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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포르투갈] 오픈 하우스 포르투(Open House Porto)

전수현 (포르투 건축대학 석사과정)
  • 마토징유 크루즈 터미널
    마토징유 크루즈 터미널
  • 주르날 드 노티시아 신문사 건물
    주르날 드 노티시아 신문사 건물
  • 마리스타 학교
    마리스타 학교


7월 첫 주말, 포르투는 보라색 팜플릿과 지도를 들고 골목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처음으로 열린 ‘오픈 하우스 포르투(Open House Porto)’ 주말이었다. '문이 열린 건축(Arquitetura de porta aberta)'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기는 했지만, 미디어와 대중 모두 영문 타이틀 그대로 '오픈 하우스'라고 부르는 것에 더 익숙해졌는데, 20여 년의 역사가 지나는 동안 이 이름이 이제는 고유 명사처럼 자리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픈 하우스’는 런던에서 1992년 ‘오픈 시티’ 기획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들 문을 열어, 대중들에게 이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선사하는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픈 시티’에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축제처럼 꽃을 피우는 행사는 역시  ‘오픈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화 행사가 지역을 넘어 보편성을 획득하며 확장되는 것에는 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사회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부터 포르투에서는 비슷한 맥락과 제목으로 건축 관련 작업실과 사무소들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던 적이 두어 차례 있었다. 이미 그때 호응의 정도와 사회적 요구를 감지한 바가 있다 보니 올해부터는 ‘오픈 하우스 월드 와이드’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기획을 하게 된 것이다.

l 문이 열린 집

포르투갈의 ‘오픈 하우스’는 리스본 건축 트리엔날레(Lisbon Architecture Triennale) 재단에서 기획, 지원하면서 리스본에서는 재작년부터 시작되었고, 포르투에서는 올해건축의 집(Casa da Arquitectura)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건축의 집은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1933~)의 아카이브 및 북부 포르투갈 건축가들의 자료를 기록, 관리하고 여러 행사를 주관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포르투(Porto)만이 아니라 그 광역권인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마토징유(Matosinhos)까지 아울러 총 42개의 건축이 이틀간 손님을 맞이했다. 특히 포르투 외곽 지역에서는 지자체별로 대중교통 거점과 오픈 하우스들 사이에 시가 마련한 특별 버스가 운행하는 등 시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 했다.  

원래 사람들이 북적이던 몇몇 문화 예술시설의 경우에도 이 주말만큼은 입장료 없이 관련 건축가의 안내를 직접 받으며 공간 읽기에 참여할 수 있었고, 호텔 동 엔리크(Hotel D. Henrique)와 함께 1970년대 포르투를 상징하는 고층빌딩인 '주르날 드 노티시아(Jornal de Noticia, 포르투갈에서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는 신문사) 타워'라든가, 최근에 문을 연 건축가 루이스 페드로 실바(Luís Pedro Silva)의 '마토징유 크루즈 유람선 터미널'도 구석구석 대중에 공개되었다.

그중 마리스타 학교는(O Colégio dos Maristas)의 경우는 1900년대에 지어진 신고전 양식의 학교로, 그 입지 조건을 높이 사고 있던 포르투갈 은행에 십수 년 전 매각되었고 건축가 안토니오 포르투갈(António Portugal)과 마누엘 헤이스(Manuel Reis)의 재건축으로 2006년 ‘주앙 알마다 재활성화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포르투 건축가인 주앙 드 알마다(João de Almada)를 기리는 이 상은 2년마다 좋은 재건축 작품을 수여하여 포르투 시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새로운 쓰임에 맞추어 주차장을 비롯한 다목적 컨퍼런스 홀 공간을 새로 확장하면서도 기존 건물에서는 평면의 큰 변화 없이 크고 작은 회의실과 접무실들을 안착시켰고, 학교로 쓰이던 시절에 방치되다시피 한 벽화들까지 개칠 없이 복원하는 섬세함을 보인 재건축이었다. 수상에도 불구하고 은행소유의 고급 사무공간이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오픈 하우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보안상의 문제로 사전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었지만 역시 쉽지 않은 기회다 보니 예약이 6월 전에 마무리될 정도였다. 특히 첫날 투어에서는 이 마리스타 학교 출신의 방문객이 찾아와서 건축가와 다른 참가자들에게 추억이 담긴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오픈 하우스 포르투’에는 개인 주택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는데, 신축 직후라 비어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편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건축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요즘 집주인이 집을 비우는 사이에 그 집을 잠시 빌려 쓰는 에어비엔비(Airbnb)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죠. 그건 에어비엔비라는 시스템이 단순하게 호텔의 저렴한 대체품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여행을 하면서 잠깐이나마 그 지역 사람들이 사는 집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거죠. 그와 비슷한 이유로 오늘 여기에 많은 분들이 오신 걸 겁니다. 오픈 하우스는 여행 없이 가능한 짧은 숙박 같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큰 호응이 이어질 거로 생각합니다.”
이번에 소개된 빅토리아(Vitória) 골목의 집(‘오픈 하우스 포르투’에서 주택들은 대부분 길 이름으로 불린다) 주인이자 건축가인 파울로 프레이타스(Paulo Freitas, 마리아 주앙 마르께스(Maria João Marques)와 공동작업)도 안내 도중에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오픈 하우스 포르투’ 주최 측의 집산에 의하면 만 천여 명의 참여가 이루어졌는데 의외로 그중에서 건축 관련 종사자와 건축과 학생은 20%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주택의 경우 예고된 인원보다 세배 이상의 참여자들을 보였다는 통계도 고려한다면 앞으로 ‘오픈 하우스 포르투’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게 될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l 참여. 방문객과 봉사자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콜'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 모집에서도 기대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전해진다. 필요한 인원을 훌쩍 넘어선 지원자들로 인해 내년 오픈 하우스 봉사자 자리까지 일부 예약이 이루어지는 일이 발생하여 화제가 되었다.

예상을 넘어선 호응으로 첫날 오전에는 혼동이 적지 않았는데 참가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몇 가지 해결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방문하도록 되어있었던 공간은, 방문 회차를 늘림과 동시에 순번대로 그룹을 지어주고 방문 예상 시간을 알려주면서 입구에서 줄을 지어 막연하게 기다리는 일을 피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주거의 경우에는 한번에 8명에서 15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데다가 상대적으로 협소한 골목에 자리한 경우가 많아서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것이 여러 불편함을 발생시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의 임기응변들 덕분인지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집 구경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줄어들지 않았는데, 특히 여름 햇볕 아래에서 집들을 찾아다니느라 박물관 관람 이상으로 피곤한 상태였을 텐데도 관람 동안 집안의 가구에 걸터앉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 세계의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 삶에서, 살아있는(live) 쇼케이스로 ‘오픈 하우스’는 점차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속한 도시 공간과 그에 대한 막연한 자부심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공간의 공공성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이 쇼케이스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라면 이미 이런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그 출발이 순조로움을 읽을 수 있었다.


오픈 하우스 포르투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2015.openhouseporto.com/


  • 오픈 하우스 포르투 포스터
    오픈 하우스 포르투 포스터
  •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