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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창작음악의 현장 속으로 투신한 ARKO
1년간의 고군분투기

이종국 (창작지원부 음악사업 총괄)
  • 그 1년간의 고군분투기


작년 이맘때, 반 년 넘도록 준비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음악분야를 신설하면서 도입한 오.작.교 프로젝트(오케스트라-작곡가 교류활성화 지원사업의 브랜드)의 첫 번째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겪었던 무수한 갈등과 설득 그리고 고민. 이어진 생애 첫 작품발표회 지원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10명의 작곡가와 그들의 색다른 시도들. 아창제 기획연주회를 통해 오늘의 우리 음악을 접한 2,923명의 관객들. 체코와 루마니아를 비롯하여 전주, 부산, 안산, 청주에서 ‘재연’된 7곡의 지속연주지원사업 참가 작품들이 보여준 레퍼토리화의 가능성. 창작오페라 지원방식의 체계화를 위해 도입한 전막프리뷰 공연과 홍보지원.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현장에서 함께 지켜보고 생생한 의견을 전해준 20명의 음악사업 모니터링단까지.

위에서 열거한 활동처럼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무엇인가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함에 있어서 한 치의 망설임이나 게으름도 없던 꽉 찬 12개월이었음을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갈급함을 느끼는 이유는 결국 ‘아직은’ 섣불리 성과와 성공을 논하기에 음악현장이란 큰 호수에서 우리의 활동이 일으키는 긍정적인 신호가 곳곳에 도달하기에는 요원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업진행 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첫째, 현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환상 속에 빠져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아창제는 돈이 많으니까 프로그램북에 이렇게 요란하게 장식도 하고, 종이도 두껍고 질 좋은 것을 쓴다’라는 음악계 인사들의 말을 들었을 때, 서운하기도 하면서 여전히 우리 사업의 취지에 대한 설명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창제의 총 예산이 4억 원이라고 하지만 두 번의 기획연주회 준비와 연간 사업운영 경비 등을 제하면 프로그램북 제작이나 홍보비를 편성하기에는 늘 빠듯한 형편이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우연히 종이를 후원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소개받게 되어 약 1천만 원 상당의 최고급 종이를 기부 받아 (디자인은 몰라도) 작곡가들의 개별 홍보자료와 아창제 프로그램북을 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준비한 작곡가들에 대한 ‘예우’라는 것이 평소 작곡발표회 준비에 단 몇십 만 원의 예산이 부족하여 전단의 재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음악가분들에게는 그 뜻이 온전히 전해지지 못 했으리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창작음악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소위 창작음악 3총사라고 홍보했던 사업들의 전체 예산을 공개하고 심사진행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를 기존보다 점차 확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장에서 알아서 그 정보를 찾아보고 애써 실무진들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둘째,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심사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잘한다는 자만이다.
‘심사의 공정성’은 우리 예술행정가들에게 언제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야심차게 시도했던 새로운 절차와 방식에 대한 효과를 실제보다 크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다. 사전에 심사위원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이나 심사위원 구성을 작곡가 부문, 지휘자 부문으로 분리하여 각 전문영역의 입장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시각의 차이를 대조해보는 심의구조 개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서면인터뷰 도입과 관련된 경험을 들 수 있겠다. 공모사업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규격화된 신청서 양식에서 벗어나 각 신청자가 추가로 피력하도록 한 것이다. 서류작업 스킬과 관련되어 실무자가 검토하기에 중요한 사항인데 서류상에는 간략하게만 기재되어 있어 심사위원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해 5개 내외의 맞춤형 질문을 제시(오작교 프로젝트, 생애 첫 작품발표회 지원심의에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행정적으로 많은 업무부담과 준비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실제 현장 인터뷰와 추후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지원대상과 사업담당자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실무진의 역량부족으로 정작 심사에 중요한 핵심사항은 건드리지 못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꼬투리 잡는 듯한 질문지를 받고 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피드백을 받은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셋째, ‘현대음악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에 대한 암묵적 동의였다. 사실 지금 이 순간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굴복하고 싶지는 않다. 우선 이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관객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유명 온라인 클래식동호회 사이트에 수십 개씩 달리는 베를린필하모닉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와 감상평 뒤로, 악플보다 더 무서운 무플로 방치된 아창제 홍보 게시글을 보며 절감한 바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며, 기존 클래식 음악계의 루틴(관행)에 대한 비꼬기를 시도했고, 그것이 틀렸다고 규정했다. 그렇게 우리 나름의 노력이 구체화 된 것이 바로 여러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공포영화 포스터를 차용한 2013년 홍보전단(창작음악이 어렵지 않다는 새빨간 거짓말... 로 시작하는)과 아창제가 제안하는 창작음악 감상법(1. 듣는다. 2. 참는다... 등의 단계별 대처법) 시리즈이다. 당시에는 논란도 관심이라며 오히려 내심 반겼으나,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음악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 앞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홍보 전략을 점검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답은 지금도 찾지 못한 상황이나, 한순간의 치기 어린 도발이나 이벤트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다.

실패란 포기하는 순간 확정되는 것이다.

이 글을 포함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음악사업 담당자 4인이 쓴 원고에는 공개적인 지면에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최대한 담고자 했다. 그것이 논의를 시작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간 공공에서 많은 현장 의견수렴을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실무진은 듣는 입장이었고 회의 내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열심히 어딘가에 받아 적더라. 하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없고 몇 년째 입 아프게 같은 얘기만 하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푸념을 하시는 원로분의 말씀이 요즘 말로 참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요즘 우리 실무진들이 하는 고민이 있다. “과연 작곡가에게만 지원을 집중한다고 창작음악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이 고민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현재 창작곡의 재연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연주지원사업 2.0’ 도입과 지휘자에 대한 창작음악 연주경험 및 작곡가와의 교류 확대 기회 제공 방안 등을 연구하고 또 구체화 시켜나갈 예정이다. 우리는 결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파 고졸 요리사가 선보인 ‘분자요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 낯설고 머릿속에 선뜻 그려지지 않는 신개념 요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머지않은 시기에 100년 후에도 즐겨 들을 오늘의 우리 음악이 일상 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것이 또 다른 ‘고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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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