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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내다보다
을미년 새해를 맞이했다. 2014년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40년 서울 시대를 마감하고 광주·전남 혁신도시로의 이전을 완료했다. 정부의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에 발맞추어 추진될 2015년 문화향유-지역문화-예술후원으로 이어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나눔사업과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에 따른 지역문화정책의 과제와 전망, 미술계의 정책적 지원사업 방향 등을 살펴보면서 2015년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시작을 모색해본다.
2015년 지역문화정책의 과제와 전망

박상언 ((재)대전문화재단1)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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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
  •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토론회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토론회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현장(강령탈춤전승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현장(강령탈춤전승회)

l 지역문화진흥법 논의부터 제정까지 10년

1965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이 제정·시행됨으로써 첫발을 뗀 우리나라 지역문화정책은 반세기 만인 2014년 굵은 획 하나를 긋는다. 10여 년을 논의해온 지역문화진흥법이 1월 28일 제정되고 7월 29일 시행된 것이다. 이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문화원진흥법(1995. 7. 1)2), 문화기본법(2013. 12. 30 제정, 2014. 3. 31 시행)과 함께 지역문화 3대 법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제1조)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은 처음부터 정부의 시책·홍보사업과 향토문화 계발·보급·선전사업을 지원대상으로 설정하였고, 지방문화원진흥법은 지방문화원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통한 지역문화의 균형 있는 진흥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에 본격적인 지역문화정책은 1980년대부터 전개되는데, 문예회관 등 대형시설 건립과 지방문예진흥기금 조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1990년대는 지방자치제의 부활과 지방화의 물결을 타고 문화 향수권 신장 정책이 주류를 이루며, 2000년대는 ‘지역문화의 해’(2001)를 필두로 각종 지역문화정책들이 전개됨에도 결국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반성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3)
첫째, 정책 추진 체계상의 문제점으로서 ‘중앙정부 및 관 주도의 정책 추진으로 지역현실과 괴리’, ‘국가 차원의 지역 균형 발전에의 청사진 부재’, 둘째, 문화공간 확충·운영상의 문제점으로서 ‘문화시설의 절대 수 부족과 지역별 격차 현상 심각’, ‘수요자 중심 문화공간 운영 전략의 부재’, 셋째, 지역문화 프로그램 운영상의 문제점으로서 ‘문화행사의 서울 및 대도시 집중과 지역의 전통적 특성의 약화’, ‘지역문화 프로그램 특성화 및 다양화 추구의 기반이 되는 지역문화 자원 개발 및 관련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미흡’, 넷째, 지역문화 전문 인력 육성상의 문제점으로서 ‘지역문화 전문 인력 양성 체계 미흡’, ‘지역 간 전문 인력 수급상의 불균형성 존재’, 다섯째, 지방문화 진흥 재원 측면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에 필요한 재원 확충 미흡’, ‘지역문화진흥 재원의 배분 구조 왜곡’ 등이다.
지역문화정책의 문제점 확인 및 반성의 10년 세월은 지역문화진흥법 논의 및 제정을 위한 10년 세월과 그대로 일치한다. 간단히 말해 지역문화진흥법은 오래전 이미 제기된 이들 문제점의 극복과 함께 생활문화 지원, 문화도시·문화지구 지정·지원 등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두어 가지 더하고 있을 뿐이다. 향후 지역문화정책의 과제와 전망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l 지역문화진흥법과 그에 따른 조례 제정

지역문화진흥법이 안고 있는 분명한 한계 두 가지를 먼저 짚고자 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를 바라보는 정책 프레임이 최초로 개별법으로 정립되었다는 역사적 의의가 있음에도, 지역문화진흥의 실질적 기반 마련을 위한 현장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문화분권 및 문화자치의 비전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지역문화정책은 이들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지자체로 하여금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도 그 실천적 방법을 밝히지 않았을 뿐더러 국가로 하여금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에 필요한 예산 지원도 '할 수 있다'고만 했지 '해야 한다'고는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제1조에서 법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으뜸 수단으로 제시한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는 지역문화진흥 재정 확충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의무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가 수도권 일극화(一極化)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국가의 상위 책무이지 어찌 지방정부의 하위 책무이겠는가.
둘째, 문화에 대한 '분권'과 '자치'의 비전이 부재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지방자치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방자치의 발전은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지방자치의 발전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뜻이다. 1980년대까지의 지역문화정책의 근본 한계는 바로 지방자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에 2014년 2월 4일 부산에서 광역·기초 지역문화재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라는 소극적 차원이 아닌 '문화분권'과 '문화자치'라는 적극적 차원의 가치 실현을 법의 목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마땅한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한편, 각급 지방정부는 조례 제정을 준비해 왔는데, 이를 위하여 중앙정부는 표준조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표준’이란 필수 내용의 ‘최소 수준’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너무 짧은 기간 안에 아주 성급하게 진행되는 모습에서 우려를 감출 길이 없다. 지역문화정책의 주체를 크게 둘로 나누면 중앙정부 및 그 관련 기관, 그리고 지방정부와 그 관련 기관인데, 중앙의 몇몇 학자들을 중심으로 자문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왕 늦어진 표준조례(안)이므로 이참에 차라리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역문화정책 현장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다.

l 지방정부의 문화정책과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정책

지역문화정책에는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문화정책’과 ‘중앙정부의 지역대상 문화정책’이 있다. 앞엣것은 지방정부 고유 사무로서의 문화정책이며, 뒤엣것은 대개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위임사무 성격이다. 먼저, 중앙정부의 문화정책 서비스 전달체계(service delivery system)의 내용을 구성하는 ‘중앙정부의 지역대상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중앙정부가 지역문화 예산을 배분하면서 예산뿐 아니라 사업 내용도 정해 배분하는 방식이므로 모든 지역문화를 하나의 체제 속에 통제해 그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4)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지역문화 현장과 중앙정부에서의 체감 수준이 천양지차(天壤之差)를 보인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정점으로 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하는 문화예술정책과 문화복지정책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정책,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예술인복지정책 등이 깔때기처럼 아래로 모아지는 현재의 지역문화재단은 중앙기관별 상이한 방침을 이행하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 심하게 비유하면 지역문화재단이 택배회사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택배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버겁다는 점이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분권의 기조 하에 문화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포괄적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6)
또한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문화정책’도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지역문화재단들에서 벌어지는 사례들만 몇 가지 거론하면, 예산 미확보 시·도 사업의 연도 중반 수시 편입(A재단 등), 간부 인사에 대한 부당한 관여와 간섭(B재단), 재단 고유사업의 임의적 통폐합 및 조정(C재단), 평직원의 업무분장 지정 및 공문 하달(D재단)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시·도와 문화재단이 상호·협력적이고도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라 거인 갑(甲)과 난쟁이 을(乙)의 관계에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지역문화정책의 바람직한 거버넌스는 요원하다.

l ‘중앙의 확실한 재정 지원’과 ‘지역의 자율적 정책 집행’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 ‘지역문화 다양성’, ‘지역문화의 고유한 원형의 우선적 보존’ 등은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문화분권이나 문화자치는 그 숨겨진 문맥조차 찾아내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격차’ 해소에 대하여는 수시로 강조하고 있지만 문화분권이나 문화자치에 대하여는 짐짓 못 본 체하는 것 같다. 지난 시대의 ‘경제개발정책’을 잇는 ‘문화개발정책’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화 다양성 훼손, 지역문화의 획일성 등이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대표적인 문제들이며, 이에 문화의 중앙 집중화, 수도권 일극화, 전국 표준화 현상이 좀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역문화예산의 배분 시 사업 추진 전략과 방침, 그리고 내용 따위의 지나친 통제는 이들 현상의 재생산 및 구조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정책과 관련하여 ‘문화예술지원금을 지역재단이나 중간 매개 조직에 포괄예산으로 내려주고, 이를 민간 단위의 자율적인 예산 집행 구조로 개선하여 지역의 현실에 맞는 문화진흥사업들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7)이라는 주장이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 문화재정 지원 정책의 가장 평이하면서도 확실한 방법론이라 생각된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3조(지역문화진흥의 기본원칙)의 ‘지역 간의 문화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라는, 자칫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 대안이 필요할까? 강조하여 정리하건대 ‘중앙의 확실한 재정 지원’과 ‘지역의 자율적 정책 집행’이 최우선이다. 여기에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문화정책 사업 및 재원 운영의 자율성을 가져야 함은 물론 앞에서도 시사한 대로 지역문화재단 등 지역문화정책 집행기관이 지방정부로부터 사업 및 재원 운영의 자율성을 가져야 함까지 다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것은 종합적인 지역문화정책 협의 채널의 필요성이다.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 소관의 ‘지역문화진흥’ 사업에서 탈피하여 문화예술,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 사업 등 지역에서 행해지는 중앙정부 문화시책 전반의 정합성과 체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소관부서와 산하기관들 간 칸막이를 넘어 지역의 문화정책 주체들의 지역특성적 의견들이 다양하게 반영되는 구조에서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 탑 다운(Top-Down) 방식의 실무 지침 시달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사 협의체들8)을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법령 조항의 개정, 또는 유권해석에 따른 통합협의 기구로의 역할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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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ㆍ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의 2015년 의장재단.
2) 지방문화사업조성법 폐기 후 이를 대체한 법률.
3) 문화관광부, 『예술의 힘』(2004. 6), p.599-601
4) 한승준, 「현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평가와 미래 정책과제」, 『아르코 문화예술정책 컨퍼런스』, (2014. 11. 2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p.60.
5) 복권기금사업의 경우,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정책의 정점이다.
6) 그러나 문화예술진흥의 지역자치 및 자율성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2014년 봄 기재부가 검토하였던 문예진흥기금 지역협력형사업 예산의 광특회계 편성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에 따라 기초예술육성, 창작기반활성화와 같은 기초문화예술의 진흥이라는 문예진흥기금의 근본 취지와 목적이 도외시된 채 지자체장의 공약 또는 전시성 예산에 우선 편성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7) 한승준, 앞 논문, p.62.
8)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는 지역협력형 문화예술지원사업만을 논의하는 협의체로서 문화예술진흥법 제36조(협의체의 구성)에 근거하여 구성되었다지만 참여기관들의 대표자들이 참여하거나 정책협의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담당 실무자 간 협의 기구 성격이며, 지역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협의체는 문화예술교육사업만을 논의하는 협의체로서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9조(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협의회)의 변칙적인 운영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