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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의 명품 조연 
“Interferencia” 공공미술프로젝트

김연희(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 주임교수)
  • 야외극장
    야외극장
    (사진: Festival Grec de Barcelona)
  • 그렉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그렉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기자회견장
    기자회견장


고전 음악부터 바로크 음악, 서정 음악, 재즈, 현대 음악에 이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 댄스 페스티벌, 연극 축제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유럽의 페스티벌은 뜨거운 유럽의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어느새 입소문을 통해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문화예술, 특히 공연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 되면 유럽의 여름 축제를 보기 위해 떠난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3대 여름 축제로 알려진 프랑스의 아비뇽, 영국의 에든버러, 그리고 스페인의 그렉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l 문화강국 카탈루냐 예술의 결정체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Festival Grec de Barcelona)”

스페인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의 대표 축제인 그렉 페스티벌(Festival Grec de Barcelona)은 1976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 39회를 맞이한다. 이 축제는 연극, 춤, 음악,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와 규모, 38년이란 역사를 통해 오늘날 카탈루냐 최고의 축제이자 유럽의 축제 역사를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으며, 바르셀로나 시민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진다는 관광 성수기 7, 8월 두 달에 걸쳐 개최된다. 이 축제는 에스파냐 광장과 후안 미로 미술관을 지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의 기념비가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몬주익(Monjuic) 언덕 중턱에 조성된 2,0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 그렉 시어터(Grec Theater), 그리고 바르셀로나 전역에서 공연이 이루어진다. 1929년 세계박람회를 목적으로 세워진 이 야외 공연장을 중심으로 바르셀로나의 주요 공연장 10여 곳에서 그들과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총 130~150여 작품을 2개월 동안 선보인다. 바르셀로나 시에서 주관하고 많은 기업들의 지원과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후원과 공연 입장 수익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이 축제의 모든 공연은 유료로 진행되고 있다. 무료 공연과 미술관·박물관의 무료입장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때 혹여 ‘입장수입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한해 평균 천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는 통계를 보며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이 축제의 목표는 카탈루냐 지역의 훌륭한 공연예술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전 세계의 수준 높은 공연예술 작품을 바르셀로나 시민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와 장기간의 협력관계를 갖는 한편, 프로그램에 대한 현지의 신뢰도를 쌓고 자신들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수준 높은 공연 팀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또한 단일 장르의 예술 축제가 아닌 종합예술 축제이기에 축제의 모든 프로그래밍은 바르셀로나 시 공무원들이나 축제사무국에서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전문가와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일정 부분 프로그래밍의 권한을 외부에 위임하여 스펙트럼을 넓히고 경직된 행정 시스템에 유연함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축제의 독특함과 참신성도 중요하게 여기기에 축제는 창작극과 실험극, 예술극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l 명품 조연 공공미술프로젝트 “Interferencia(Intervenciones Artísticas en Espacios Urbanos)”  

위에서 설명한 대로 종합예술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렉 페스티벌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그건 바로 부대 행사로 펼쳐지는 인테르페렌시아(Interferencia) 공공미술프로젝트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이 프로젝트는 축제 기간 동안 광장, 골목, 길, 정원 등 일상의 장소를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시작되었다. 2004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공모를 통해 미대 학생들과 공공미술 설치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하고 유럽의 뉴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바르셀로나에서 활동 중인 미국, 영국, 아프리카, 일본 등 전 세계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필자 또한 우연히 대학원 게시판에 붙은 공모 포스터를 보고 응모해 당선되어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품 선정 기준은 공공장소라는 장소의 특징을 살려야 하며 한시적인 전시 기간과 대상이 시민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중성을 띤 작품을 우선으로 하며 심사는 작품 계획서와 작품 제작에 필요한 제작 견적서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살펴 학연, 지연이 아닌 철저히 작품위주로 선정한다.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며 시민들은 홍보지도에 표시된 곳을 찾아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필자는 “CONECTATE”(번역하자면 “연결해”라는 뜻이다)라는 작품으로 참여하였다. 축제를 위한 작품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놀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어릴 적 빈 깡통이나 종이컵에 줄을 연결하여 놀던 전화기 놀이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제작하였다. 마치 핸드폰처럼 컵은 바꾸지 않고 줄을 뜯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만들어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의 컵에 줄만 연결하여 대화하면 된다. 컵에는 지하철 역명이 적혀있어 상대방의 이름을 몰라도 순간 떠오르는 역명을 불러 대화상대를 찾아 전화선을 연결한다. 놀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먼저 광장에 팀원들이 모여 전화기 놀이를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구경하러 왔던 시민들은 하나둘 컵을 들고 떠들기 시작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왔던 어르신들도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신나게 놀았다.


  • 필자의 프로젝트 “CONECTATE” 전시 풍경
    필자의 프로젝트 “CONECTATE” 전시 풍경


다른 한편에선 광장 바닥에 바르셀로나 지도를 축소하여 펼쳐놓고 시민들에게 본인이 사랑하는 지역을 스티커로 표시하게 하여 지도를 완성하는 바르셀로나 팀의 작품, 고무장갑에 바람을 넣어 마치 손처럼 여러 개를 설치하여 재미를 준 콜롬비아 팀의 작품, 색색의 테이프를 이용해 바닥에 문양을 만들고 메시지를 적어 완성한 멕시코 팀의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이 도시를 채워갔다. 이와 같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이외에도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커뮤니티 아트가 펼쳐진다. 축제의 주연들이 도심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명품 조연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예술이 너무 어렵다거나 어색하지 않음을 ‘놀이’라는 소통의 방법을 통해 제시한다.

l 소통을 위한 소통

축제의 주연 뒤에는 축제의 재미를 더해 주는 축제의 명품조연이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과천축제 등 한국도 요즘 많은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을 하고 있으며, 아울러 문화소외 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예술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발제한구역과 달동네를 알록달록하게 치장하는 마을 미술프로젝트,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작가들을 투입하고 시장 상인들을 유도하여 변화를 꿈꾸는 시장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감대 형성을 배제하고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소통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십 년을 일관성 있게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의 모습을 통해 카탈루냐 예술의 잠재력이 오로지 보여주기 위한 공연예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축제의 주인인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해 나가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렉 페스티벌을 통해 축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축제란 무엇인가? 일상에서 벗어나, 즐겁게 예술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는 소통의 통로 아닌가? 목적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놀며 즐기며 소통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예술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의 예술(Community art)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부족한 이 글이 정책 없는 문화 도시의 현실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어떻게 길을 모색하며 나아가야 할지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관련 링크]
www.bcn.cat/grec
www.bcn.cat/barcelonacultura
www.bcn.cat/tiquetrambles


  • 바르셀로나 팀 전시
    바르셀로나 팀 전시
  • 콜롬비아 팀 전시
    콜롬비아 팀 전시
  • 멕시코 팀 전시
    멕시코 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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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