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포커스

2014년 문화예술계의 성과와 한계
문화융성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했던 2014년 문화예술계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의 비극적인 사고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고통과 극한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전 분야의 활동과 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기조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 중에서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 2014년 문화예술계의 활동을 간추려 살펴보면서 2015년을 내다본다.
2014년 무용

김예림 (무용평론가)
  • 국수호 춤의 귀환
    국수호 〈춤의 귀환〉
  • 김판선 Share Sound
    김판선 〈Share Sound〉
  • 박명숙 낙화유수
    박명숙 〈낙화유수〉
  • 최문석 Going Below1
    최문석 〈Going Below1〉

2014년 한국은 경제악화로 인한 소비위축과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연예술계도 많은 축제와 공연이 취소, 축소되고 관객 위축에 따라 수익도 영향을 받았다. 무용계는 어떠했을까? 한국의 무용계는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사고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발적 관객이나 투자는 적고 무용가 스스로 제작하여 고정관객을 유치하는 쪽이 다수이다 보니 사회적 이슈에 악영향만큼 순영향도 그리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도와 서글픔이 공존한다. 2014년 무용계는 강동아트센터의 ‘스프링 댄스 페스티벌’과 ‘부산국제무용제’ 등 일부 상반기 축제가 축소되고 몇몇 공연의 대관일이 연기된 것을 제외하고 비교적 순탄하게, 특히 하반기 무용공연은 여느 해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올해는 무엇보다 세 국립단체의 새바람이 체감되는 해였다. 국공립 단체의 형식적 유지에서 벗어나 동시대 예술의 최전방에서 살아 숨 쉬는 창작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창단 5년 차의 국립현대무용단이 체제 안정보다 실험과 도전으로 일 년을 보낸 것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국립무용단의 진보적 동시대성은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故 송범 초대 단장의 장기집권 이후 예술감독 교체에 따라 극무용, 대중성 중심, 가족극 등 여러 방향성에 적응하는 훈련을 거듭했을 뿐, 한국춤 창작에 있어서 컨템포러리적 시도와 성공사례를 보여주지 못해왔던 국립무용단이 윤성주 예술감독 취임 후 예술성과 대중성, 한국성과 동시대 세계성을 충족하는 여러 시도들로 성공적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한국성의 상실, 지나친 대중성, 특정 디자이너의 연속적 영입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중과 언론의 관심 밖에 있던 국립무용단의 정기공연이 연이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만하다. 현대춤 안무가 안성수의 〈단〉도 파격적 시도였으나 핀란드 무용가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의 〈회오리(Vortex)〉는 국립무용단 창단 52년 이래 최초의 해외 무용가 협업이라는 기록을 낳기도 했다. 〈회오리〉는 내년 11월 프랑스 ‘칸 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돼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연되고, 2016년에는 '한불 상호 교류의 해 130주년'을 맞아 한국의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을 시도한다고 한다.

국립발레단의 새 예술감독 강수진의 행보도 관심을 끌었다. 어디까지나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다. 사실 국립발레단의 스타 예술감독 영입에 한국 무용계는 실질적 발전을 크게 기대할 수 없었으며, 아직 이렇다 할 변화나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라 바야데어〉 등 최태지 전 감독이 세팅해놓은 공연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강수진 감독이 기획한 〈7번 교향곡〉, 〈봄의 제전〉이 신작으로 공연되었지만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 이보다 국립발레학교 설립 추진 등 중단된 사업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가 더 주목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안애순 예술감독 취임 후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립 안무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은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일관성 있는 기획력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김수근의 공간사랑을 주제로 컨템포러리 무용의 근현대와 미래를 짚어본 〈우회공간〉은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렉처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으며 긴 시간 회자되었다. 그러나 많지 않은 예산과 인력 속에 주요 작품 제작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시각에서는 신진 안무가 육성, 무용학교, 아카이브 전시까지 에너지의 분산과 정체성 혼란 등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안애순 감독은 신작 〈이미아직〉이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에 초대되는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일단 잠재웠지만 2015년 역시 방대한 사업 확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서울 소재 두 단체의 엇갈린 평가도 있었다. 한국적 가무악극이라는 차별된 작품제작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예술단은 〈소서노〉, 〈뿌리 깊은 나무〉 등 완성도 높은 신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창작무용의 산실로 한 때 국립무용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서울시무용단은 배정혜 전 감독의 20년 전 작품 〈두레〉를 재연한 정도에 그쳐 지난해에 이어 미미한 활동으로 존재감을 잃고 있다. 하루빨리 단체의 방향성을 확립하여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바란다.

올해는 시․도립 무용단의 예술감독 교체가 다수 이루어지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대구시립무용단(홍승엽), 대전시립무용단(김효분), 인천시립무용단(김윤수), 천안시립무용단(김종덕) 등 현장성 높은 안무가들의 임용에서 시․도립 무용단의 새로운 바람이 기대된다. 특히 유일한 현대무용 단체인 대구시립무용단의 새 예술감독 홍승엽의 취임은 그의 화려한 경력만큼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 장르와 달리 삼분화 된 무용의 세부 분류는 독특한 지역 편차를 겪고 있다. 압도적으로 한국무용이 주를 이루는 지역 무용계에 현대무용, 발레 단체의 창작활동은 매우 드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간단체로 충남지역의 메타댄스 프로젝트, 강원지역의 조성희 아하댄스시어터, 부산의 김옥련발레단과 트러스트무용단은 올 한해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 무용계 다양화, 그리고 지역 작품 수준의 상향 측면에서 값진 성과를 올렸다. 이 단체들은 상주단체 지원이나 예술창작 지원의 혜택 덕분에 신작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방 문화재단의 재정이 확대되어 유익한 점도 있지만 서울에 편중된 무용가, 단체의 높은 밀도는 실력 있는 무용가들의 지원 탈락을 낳고 있다. 지역에 따라 선정할 무용가가 부족해 수준 미달의 단체가 선정되거나 몇 안 되는 무용가들이 반복지원 되는 경우를 보면 확실히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용단의 수는 물론 공연장과 축제, 국제행사 등이 집중된 만큼 서울지역 기금 규모가 늘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2014년 무용계가 바라보는 지원 제도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짚어보면, 우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간접 지원이 무용 장르에는 낮은 체감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관료 지원, 연습실 지원 등 간접 지원은 1~2일에 불과한 무용 공연의 특성상 공연 제작비 가운데(대관료의 최고 80%를 받는다 해도) 미미한 비중으로 큰 위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직접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금은 올해에도 소액 다건으로 흩뿌려졌다. 중견 무용가들의 작품 규모를 생각하면 평균 1천2백만 원(서울문화재단의 경우)에 불과한 지원금 규모는 지원 포기를 낳게 되고 지원 건수 하락은 수준 낮은 무용가 선정이라는 악순환 현상을 낳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올해의 무용 공연은 신작 창작의 비중이 줄고 재공연 또는 지난해 수혜 받은 지원금 사용 공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작비 지원의 다른 창구인 대형 축제나 극장 기획으로 무용가들이 몰리면서 높은 경쟁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 축제의 자금 축소로 무용가들에게 지원되는 액수도 협소해졌지만 단독 기획의 부담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성 안무가들에게 유일한 창작 지원 창구인 ‘창작산실’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무용계 모습이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문화예술 복지정책들 또한 아직은 무용계에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 예술단체 등록의 까다로운 규정이 소규모 또는 1인 단체가 트렌드인 무용계의 현실과 너무 먼 것도 이유지만, ‘예술인패스’ 등 신규 정책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무용인들의 둔감한 정보력과 소극적 태도 등 자발적 참여 부족도 지적될 사항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중견 무용가의 굵직한 공연들은 무용인들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 한국무용가 국수호는 춤 50년을 정리하는 〈춤의 귀환〉을 기획하며 젊은 무용가 이정윤과의 2인무 〈용호상박〉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현대무용가 박명숙은 자신의 작품 색을 총망라한 대작 〈낙화유수〉를 발표하고 〈에미〉 등의 레퍼토리로 지역 순회를 하는 등 여느 해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고, 정의숙은 〈2014 최후의 만찬〉을 통해 다 장르 융합의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60대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한 진보성을 드러냈다. 창작과 전통 공연을 아우르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윤미라는 〈달 굿〉 재공연으로 ‘대한민국 무용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고, 성공적 상주단체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경옥은 메리홀 신작 〈THE GAME〉과 창작산실 〈심청〉 등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연속적으로 발표했다. 황미숙은 2012년 작 〈붓다〉의 세 번째 버전에서 높은 완성도를 통해 레퍼토리 작업의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었다. 지역 무용가 중에는 조성희의 〈난지도〉와 정신혜의 〈소나기〉, 〈굿〉 등이 완성도를 높인 재공연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의 활약에서 우리는 무용계의 몇 가지 지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우선 80년대 이후 전성을 이루던 동문단체의 위축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작가로서 독자적 활동이 가능한 50대 이상 무용가들이 선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신작보다 기존작의 재해석이나 레퍼토리의 강화가 올 한해 중견 무용가들의 활동 특징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신작 제작의 어려운 환경도 이유가 되지만, 일회성 신작 발표라는 소모적 활동의 반복에서 벗어나 레퍼토리 보존을 통한 예술적 정체성 확립이 더 실질적 수확이라는 관점 변화가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장르별로 올해의 활동 성향을 살펴보면 한국무용의 경우 전통공연의 고답적 공연 형식을 벗어난 다양한 시도로 관객 개발에 성과를 이루었고, 창작춤은 춘향, 심청, 처용 등 제한적 소재의 반복이 여전한 가운데 동시대성을 가진 참신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김효진의 〈자유부인〉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되고 이혜경의 작품이 동유럽 곳곳에 팔리는 것을 보면 한국 창작춤이 신무용의 그늘인 극무용 형식을 완전히 벗어나 컨템포러리 댄스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한 해였다.
현대춤은 프리랜서 무용가들의 전성기라 할 만큼 작품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프로젝트 성격의 공연이 많았다. 그리고 여느 해보다 다원적 작품이 많이 나타났는데, 협업을 위해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닌 창작 첫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공동 창작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대학 동문단체의 활동이 미미한 점 또한 지난해에 이은 현상으로, 동문단체 소속 무용가들의 독립적 활동이 많아진 점과 대규모 공연보다 솔로, 듀엣, 또는 3~4인 규모의 공연이 많아졌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작품의 규모가 작아졌다기보다는 음악, 영상, 설치미술 등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작품의 규모는 유지된 채 과거와 같이 대규모 군무로 무대를 채우는 트렌드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발레 분야는 여전히 스타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두 메이저 발레단의 주역 고갈이 곧 다가올 위기를 예감케 했다. 잇단 은퇴와 해외 진출로 빈자리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국립발레단의 경우 물의를 빚어 퇴출된 무용수를 복귀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는 보다 긍정적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 무용가 나초 두아토를 초청  〈멀티플리시티〉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고, 오랜 기간 공들인 신작 〈춘향〉을 완성하여 발표하는 등 레퍼토리 개발로 관객의 마음을 잡고 있다. 발레협동조합 STP(Share Talent Program)의 탄생도 올해 발레계의 이슈라 할 수 있다. 민간 발레단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섯 개 단체가 모인 이 협동조합은 우수 레퍼토리 공연을 통해 수익을 나누고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으로 무용수 복지와 역량 강화 등 많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과 포럼 등을 통해 단체 운영에 새로운 예를 제시하고자 한다.  

올해는 젊은 무용가들의 약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특히 국내 활동에 만족하지 않고 활발한 해외 활동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무용가들이 많아진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이들의 해외 진출은 1회성 작품 수출이 아니라 레지던시 작업을 통한 제작 의뢰나 다년간 프로젝트 등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를 보인다. 위로는 안성수, 김효진 등 중견 무용가들부터 이혜경, 신창호, 김성용, 이선아, 김보라 등이 자신의 레퍼토리 전수나 신작 의뢰를 받아 올 한해 활발한 해외 활동을 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 활동 중인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은 답습을 벗어난 참신한 개성으로 후학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기성 무용가들에게는 작가적 탐구에 대한 자극을 던져주었다. 엠마누엘 갓 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김판선,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의 최문석, 얀파브르 등 최고의 안무가들로부터 캐스팅되고 있는 허성임 등 무용수로 인정받아온 이들의 내한은 안무가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하며 2014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젊은 세대 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근래 각종 축제와 기획에서 반복적으로 초청되던 30대 무용가들이 주춤하는 사이 그 아래 연배 무용가들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는 ‘세대 안의 세대교체’가 눈에 띄었다. 정연수, 신창호, 김보람, 류장현 예효승 등 주목받던 무용가들이 다작의 피로, 아이디어 고갈, 교육자로의 전환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불과 몇 년의 데뷔 차이가 있지만) 그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지경민, 전혁진, 최승윤, 정수동, 김환희, 다크써클즈 등 20~30대 초반 무용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사회의 흐름과 같이 무용계 또한 작품 활동의 전성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기획자들의 취향 변화 역시 빠른 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교체자리를 감당할 차세대 안무가들의 영민함과 재능이 이를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새 인물의 등장 반대편에는 무용계의 두 거목을 떠나보낸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지난 1월 1세대 발레리노 이상만 선생이 지병으로 별세했고, 7월에는 승무예능보유자 벽사 정재만 선생이 안타까운 사고로 별세했다.

2014년은 댄스플로어 확보 등 무용 공연 장소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편견을 버린 공연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공연장의 확대는 융합의 장르 확대와 더불어 긍정적 변화이다. 안무가 송주원은 ‘장소특정공연 시리즈’를 통해 북촌문화센터, 이태원MMMG, 서울도서관 등에서 작품을 발표했고, 前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홍승엽은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명상을 춤으로 만든 〈소나무 흔들어 하늘을 닦는다〉를 공연했다. 그밖에 김나이의 아마도예술공간, 전혁진의 플래툰 쿤스트 할레 등 전시 개념의 화이트큐브가 블랙박스 기능으로 사용되는 전 방위적 무용 공연이 늘어나 춤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댄싱9〉의 인기도 올해의 이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시즌 1을 통해 이루다, 한선천, 이선태, 류진욱, 김명규 등의 스타를 배출한 〈댄싱9〉은 올해 시즌2 방송에서 김설진이라는 대형 스타를 발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밖에 안남근, 윤전일, 이윤희 등이 주목받았는데 모두 무용계 안에서는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던 프로 무용수들이다. 순수예술의 지나친 상업화와 5분 미만의 티저광고 같은 춤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인스턴트적 작품 생산과 행사용 무용수 양성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낳고 있으나, 상업성을 선택한 무용수들의 진로는 분명히 구분될 것이며 무용계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 장기적 현상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주목받은 무용수의 공연 매진 등 아직은 긍정적 여파들이 남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무용수들의 정당한 출연료 수입이다. 리허설 비용까지 청구되는 등 출연료 지급에 대한 풍토가 자리 잡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열악한 안무자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전문무용수 지원센터’의 예산 증가로 보다 많은 공연의 무용수 출연료를 보조해주는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끝으로 2014년은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부재가 무용계의 숙제로 남는 한 해였다. 현재 한국 무용계는 무용수 중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 후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공연 기획은 많지만 무턱대고 시작하다 보니 스승의 것을 답습하거나 해외 유명 작을 모방하는 등 준비 없이 창작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무용과의 잇단 폐과와 존속하더라도 힙합, 댄스스포츠 등 상업 무용 장르와 통합되는 위기 상황에서 ‘안무자 과정’ 신설은 꿈도 꿀 수 없다. 유일한 프로그램인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가 폐지된 후 현장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갈구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2014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이를 대신할 프로그램을 시도했지만 작품 제작에 집중해야 할 국립현대무용단이 떠안을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극장이나 기관 어디서든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이 시작되길 바란다. 무용계의 창작 발전을 위해 지원금 확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기사입력 :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