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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지역 공연예술 성장을 위한 문화정책 방향과 과제

장혜원 (국립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사회 여러 분야의 환경적 영향을 받아 공연예술 분야는 질적, 양적 성장을 지속해왔고, 시장 규모 역시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뮤지컬 등 산업이라는 용어를 적용할 수 있는 영리적 성격의 장르에서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지원을 받고 있는 쪽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주로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문화정책의 시행 대상이자 공공의 지원을 받는 입장이었던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에서 최근 비영리와 영리적 목표를 동시에 기치로 내걸고 대형 공연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는 점은 흥미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일방적 수혜의 성격을 가진 지원형태가 바뀐 것은 크게 없으며 기치로 내걸었다고 그 목표를 모두가 달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문화정책적 변화의 흐름과 오늘날 지역 공연예술계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각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재창조 등을 목표로 한 '지역문화의 해' 사업이 진행되었고 정부 부처에는 지역문화과가 신설되어 각 지역 문화생태계의 현실과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진 바 있다. 일부 지역 공공 공연장이나 문화재단, 축제의 기획제작 예산이 중앙의 그것을 훨씬 초과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이즈음부터일 것이다. 비슷한 시기 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살펴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제3조 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 진흥을 위하여 기술의 개발과 조사, 연구사업의 지원, 외국 및 문화산업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력체계 구축 등 필요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제3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는 현재 이에 근거하여 지역의 문화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매칭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재원확보를 통해 문화산업 관련 정부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이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축제 및 공연이 애니메이션과 거의 같은 비율로 지원사업 분야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역 자체 제작 편수의 증가, 공연장과 같은 인프라의 확대 등으로 인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전체 공연시장 구조까지도 다소간 영향을 받고 있음은 문예연감과 같은 공개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되, 기존에는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기 완성된 콘텐츠를 구매하여 지역민에게 제공하는 단순 프리젠팅의 비율이 높았던 상황에서 급격히 특정 장르 편중, 대형화 일변도로 되어가는 제작의 흐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역에서 공공 지원이 전체 혹은 일부 투입된 프로덕션들은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 인물, 전설/설화, 전통문화 등의 자원들을 주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는 일차적으로 지역 이미지 제고, 지역민의 자부심 고취, 정체성의 브랜딩 작업이라는 목표에 복무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작품들을 공연 관광적 측면에서도 조명하고 집객과 산업화까지 바라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영웅서사와 권선징악의 평면적 이야기 구조를 넘어선 보다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요구되며, 실제에 기반한 허구적 창작물에 대한 상상력의 허용치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문화복지의 일환에서 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지역에서 공연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의 초점이 이동하고 이에 따라 공공 자원이 대규모로 투자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으나, 단계별 발전 전략이나 기초적 역량 강화 플랜이 생략된 채 트렌드에 부응하는 식 혹은 산업적 가치에 편중된 기획이 늘고 있는 것은 현 단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해외 사례의 성과를 우리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하는 대형 실경공연의 증가나, 실상은 장르의 전범을 제대로 따르고 있지 못하면서도 뮤지컬이라는 표제에 경도되어 있거나 하는 상황의 근본적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올 상반기에 올려 진 한 지자체의 공연은 야심 차게 서울 투어까지 감행했으나 유료 관객 12명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양 홍보를 했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보몰(William.H.Baumol)과 보웬(William.G.Bowen)은 1960년대에 발간한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Performing Arts: The Economic Dilemma)』에서 이미 공연예술이 가지는 노동집약적, 비용 체감 산업적 특성을 들어 공연예술이 구조적으로 만성적 적자일 수밖에 없고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한 바 있는데, 오늘날에도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관객 수의 적고 많음을 떠나 미학적 성취나 지역 공연예술을 위한 토대 다지기, 관객동원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스테리하게도 한 작품도 예외가 없이 호평을 받았고,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천편일률적 홍보와 보고서로 자위하기보다는 창작자와 향유자, 지원주체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역의 예산이 쓰이는 공연이지만 이것이 대규모일수록, 낯선 장르일수록 그 지역 인력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장이 되기보다는 중앙에서 모셔온 예술가들의 무대가 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최고의 창작진이 모였음에도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면서 다시 지역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로 기울기도 하는데, 뮤지컬과 같은 분야는 이를 소화할 만한 훈련받은 크리에이티브팀과 배우층이 얇은 까닭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기술 쪽에서는 표면적으로 지역 업체와 계약을 하고 이 업체가 역량 부족으로 다시 서울이나 대구 등 대도시로 외주를 주는 하청의 재하청 같은 기형적 현상도 일어난다. 일정 수준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지명도 있는 중앙의 예술가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도, 지역 인재 양성의 명분을 내세워 실력 있는 타 지역 예술가나 업체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제작진과의 교류와 협업, 지속적 네트워킹을 통해서도 노하우를 축적하고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인력 확보와 양성 시스템 구축, 유무형의 지역 문화자원을 연구하고 구체적 레퍼토리로 개발 가능케 하는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 모두가 당면 과제이다. 또한, 정상적인 제작 시스템의 프로세스인 리서치, 프로덕션 구성, 리딩 워크숍, 리허설 워크숍, 프리뷰 등의 과정을 단계별로 밟으려면 현재 공적 지원이 투입되는 대형 지역 공연들에 주어지는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 내외의 준비기간은 턱없이 짧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지역의 다수 공연콘텐츠들이 획득하고자 하는 경제적, 산업적 가치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내재적, 사회적 가치의 측면에서의 접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기초예술 분야의 성장의 토대가 더욱 갖추어져야 한다. 지역민으로서는 양질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 또 기획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질적 양적 성공의 경험, 이러한 좋은 경험들의 축적과 성공 사례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의 인프라로 이를 단기간에 이루기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지역에서는 중앙에 비해 대형 프로덕션에 투입된 공적 지원에 대한 재정자립도나 회수율을 비교적 덜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취약한 관객기반 극복 등 저변 확대, 제작역량 제고, 평가 시스템 도입, 인력 양성과 활용의 장기 로드맵을 차분히 구축하고 실행하기에는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역의 공연예술이 산업으로 성장하고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소수의 대형 공연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기초 근육 강화 사업들에도 효율적으로 분산 지원하여 안정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당장의 수치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혜원
장혜원

고려대학교를 거쳐 중국 중앙희극학원에서 공부하였으며, 현재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베세토 연극제 위원과 베이징 청년연극제 국제교류 프로그래머로서 중화권과의 공연예술 교류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예술경영학회 국제교류 이사,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정책포럼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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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