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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지역문화진흥법 1년의 성과와 과제

서순복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
  • 지역문화진흥법 1년의 성과와 과제


지역은 국가의 근간이다. 한 국가의 문화정책은 지역 문화정책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또한 지역문화정책은 핵심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의 시대는 문화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촉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생활기반인 지역의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환경과 생활양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활동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지역에서의 어메니티(amenity)에 대한 강조나 문화도시, 창조도시 등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세계 각국은 지역의 어메니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도시나 창조도시에 대한 주목도 지역발전에 문화예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관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역문화정책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정책환경 변화 중 하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에서 세종신도시 즉 지방으로 이전하였다는 점과 더불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영화진흥위원회 등 문화 관련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은 향후 정책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 지역문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입법적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현 정부 들어 문화융성이라는 국정 기조 하에서 ‘문화기본법’이 2013년 12월 10일에 제정되었고, 「지역문화진흥법」(이하 법)이 2014년 8월 19일에 제정되었다. 법 제정 이후 1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 운영상황을 점검해보고 그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법은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또 법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기본계획을 반영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맞게 시행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평가하여야 한다(제6조). 2015년 7월 현재 기본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행계획 수립을 위해 조만간 확정하여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송부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그 초안을 올 8월 말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계획 실행에는 결국 예산이 문제가 된다. 기본계획에서는 예산 지원에 대한 부분은 명시되지 않고 사업아이템만 제시하고 실질적인 예산 부분은 각 지자체 시행계획에 담게 된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지역사업은 지역발전 특별회계를 통해 자율편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현실에서 법이 제정된 지금,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중앙문화정책기관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실효성을 담보해줄 필요가 있다.
법이 제정되고 나서, 전국 자치단체별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자치입법이 제정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역문화진흥조례 예시안을 올 6월에 지자체에 송부하였고 현재 각 지자체에서 준비 중이다.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조례 이외에도, 중앙문화부처는 생활문화진흥에 관한 조례(안),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 및 운용 조례(안)이라는 표준모델을 제시하였다.

법 제2장에서는 생활문화지원과 생활문화시설 확충지원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살고, 교류하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고서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표현자는 ‘뛰어난’ 프로 예술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시민이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우수한 ‘생활’의 장과 ‘교류’의 장, ‘학습’의 장이 있는 것이야말로 우수한 ‘표현’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며, 달성된 ‘성과’라는 선별적인 조건을 전제로 해서는 무명의 프로페셔널과 다수의 아마추어는 배제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문화행정·정책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시민에게 그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며, ‘시민 모두가 문화적 존재’라는 인식과 이념을 빼고서는 있을 수 없다(서순복, 2004). 이러한 이념에 입각한 시민문화의 활력이야말로, 지역과 도시 정체성의 기초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활문화진흥 규정은 그 의의가 크다. 생활문화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지역의 생활문화진흥’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지역 혹은 지방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지역의 생활문화를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 규정(제7조)의 운용은 특정 단체나 동호회뿐만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의 문화적 욕구의 충족 및 발산, 교류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법 제3장에서는 지역문화진흥기반 구축을 위해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과 지역 간, 지역-기업 간 협력활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올 6월에 지정하여 추진 중이다. 지역문화의 자생력과 지역문화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의 문화자치를 활성화하는 데에서 전문인력의 중요성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김홍규 이상열, 2014). 경력인증제 또는 자격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활동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일자리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이후에 전문성과 현장성이 강화된 전문인력을 생활문화자원센터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에서 전개되는 각종 문화 프로젝트에 지역인재 할당제(쿼터제, 예컨대 최소한 30%)를 실시하여 수도권 전문인력의 활용과 지역인력 발굴육성의 균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에만 문화전문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의 문화기획·연출 역량이 다소 미흡하다 하더라도 역사성과 지역성의 토대 위에서 문화창조역량을 북돋우어야 한다.

한편, 법 제4장에서는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분야별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문화도시심의위원회가 설치되고, 심의위원을 이번 7월에 위촉하였다. 법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별로 문화도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15조). 다만 「지역문화진흥법」에 문화도시 조항이 있기에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도시 관련 특별법 제정보다는 해당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 창조성, 예술성을 토대로 문화도시 조성계획 입안 역량을 강화해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신청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 제5장에서는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 지원하고, 지역문화진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문화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제19조). 우리나라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 독자성, 책임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문화재단의 조례, 정관, 예산구조, 조직구조 등 제 규정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재단의 기능이 문화시설관리에서 정책개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예술단체 지원, 지역문화협력 및 교류 등으로 대상사업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부천시 문화재단법인 설치 및 운영조례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법 시행 이후 1년이 되어가면서 상술한 바와 같이 법의 시행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지자체별로 지역문화진흥조례를 포함하여 다수의 관련 자치입법이 제정 중이고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지정, 생활문화지원센터 건립, 생활문화공동체 조성 등을 포함하여 지역문화진흥 관련 많은 예산이 집행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라 법 집행상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특별히 찾기는 어렵다.
이제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문화민주주의 시대에 문화분권과 문화자치라는 철학과 패러다임을 방향으로 확립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문화행정이 국가 문화행정의 축소판일 필요는 없다. 국가는 중앙정부 주도로 지역문화정책을 전개하려 하지 말고, 지역의 자생적 문화수요와 역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역문화의 자율적 발전을 간접 지원해야 한다. 지방은 중앙정부에 의존하거나 중앙문화 아니 서울문화를 모방하지 말고, 지역특성을 고려한 지역문화정책을 개발·집행하여야 한다. 즉 문화자치 차원에서 지역특성화를 시켜야 한다.
진정으로 생활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 정책대상집단에 주민생활문화단체나 동호회 이외에도 그 외연을 확장하여, 시민문화자치의 활성화로 문화예술행정이 전개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문화예술 감상, 비평, 표현 그리고 창조와 교류 능력을 향상시키며, 지역문화 전문인력층을 두텁게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문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참고문헌〉
김홍규·이상열. 2014.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체계 구축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본연구 2014-35.
서순복. 2007. 지역문화정책. 광주: 조선대학교출판부.
           2004. 지역문화정책 평가 연구. 지방정부연구 제7권 제4호


서순복
서순복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행정학회장, 한국문화정책학회 부회장, 한국지방정부학회 부회장과 광주문화도시협의회 공동대표, 한국문화관광해설사회장을 역임하였다. 시골 분교인 숲속문화학교에 살면서 밭농사를 조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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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