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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공동체 일상을 둘러싼 다양한 소리에 주목하다
소리공동체 : 공동체를 둘러싼 세상의 목소리

이영주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삶의 울림, 인간의 언어(제1전시실)
    삶의 울림, 인간의 언어(제1전시실)
  • 대지의 리듬(제2전시실)
    대지의 리듬(제2전시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개인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끊임없이 공동체 문화에 둘러싸인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본질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이해관계에 있는 개인이 모여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공동체라면 이러한 관계가 계속해서 작용할 때 그것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르코미술관이 9월 23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소리공동체》 전시는 ‘공동체는 역사적이다’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공동체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소속되는 개개인의 집합이 아닌 개인들을 포용하는 이해관계의 교집합으로서 공동의 차원 위에 서게 된다. 그렇기에 각 개인의 개성과 자유에 기반을 둔 ‘서로 다름’은 공동체를 더욱 강한 결속력으로 뭉치게 할 가능성을 지닌다. 《소리공동체》 전시는 오늘날 공동체 삶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반성에 대한 질문의 시도로 기획되었다.

‘소리공동체’에서 ‘소리’는 우리 공동체 일상의 현재의 반영이다.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 각각이 형성한 세상의 목소리이다. ‘삶의 울림, 인간의 언어’, ‘대지의 리듬’ 등 크게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소리공동체》 전시는 ‘공동체’라는 커다란 화두와 ‘소리’라는 매개체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과 예술적 실험이 작품에 그대로 전달된다. 김다움, 김준, 박준범, 백현주, 장민승+정재일, 조혜진 등 총 7명(6팀)의 참여 작가들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오늘날의 공동체에 대해 진술한다.

l 삶의 울림, 인간의 언어

첫 번째 섹션 ‘삶의 울림, 인간의 언어’는 공동체 내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이 발언하는 말과 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준은 관람객들이 소지하고 있는 전자기기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대역폭의 파장들을 소리로 변환시키고 전자파의 노이즈를 청취할 수 있는 장치 〈템페스트〉를 고안했다. 관람객들은 공동체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리에 대해 재고하고 그것의 정보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실험적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작업의 중심축으로 하는 백현주는 ‘아나운싱’과 ‘TV’라는 매개를 통해 소리의 의미화 과정을 실험한다. 〈말이 되는 소리〉는 ‘소리’가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에 공표됨으로써 ‘의미화된 언어’로 생성되는 과정을 그린다. 반면 〈들은 소리 하는 말〉에서는 주민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들은 ‘소리’가 다시금 그들의 언어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조혜진이 한국사회에서 다뤄지는 도시문제 중 하나인 ‘재개발’ 현장에 기반을 두고 작업한 〈길음 뉴타운 연작〉은 작가가 공동체 구성원들과 나눈 대화를 ‘벽지’에 담아 그들에게 소소한 개인의 역사로 되돌려준다. 박준범의 4채널 비디오 〈8개의 언어〉는 ‘퍼즐’이라는 게임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 관계망을 탐문한다. 언어적 소통 교환이 불가능한 그들이 대신 선택한 움직임을 통한 소통방식은 공동체의 화합을 이뤄가기 위한 대안적 제안이다. 김다움의 〈흩어지는 속삭임, 포개지는 눈짓〉은 1960년대 대학로와 탑을 둘러싼 기억과 경험, 그리고 현재의 해체적 상황을 소리와 이미지로, 또 다른 영상 작품 〈상호간접〉은 미술 공동체 내에서의 다양한 관계인 ‘전시’에 대한 경험을 텍스트로 소환함으로써 공동체 내에서의 축적된 문화사회학적 역사를 환기시킨다.


  • 백현주의 <말이 되는 소리>
    백현주의 〈말이 되는 소리〉
  • 박준범의 <8개의 언어>
    박준범의 〈8개의 언어〉
  • 김다움의 <상호간접>
    김다움의 〈상호간접〉


l 대지의 리듬

두 번째 섹션 ‘대지의 리듬’은 오랜 시간 대지와 인간이 관계해온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가 장민승과 뮤지션 정재일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화음 〈상림〉은 숲이 쌓아온 천년의 시간과 그것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전시장의 관객들은 숲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발견하는 공동의 행위에 참여하게 되며, 영상과 음악을 통해 비로소 ‘상림’이 선사하는 특별함을 경험한다. 조혜진은 일련의 소비과정을 거친 후 버려진 열대식물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거한 후 이것을 각목의 형태로 조각했다. 〈이용 가능한 나무〉는 이 각목들을 처음 수거된 본 위치에 다시 배열시켜 또 다른 정원을 형성한 작품이다. 이는 공동체의 삶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은 리드미컬한 풍경을 연출한다.
김준은 런던, 베를린, 난지도, 남이섬, DMZ 등 공동체의 사회역사적 공간에서 채집한 다양한 소리들을 채집하고 이 소리가 전달하는 특징들을 리서치하고 분석하는 사운드 아카이브 형태의 프로젝트 〈숨〉, 〈가공된 정원〉, 〈장소의 발현:51.482008〉, 〈피드백 필드〉, 〈혼재된 신호들〉을 선보인다. 공간을 품었던 과거의 소리는 현재를 관통하여 관객들에게 그 울림을 전달한다. 박준범의 두 번째 비디오 작품 〈대피소 리허설〉은 재난이 발생하면 작동되는 ‘임시 대피소’를 진지하게 관찰함으로써 오늘날 공동체 문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김다움은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낯선 공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무엇인가 이리저리 부유하고 있는 ‘영상’은 오늘날 공동체의 불안한 모습과 이것을 형성하고 있는 군중들의 낯선 심리를 연상케 한다.

7명의 참여 작가들은 세상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에 연루된다. 그렇기에 소리의 시각화는 미술이 우리 사회와 관계하는 새로운 소통방식이다. 나아가 본 전시는 지난 몇 년간 아르코미술관이라는 공공기관이 수행해온 예술적 실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노력 또한 담고자 했다. 문화 공동체의 재구성과 그것을 위한 역할은 예술 활동의 커뮤니티로서 공공 미술관이 실천해야 할 중요한 사회문화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 장민승, 정재일의 <상림>
    장민승, 정재일의 〈상림〉
  • 조혜진의 <이용 가능한 나무>
    조혜진의 〈이용 가능한 나무〉
  • 김다움의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김다움의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 아르코미술관)


아르코

[기사입력 :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