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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15년 음악계에 대한 기대와 시각예술 아카이브전의 패러다임
음악가와 연주단체가 다양한 변화와 움직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노력으로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발판이 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추진되어야 할 2015년 음악계에 대한 과제를 알아보고, 또한 최근 국내·외 여러 전시에서 목격되는 현상 중 하나인 ‘아카이브’전의 다양한 패러다임과 학술·교육·미학적 큐레이팅 비전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카이브 전시의 현황과 비전

이영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이병복, 3막 3장〉 전시 전경
    〈이병복, 3막 3장〉 전시 전경


1. 아카이브 전시

지난해 막을 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본 전시는 건축의 개념과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건축전시의 기존 형식 대신 건축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방대한 양의 레퍼런스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 자리에서 서울과 평양의 건축을 학술적으로 다뤘던 한국관 전시 〈한반도 오감도〉전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한국 비엔날레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최근 비엔날레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전시에서 목격되는 현상 중 하나는 ‘아카이브’의 활용이다. 2013년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국립현대미술관), 〈이병복, 3막 3장〉전(아르코미술관), 2014년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전(일민미술관) 등은 모두 지난 1~2년 사이에 국내 국·공립·사립미술관이 선보인 ‘아카이브 전시’1)이다. 이 전시들은 예술품으로서 아카이브를 인식하는 미학적 태도, 아카이브라는 대상과 공간 디자인이 발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너지, 작품과 관객과의 대화 방식 등 큐레이팅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는 다양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생산했다. 미술관은 앞다투어 ‘아카이브실’을 조성하고 각 기관에는 아키비스트와 아카이브 전문 큐레이터 인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큐레이터들은 ‘아카이브’라는 개념을 전시 큐레이팅 과정에 접목하거나 아카이브 자체를 전시로 조직하는 등 현재 우리 미술계는 말 그대로 ‘아카이브 열병’ 상태이다.

이렇게 아카이브는 현시점에서 문화적 이슈의 중심에 자리한다. 문화적·역사적 자원으로서 아카이브 콜렉션은 미술관의 전시·교육·연구 활동과 연계될 때 그것이 갖는 미학적·역사적 탐구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아카이브 전시는 교육적 맥락에서 ‘학습’과 ‘해석’이라는 또 다른 큐레토리얼 쟁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국내 미술관 아카이브의 활동

아카이브는 사전적 의미로 ‘역사적 정보를 담고 있는 기록물 등을 묶은 콜렉션’이자 ‘콜렉션이 저장되어 있는 물리적 장소’를 뜻한다. 국내 미술관 중에서는 백남준 비디오 아카이브 2천여 점 등을 소장한 백남준아트센터, 정기용, 김종성 등의 건축가를 비롯하여 한국 근현대 예술가의 다양한 아카이브 22만 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포트폴리오와 영상 아카이브 등 자료 1천5백여 점을 구축해온 아르코미술관 등이 아카이브실을 운영한다.

미술관은 기관의 운영 방향, 소장 작품과의 연계, 연구의 목적, 전시나 교육에서의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하여 아카이브를 구축·보존·연구·활용의 토대로 삼고 있다. 미술관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경우, 전시를 구성하는 기획력의 수준이나 교육 리소스의 질을 통해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 아카이브는 이제 단순히 오래된 기록물 보관소로서의 기능에서 탈피하여 다각적 관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요 미술관의 아카이브 활동은 특화된 아카이브 콜렉션을 중심으로 새로운 화두와 담론을 재생산하기 위한 노력과 연결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아카이브는 백남준과 그의 작품세계뿐만 아니라 기관과 관련한 역사적 기록물과 연구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다. 서신, 사진, 전시자료 등의 원자료와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에 소스로 이용되었던 영상 아카이브 콜렉션 등은 기획전시나 교육프로그램에 활용되거나 연구 및 출판 기능과 연결되고 있다. 특히 백남준 아카이브 연구가 바탕이 되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동 연구로 발간되고 있는 『NJP Reader』, 『인터뷰 프로젝트』 등의 출판물은 백남준 연구 확산의 원천이 된다.

최근 미술연구센터와 디지털정보실을 갖추고 본격적인 아카이브 활동을 시작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정기용, 최열, 박현기 콜렉션 자료와 미술관 주요 활동 결과물로서 연구 가치를 지닌 미술 자료로 각각 구분하여 소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2013년, 2014년 정기용과 이타미 준의 건축 아카이브 전시를 선보였고, 올해 1월에는 2만여 점의 박현기 관련 자료를 연구, 정리, 분류하여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을 개최했다.

2000년대 초반 인사미술공간에서 구축하기 시작한 전시 및 작가연구 자료가 바탕이 되어 오픈한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역시 2009년부터 매년 미디어-아카이브 프로젝트와 아르코 미디어 비평총서 시리즈 출간, 전시연계 등의 활동을 통해 미술관의 기능과 실천 목표를 재정립하고 있다. 이렇게 미술관의 아카이브는 큐레이터, 아키비스트, 연구자들에 의한 의도적 변형을 통해 전시, 교육, 연구, 출판의 형태로 재배치된다.

3. 아카이브 전시, 해석학적 접근

미술관의 학예 활동은 ‘소장품’과 ‘전시’라는 미학적 기능과 ‘학습’과 ‘해석’이라는 교육적 기능을 동시에 수반한다. 예술 아카이브는 인간의 활동과 경험을 둘러싼 모든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특히 예술가의 기록물은 작가의 아이디어, 작업과정, 의도, 그리고 특정 시기 동안 완수했던 작업의 특수 상황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원자료이다. 때문에 예술 아카이브가 증명하는 모든 정보는 작품에 접촉하는 수용자의 수용행위 속에서 미술의 문화사회적·예술사적 의미성을 생산하는 데 있어 결정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아카이브 전시는 해석학적 접근방식에서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즉,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수동적 주체에서 벗어나 학습자이자 해석자로서 미술 전시의 또 다른 창조 활동에 가담하게 된다. 2013년도 미술관 관람객 연구 평가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회화, 설치 등의 일반적 예술 작품과는 달리 설명과 해석이 곁들여진 자료 형식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마주했을 때 전시장에 길게 머물고, 전시에 대한 이해도와 학습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

아르코미술관이 2013년 개최한 〈이병복, 3막 3장〉전은 무대미술가 이병복의 40년 연극인생을 살펴본 전시로서 신문, 인터뷰, 작가노트, 드로잉 등 아카이브 700여 점과 주요 무대의상과 소품 50여 점 등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1층 섹션을 차지했던 아카이브들은 이병복이 대중들에게 처음 공개하는 자료들로, 한국 연극사의 변모 양상과 한국 무대미술의 정립 과정을 보여줬다.  신문자료, 서신, 연극 현장의 사진, 일기, 드로잉 등을 접하는 관람객들은 다른 형태의 전시 관람 태도와 비교하여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대상을 수용하고 텍스트와의 대화적 관계를 유지했다. 큐레이터가 작성한 작품 설명문과 도슨트에 의한 고정된 진술이 답변과 물음의 순환작용에 따라 ‘대화’로 변형된 것이다. 큐레이터의 특별 설명 프로그램에서 일부 관람객들은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던 2층 섹션에서 이미 학습한 이병복의 작업세계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상이 지니는 역사적·미학적 맥락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극의 문맥까지 이해의 범위를 스스로 확장시켜나갔다.3) 여기서 관람객들은 이병복의 작품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거나 두 개의 섹션구성을 스스로 비교하며 〈이병복, 3막 3장〉전을 비평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후퍼-그린힐(Eilean Hooper-Greenhill)이 강조한 해석학적 접근 맥락에서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들은 이미 1섹션에서 축적한 지식과 가치, 사고 등을 통해 작품을 의미화하는 구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4) 해석은 작품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며 이해단계의 과정이기도 하다. 즉, 아카이브는 그 과정에서 불완전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열린 예술작품5) 의 해석을 위한 결정적 단서로서 작용하게 된다.

4. 마치며

최근 우리 미술계는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방안 등의 논의를 통해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올 9월 개관을 앞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까지 ‘아카이브’는 계속해서 구축될 전망이다. 나아가 아카이브 전시 역시 비엔날레를 넘어 미술관과 갤러리까지 그 범위가 확장될 것이다.

아카이브 전시는 그 자체로도 풍부한 작품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주는 혼돈 대신 관람객들에게 해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성격 때문에 예술적·대중적 평가를 동시에 얻기 쉽다. 최근 미술기관들이 미술가들의 아카이브 콜렉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뒤늦게나마 수장고에 쌓인 기록물들에 대한 정리·분류·관리 작업을 실행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아카이브 전시가 수반할 수 있는 진지한 학술적 모노그래프를 생산하고 그것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올바르게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아카이브 전시는 그것의 형태나 내용, 또는 전시의 문맥과는 상관없이 화려한 디자인적 요소에 의해 전시장을 하나하나 채우는 자료의 나열이 아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관람객과의 사이에서 서로 융합될 수 있는 날카로운 학술적·교육적·미학적 큐레이팅 비전이 요구된다. 미술가 마르셀 브로타에르스(Marcel Broodthaers)의 언급처럼, “전시는 탐구할 가치가 있는 다른 많은 가능성으로 둘러싸인 또 다른 가능성”6) 이기 때문이다.


  • 〈이병복, 3막 3장〉 전시 전경
    〈이병복, 3막 3장〉 전시 전경



1) 이 글에서 “아카이브 전시”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모든 전시 형태를 통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2) 최풀잎, 2013 전시별 응답자 프로파일 및 주요문항분석 2013 아르코미술관 이용객 연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3, p.125-130
3) 관객과의 인터뷰, 큐레이터 특별 해설 프로그램, 2013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이병복, 3막 3장〉, 2013
4) Eilean Hooper-Greenhill, Learning in Art Museums: Strategies, The Educational Role of the Museum, Eilean Hooper-Greenhill (ETD), Routledge, 1999, p.44-50
5) 움베르코 에코가 1960년대 초 자신의 저서 『열린 예술작품(Opera apertas)』에서 현대예술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모든 예술작품이 다양한 해석 방식에 열려있음을 주장한다.
6) 한스 율리히 오브리스트, 송미숙 옮김, 큐레이팅의 역사, 재인용, 미진사, 2013,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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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