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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16년 문화예술정책을 제언하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복지 정책방향

정무성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 문화소외지역을 달리는 예술 버스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소외지역을 달리는 예술 버스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l 문화복지의 의의

문화복지는 ‘문화(culture)’와 ‘복지(welfare)’의 합성어로서 ‘문화’가 ‘사회복지’라는 영역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갖는 신조어이다. 전통적으로 협의의 사회복지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잔여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고 개별화된 욕구가 증가하고 사회문제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사회복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들의 보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구성원이 생활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조건을 개선하여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국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문화복지 실현은 복지사회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공정책이다.
문화복지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cultural right)의 확보, 문화예술 향유 및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문화정책의 주요한 구성 요소이다. 문화권의 보장을 위해 국가는 소득이나 교육수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문화에 대해 공평하게 접근(equitable access)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문화생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스스로를 표현하고, 창조하고 내적인 발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공적 자원을 활용하여 개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사회가 발전하는 데 문화의 역할과 기능이 더 중요해진다. 또한 문화예술 활동은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창의력을 증진시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이러한 신념은 국가 정책에서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정책에 있어 국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의 기회를 확대해 개개인의 삶의 행복을 결정하는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l 문화소외계층 범주

최근 우리나라의 큰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 경향은 문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의 양극화는 미래 사회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핍으로 인한 ‘삶의 질’ 개선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양극화의 재생산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문화에서는 창작이건, 향유건 최소한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수행되어 사회 양극화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은 공공재로 분류되기보다는 시장 논리의 지배를 받아 경제체계 속에서 가격가치가 형성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사회의 전 구성원이 즐겨야 할 문화예술이 일반 서민들로서는 향유하기 어려운 고가의 활동으로 인식되거나 변질되어 문화적인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있다. 더구나 주 5일 근무제의 정착과 주 5일 수업제 등으로 가족 간의 공동생활 시간이 증가하고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문화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높아졌다. 그러나 문화적 향유 욕구는 늘어난 반면 사회·경제적 빈부격차는 심화되어 문화적으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이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문화적 욕구 충족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문화복지의 일차적 대상자라고 할 수 있는 문화소외계층은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자인 경제적 소외계층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상대적 빈곤의 개념을 도입하여 빈곤정책의 대상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2015년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기준을 변경하게 되었다. 상대적 빈곤이란 그 사회의 평균소득수준과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을 정의하는 것으로, 보통 가구 총소득이 중위층 평균소득의 40~50% 이하에 속하는 계층을 상대적 빈곤층이라 한다. 또한 가구 총소득이 중위소득의 50~70%에 속하는 계층은 상대적 빈곤의 차상위 계층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복지의 대상자 산정에 있어서도 상대적 빈곤의 개념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문화복지는 경제적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도서 산간지역 거주자와 같은 지리적 소외계층,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포괄적으로 포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15년 우리나라 문화소외계층은 최소한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경제적 소외계층은 교육급여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할 때 총가구대비 19.62%로 4,032,687가구이며 이를 평균 가구 수인 2.48명을 적용하여 환산하면 10,001,064명에 이른다. 지리적 소외계층으로는 사회복지시설 거주자, 도서 산간지역 거주자, 군 복무자, 재소자 등을 포함하였다. 사회적 소외계층은 한부모가족, 등록장애인, 독거노인, 다문화가족 등을 포함하되 중복 계산된 인원을 제외한 인원이 최소 1,500만 명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보편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치매 노인, 장기간 입원환자, 중산층 장애자녀들의 부모, 이주여성 등도 문화소외계층에 포함되어야 한다. 문화적 불평등은 사회적 배제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소외계층이 아닌 계층에서도 불평등이 관찰되고 있음이 고려되어야 한다.

l 문화복지정책의 성과와 과제

우리나라 문화복지정책은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을 기점으로 2006년부터 지원대상과 지원예산에 있어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 왔다. 2011년에는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 재정이 크게 늘었고 이후 현 정부에서는 2013년을 ‘문화융성 원년의 해’로, 2014년을 ‘문화융성 시작의 해’로 명명하면서 ‘문화융성 국민 체감’을 높이기 위한 문화정책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가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배제를 약화하고 사회통합 역할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은 취약계층의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만 국한되고, 문화가 사회공동체 형성과 사회서비스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문화는 사회적 자본을 제고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 효율적인 거버넌스, 신뢰에 기반한 사회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기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문화는 건강증진, 교육제고, 환경개선 등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서비스 강화에도 기여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소외계층의 문화 여가 지원이 그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문화 여가 향유를 통해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증 감소, 자존감 향상, 대인관계 향상 등 사회심리적 성과에 대한 다양한 실증연구들이 이루어져 문화복지사업의 당위성을 지지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사회적‧문화적 소외계층에서 발생하는 공격성, 위축, 자존감, 우울감, 왕따 등의 문제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질적인 측면의 성과측정을 논리적으로 더 다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성과 높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확대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민간의 통합문화이용권 할인제도를 이용하여 추가적인 공공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대상자 확대를 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를 통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더해주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연이나 전시 관람 지원뿐만 아니라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즉, 흥미 있는 주제와 내용이어야 하고, 취약계층이 교통 혹은 물리적 접근성이 제한받고 있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국민의 문화 욕구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만큼 정례적인 수요자 욕구조사를 통해 전시나 공연의 내용을 조정하기도 해야 한다. 특히 문화복지 매개인력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인력양성 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정서를 순화시키고 감수성을 함양하여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문화복지에 대한 필요성과 활용성이 강조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확대되고 삶의 질이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복지가 추구하는 궁극적 역할은 경제 성장과 문화 사회 개발에 대한 노력을 전제로 하여 개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은 단순히 소득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기보다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더 관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을 강화하는 데 문화가 기여할 수 있음을 재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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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