여러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또 지역문화의 생성 및 발전 부문에서는 2013년 말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중앙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없애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을 다니면서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서 시행령 안에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Q. 8대 정책과제도 있지만 사실상 융성위를 대표하는 사업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실시하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등 전국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턱을 낮췄는데요. 국민이 보다 쉽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해주십시오.

지난 1년여 기간 추진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점차 ‘문화가 있는 날’을 알게 됐습니다. 어느 매체가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0%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점에서 과반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예산이 좀 더 늘어난 만큼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어서 지난해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문화가 있는 날’이 국민들의 삶에 점점 정착되어가고 있는데요.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융성위가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는 민간기업들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유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공연이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인데요. 신세계나 금호아시아나, KT 등은 ‘문화가 있는 날’에 직원과 고객을 위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정시 퇴근이나 단축 근무를 통해 이런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기업문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문화가 있는 날’이 있지만 1주일에 한 번으로 늘어나고, 더욱 정착되면 ‘문화가 있는 날’을 따로 붙일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Q.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높았습니다만 아직도 인지도가 낮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향후 개선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동안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문화가 있는 날’이 주로 행해졌다면 앞으로는 지역에 더욱 역점을 둘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올해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예산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필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Q.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민간 예술단체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뮤지컬 같은 작품은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방 역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제작사에게 손해를 감수하면서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뮤지컬을 보고 싶은 경우 문화 이용권을 모았다가 활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직한 것은 지자체나 기업에서 일부 관람 비용을 지원하면 좋은데, 아직은 일부에 국한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경우 공연장 재정이나 규모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좋은 작품을 유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예술의전당이 발레, 오페라, 연극 등 수준 높은 작품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SAC 온 스크린’으로 지역에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어서 주목됩니다. 지역의 ‘작은 영화관’ 등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Q. 일각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이 너무 전시성 사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사업 초창기인 만큼 붐을 일으키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화가 있는 날’의 기본 취지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은 국민에게 문화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하는 단계입니다.

Q.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잘 이끌어오셨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융성위 위원장의 업무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융성위는 문화 전반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성과가 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영화제는 영화라는 장르 하나만을 다루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영화제 쪽이 일하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하지만 융성위 업무 역시 보람이 큽니다. 제 경우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문화부나 영화제에서 일하면서 해외는 많이 다녔지만 막상 국내는 잘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새롭게 공부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Q. 최근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제 사무국과 부산시 측의 갈등으로 힘든 상태라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기틀을 마련한 주역이자 현재 명예집행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갈등이 봉합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 같아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네요.

Q. 현재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시급한 것은 인문학, 예술, 기초학문을 진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은 우리 삶의 토대가 되는데다 국민의 정신문화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요즘 풍토에서 외면되고 있습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이들 분야를 하루빨리 진흥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단시간에는 안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문화와 IT를 접목시킨 콘텐츠를 통해 문화 한국의 입지를 넓혀 가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문화가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각박해서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사치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직접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가 되어 생활의 여유를 갖는 게 ‘문화가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악기나 그림을 배우는 것도 좋고, 1주일에 1~2번 전시회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현재 우리 주변 상황이 가혹해질수록 스스로를 위로하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사입력 : 201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