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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문화로 소통하는 우리 마을 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공동주최한 2014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매개로 한 공동의 비전과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변화를 유도하는 공동체 형성의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생활문화공동체의 구축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자발적인 보급과 확산을 목표로 하여 임대아파트 단지, 서민 단독주택밀집지역, 농·산·어촌 주민 및 차상위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올해로 6년째 추진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지역 사업과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부천 원미구 역곡2동의 기분 좋은 변화
“뭐 도와줄 것 없나요?”

김기혜 (부천문화원 문화기획팀)
  • 나비공원에 벽화를 그리는 마을 주민
    나비공원에 벽화를 그리는 마을 주민


부천문화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 한국문화원연합회 주관,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2014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하 생문공 사업)에 선정돼 역곡동 일부 지역에서 ‘생활문화가 숨쉬는 가(哥)톡 문화거리’를 진행하고 있다.
생문공 사업을 역곡2동에서 진행한 지 어느덧 5개월이 넘어가는 찰나이다.
처음 이 지역을 선정하고 마을 주민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해 가기 위해 수많은 작업들을 만들어가면서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바쁘게 달려왔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현재 역곡동에 불어오는 기분 좋은 변화들은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값진 시간들이다.
처음 역곡동을 둘러보고 마을 주민들과 만나며 느꼈던 것은 역곡동의 주민들 대부분은 비행청소년을 관리하는 보호관찰소가 우리 동에 있다는 것에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04년, 역곡동에 큰 사건이 터지면서 마을 주민들은 치안의 위협까지 느끼는 실정이었다. 마을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들과 역곡역 철도 골목을 따라 설치돼있는 회색의 방음벽으로 역곡동은 어두웠고, 어딘가 모르게 치유해야 할 곳, 어루만져 줘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역곡동의 철도 옆 골목에 있는 다세대 주택에는 영세민, 노인, 장애인들의 거주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었다.
우리는 이 역곡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 기획단으로 나서게 됐다.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재 역곡동의 작지만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들은 너무나 큰 감사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생문공 사업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을 한 대 모으고 마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작은 밴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밴드의 명칭은 ‘역곡동이야기’. 처음 7명이 모여 밴드를 만들고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사람들을 커뮤니티 안에 묶어 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을에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들과 건의사항, 오늘 내가 겪은 이야기 등 자유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니 마을 주민들이 점차 귀를 기울이고, 마을의 소식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아주 기분 좋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뭐 도와줄 것 없나요?”
이 한마디가 기획단의 마음을 울렸다. 마을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변화된 것이다. 삶의 공간인 우리 마을을 위한 긍정적 목소리를 자발적으로 내는 것. 이 사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이 한마디는 역곡동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 같았다.

l 가(哥)톡 문화 만들기

‘생활문화가 살아 숨쉬는 가(哥)톡 문화 만들기’는 마을 주민들의 관심사가 노래처럼 퍼져 다양한 문화의 이야기들이 톡톡 튀어나올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있고, 총 다섯 가지의 톡으로 구성돼있다.

  지속적인 생활 공유 ‘사람톡톡’

‘만나고 싶어요’라는 타이틀로 역곡동에서 만나고 싶었던 인물들을 선정해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동안 역곡고등학교 교장선생님, 역곡역 역장님, 역곡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주민, 역곡시장 상인회장 등 다양한 역곡동의 인물들을 만나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역곡동에 자리 잡고 있는 보호관찰소의 소장님을 초대했던 ‘사람톡톡’은 주민들의 큰 관심 속에서 이뤄졌다. 보호관찰소는 이 지역에서 불안요소이자 언제가 한번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소장님의 초대에 엄마들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내고 소통하며 그간 쌓여있던 오해와 관계를 풀어나갔다. 그날의 사람톡톡은 어느 날보다 의미있는 자리였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며 마무리됐다.
어느 지역에서도 환대받지 못 할 보호관찰소라는 특수성을 마을 주민들이 받아드리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날의 대화를 통해서 이룬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보호관찰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마을을 청소하고, 주민들이 회의 장소나 모임 장소가 없을 때 보호관찰소에서 제공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소통으로 인연을 만들어가 주민들의 불안 요소가 조금씩 해소돼가고 있다. 이처럼 사람톡톡은 주민들의 관심사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을의 소통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의미 있는 인문학 ‘문화톡톡’

공동체란 무엇인지, 마을의 관심사, 에니어그램(성격 유형 지표) 등 주민들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오픈 강의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모이고, 알아가고, 배우며 두둑한 이야기 터를 다져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인문학 강좌를 열었을 때는 주민 1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시작했다. 인문학에 대한 어려움과 거부감이 있는 주민들에게 강의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민들에게 듣고 싶은 강의가 무엇이고,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주제를 수정하고 최대한 주민들의 수요에 맞춰 강의를 진행했다.
총 7회 차인 ‘문화톡톡’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예산학교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우리 마을에 지원되는 예산이 얼마인지를 알고 어떻게 이 예산을 사용하고 나눌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 의견 중 투표로 하나를 뽑아 시에 민원을 넣어 내가 사는 마을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였다. 3일에 걸쳐 진행된 강의에서 역곡고등학교 앞 길가에 신호등이 없어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의견이 투표로 선정돼 ‘마을의 예산 중 일부를 그곳에 투입해 안전한 거리를 만들자’ 라는 의견을 시청에 전달했다.
현재 역곡고 앞 길가에 신호등을 설치하겠다는 시의 통보를 받은 상태이다. 이처럼 인문학 강의로 진행됐던 강좌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관심사를 드러내며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공감대 만들기 ‘나눔톡톡’

생활문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 이웃 간의 공감대 만들기에 들어갔다. 마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마을 지도와 마을 신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르신들만 알고 있는 묻혀 진 옛이야기들이나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일 등 모든 것들이 기사가 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역곡동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의 학보사 및 방송반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고 있다. 역곡동을 위한 작은 변화들에 먼저 손 내밀어 준 고마운 학생들이다. 청소년들과 일대일 멘토를 자처하며 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흐름에 같이 참여해주고 관심을 보여줘 어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사업에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참여로 더욱 풍성해졌고 진짜 마을이 무엇인지,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나눔톡톡’ 안에서 형성해주고 있다.

  예술교육과 함께하는 자체적 친교 모임 ‘예술톡톡’

마을에서는 6월부터 시작한 총 5개의 주민 동아리 활동인 ‘예술톡톡’이 한창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전래놀이 전승동아리’, ‘우쿨렐레 동아리’, ‘직접 만드는 목공동아리’, ‘쿠키 동아리’, ‘음악줄넘기 동아리’. 모든 동아리는 예술교육과 함께 자체적인 친교 모임과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주된 운영 방식은 큰 지팡이와 작은 지팡이들이 동아리를 이끌어가는 식이다.(큰 지팡이는 동아리에서 반장의 역할을, 작은 지팡이는 부반장의 역할 정도가 된다.)
또한 동아리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목공동아리는 6개월 동안 목공예를 배워 마을에 둘 의자를 제작해 마을 곳곳에 배치하고 관리한다. 현재 첫 번째 의자가 예쁜 날개를 달고 역곡중학교 내에 설치됐다. 마을 봉사자를 뽑아 의자를 설치할 곳을 청소하고 돌멩이를 치우는 일련의 과정에 주민 간 협동력이 끈끈해지고 있다. 2개의 의자 설치를 시작으로 세 번째 의자가 만들어졌다. 어느 곳에 배치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우쿨렐레 동아리와 쿠키 동아리는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마을의 경로당과 복지시설에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주고 그동안 배운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감동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악줄넘기 동아리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배움에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마을에 다시 돌려주는 동아리들의 마음씨가 마을을 함께 가꿔 감에 모자람이 없다.    

  주민 스스로 가꾸는 거리 정화 ‘생활톡톡’

역곡 북부역에는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철로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마주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매일 걸어 다니는 생활필수 공간인 철도 옆 골목길이 환경정비와 치안에 방치돼 오면서 골목길의 환경정비 및 생활에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했다. 방음벽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어린이 공원마저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곳이 된 채 방치되어 이곳을 바꾸기 위해 ‘역곡동이야기 밴드’에 공원의 명칭을 공모하고 이름을 붙여줬다. 바로 ‘나비공원’!
나비공원으로 이름이 지어진 뒤 우리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했고 철도 방음벽에 나비공원에 맞는 그림을 그려 공원을 밝게 가꿨다. 공원 정화를 위해 주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를 줍고 방음벽 곳곳에 감춰져 있는 집기들을 치웠다. 3주 정도가 돼가니 깨끗해진 나비공원에 더 이상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고 현재는 예쁜 나비들이 그려져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공원에서 운동도 하며 활용도가 높아져 지난 10월 25일에는 벼룩시장도 열렸다. 특히 외부인들이 그려준 그림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채색하고, 청소하고 이름까지 붙여준 이 공원을 주민들 스스로 가꿔 변화를 창조 중이다.
 
l 마을에 불어 온 변화

생문공 사업이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한 창 이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마을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로 시작해 “도와줄 것 없나요?”가 이제는 “같이 하고 싶어요!”로 바뀌었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일회성 프로젝트 구조의 사업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들이 문화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지해 즐겁게 지역의 살림을 생활인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기에 이와 같은 활동들이 문화마을 공동체로 구현돼 가는데 가까워진 것 같아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역곡동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 쿠키 동아리와 우쿨렐레 동아리 봉사활동 현장
    쿠키 동아리와 우쿨렐레 동아리 봉사활동 현장
  • 마을을 정화하는 모습
    마을을 정화하는 모습

(사진: 부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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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