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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이버문학광장 10주년 특집
문학라디오 ‘문장의 소리’ 400회 돌파, 현장 탐방 취재

박지영 (문학특!기자단 2기 학생기자)
  • ‘문장의 소리’ 녹음 스튜디오
    ‘문장의 소리’ 녹음 스튜디오


피디는 균형감 있게, 디제이는 입체적으로, 작가는 큐레이터처럼 녹음 참여   
무려 400회 넘긴 문학 팟캐스트 ‘문장의 소리’  


문장의 소리가 400회 방송을 맞이했다. 현재 김경주 시인이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최창근 극작가, 조연호 시인, 김중혁 소설가 등에 이어 400회 제작을 마쳤다. 100회, 200회 특집은 조연호 시인, 300회 특집은 김중혁 소설가가 만들었다. 디제이는 현재 김민정 시인으로 한강, 이기호, 김중혁, 황정은, 최민석, 김선우, 이문재 작가 등에게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이렇듯 인기 작가들이 손수 만드는 작가 중심 방송인지라, 참여 작가 고유의 매력이 여느 문학 관련 매체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현장에서도 작가들이 가장 편안한 환경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제작진 겸 동료작가들의 배려가 돋보인다.
지난 4월 20일 월요일, 녹음실을 찾아 이곳의 분위기를 살피며 작가와 피디를 인터뷰했다. 녹음이 진행된 곳은 서울의 서교동,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의 스튜디오다. 문장의 소리 녹음과 믹싱을 전반적으로 소화하는 곳이다. 2005년 5월부터 지금까지 여럿 신인, 중견 원로작가들이 이곳을 스쳐 갔다. 2005년 5월 시작된 문장의 소리가 10년 넘게 이어진 곳이자, 국내 문인들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축적된 곳이다.
지금 문장의 소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munjang.or.kr) 외에도 유튜브,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이나 아이튠즈에서도 들을 수 있다. 2015년 4월 기준, 405개 클립이 업로드됐다. (http://www.podbbang.com/ch/4295)
“10년의 긴 기간 동안 문학도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던 방송”, “기관에서 만든 팟캐스트인데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네요”, “김민정 시인 목소리 좋아요. 다정한 언니 같아요” 등등의 청취자 반응이 댓글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문학팬들이 듣기 시작했지만, 차차 문학 외적으로도 청취자 층이 넓어졌다. 회차가 쌓이면서 한국문학의 ‘살아있는 박물지’ 역할도 하고 있다.  

녹음 스튜디오를 방문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으로, 이원경 기술감독이 ‘명작극장’에 참여한 배우 목소리를 매끈하게 다듬고 있었다. 이날은 이범선 작가의 1959년 작 〈오발탄〉 제2막 중 ‘철호의 어머니’ 대사 레벨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해도 난 모르겠다. 삼팔선.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제 고장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대체 누구란 말이야?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게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명작극장’은 문장의 소리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여, 1920년부터 2000년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이나 희곡을 배우들이 읽어주는 코너다. 김경주 시인이 기획, 박성석 연출가가 각색과 연출, 허희 문학평론가가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았다.
녹음실에서 명작극장 사운드 믹싱이 이뤄지던 오후 4시경, 정지향 소설가, 김경주 시인, 김민정 시인 등 제작진들이 차례대로 도착했고, (5월 출연진) 심상대 소설가, 박근혜 가수 등 출연자의 녹음이 진행되던 중, 짤막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지향(구성작가) 소설가에게 듣는 문장의 소리]  


문창과 재학 중 ‘문장의 소리’ 구성작가로 활동
선배 작가에게 조언 구하듯 즐겁게 참여


Q. 이곳 작가 일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2014년에 등단해 아직 문예창작과 학부생인데, 문장의 소리 측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 주셔서 시작했습니다. 구성 작가는 데뷔 5년 미만 작가가 하는 편이고, 디제이나 피디는 등단 연차가 좀 있는 분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Q. 초대 작가들의 섭외 기준이 있나요?
기존에 출연하지 않으셨던 분들, 처음 나오는 분들 위주로 합니다. 다시 섭외할 때는 2년 정도 시간을 두고요.

Q. 대본을 쓰려면 출연자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야 할 텐데, 본인만의 집필 노하우가 있나요?
일단 신작이 나오는 작가들 위주로 섭외하니까 신작은 최대한 읽으려고 노력하고, 소설은 페이지 수가 많으니 전체적으로 봅니다. 공부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대본 쓸 때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느낌으로 질문지를 구성합니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Q. 대본과 실제 방송은 유동성이 있나요?
문학 외 출연자에게는 예상 답변을 받지만, ‘작가의 방’ 코너는 작가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따로 답변지를 받지 않아요. 아무래도 부차적인 게 나오고 유동성이 있는 편입니다.

Q. 회의는 언제 하나요?
수시로 합니다. 피디님과 녹음 날에도 많이 하고, 회의 때는 섭외를 합니다. 그동안 문장의 소리에 안 나온 분인지 확인하고 신간을 봅니다.   

Q. 코너 구상도 같이 하나요?
기본 포맷이 있으니 코너를 구성하는 부분은 피디님이 하시고 각 회에 대한 구성은 제가 합니다. 작가의 방 질문은 10개 정도 들어가요.

Q. '글틴' 출신 작가로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 주제에 무슨(웃음). 2월에 시작해서 지금은 일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녹음을 하니까, 여기 오는 날은 카페에서 선배들이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듣는 기분입니다. 나오시는 분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합니다.

Q. 글틴 때 어느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했나요?
백일장에 많이 다녔는데, 1학년 때 ‘주장원’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 생각이 나서 보니까 글이 남아 있었어요. 비밀번호를 생각해 내서 아득바득 삭제했습니다. 깜짝 놀라서요.

Q. ‘궁냥궁냥’ 게시판 보면 자기가 쓴 글 내려달라는 졸업생들이 있습니다.
젊은 시인들 중에 글틴 출신이 있는데, 다들 예전에 썼던 글 내린다고 들었습니다(웃음).  


[김경주(피디) 시인에게 듣는 문장의 소리]  

문장의 소리는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콘텐츠
문학 안팎의 목소리를 듣는다


Q. 문장의 소리 400회를 맞이한 소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400회를 다 한 건 아니지만, 정말 많은 작가들이 문장의 소리에 출연했습니다. 지금도 출연했으면 하는 작가가 아주 많아요. 프로듀서를 해보고 10여 년 동안 거쳐 왔던 손님들 보면서 문학 외연이 넓고,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많단 생각을 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문학과 관련된 콘텐츠가 예술정책이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다는 게 중요합니다. 문학은 동시대성을 반영하긴 하지만 그 어떤 장르보다도 인간의 본질에 닿아있고 인간의 떨림에 관련을 맺고 있는 장르에요. 지속적으로 작가와 문학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가치 있는 일입니다.

Q. 문장의 소리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열려 있는 콘텐츠입니다. 원로 선생님 근황이 궁금할 땐 모실 수 있고, 젊은 작가들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지방 문학을 다룰 때는 (좋은 의미로) 토호의 지방색이 드러납니다. 문학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책 작업을 하거나 다른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도 초청하고 있습니다. 갖고 있는 내구성이나 품이 넓다고 할까요? 포용력 있는 팟캐스트입니다.

Q. 작가로서 프로듀서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작가로서도 좋아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마니아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요한 뿌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20~30년 뒤, 한국 근현대사에서 정말 많은 작가들의 목소리가 아카이브 되는 것입니다.
라디오 명작극장도 올해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은 굉장히 소중합니다. 독서시장이나 출판시장에서 라이트노블 등 외국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고 출판점유율도 외국문학이 높지만, 우리 문학 쪽 유산이 중요한 게 많습니다. 191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근대문학을 각색해 연극배우들이 (라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고, 대학로 스튜디오에서 만듭니다. 배우들, 연출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기획을 했고 각색을 같이 했습니다.  

Q. 프로듀서로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제 2년 차인데, 그 사이 디제이가 세 번, 작가가 세 번 바뀌었습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작가들이 만드는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 특징 자체가 ‘리버럴’하잖아요. 콘텐츠 운영 방식은 탄력적입니다. 특히나 작가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자기 목소리를 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같이 생각합니다. 그런 점이 저희들이 갖고 있는 지점이죠.
문학 바깥 얘기도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들만 듣는 건 아니니깐.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팀워크는 어떤가요?
지금 디제이는 김민정 시인입니다. 사전에 방송 원고와 질문지를 주고받습니다. 디제이마다 초청 작가들과 친해지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다 달라요. 디제이의 화음과 화성에 의해서 색깔이 정해지니까 디제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라디오 고정출연을 꽤 많이 했습니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9개월, ‘정엽의 푸른 밤’을 1년 가까이 했어요. 그런데 프로듀서로서는 균형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어떤 작가를 섭외하고 신간을 어떻게 청취자에게 전달하느냐,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디제이는 입체적인 방식으로 작가는 전반적인 큐레이터적인 역할로서 방송을 맡고 있습니다. 이원경 실장님은 이 스튜디오의 주인이기도 한데, 모든 작가를 다 봤으니깐 이 분의 경험과 노하우가 방송에 도움이 됩니다.
이후에 다른 디제이와 프로듀서가 오겠지만, 문장의 소리만큼은 여러 가지 입장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문학의 결을 찾아가며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제작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한 번 정도 목소리를 듣고 싶은 작가들이 있는데, 은둔자형으로 개인 기질 때문에 못 나오면 아쉬워요. 그 외에는 즐겁게 하는 편입니다. 다만 오래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뭐든지 하나를 제대로 보려면, 좀 깊게 겪어봐야 하잖아요.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애로사항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Q. 방송에 대한 주변 피드백은 어떤가요?
일단은 물리적인 측면에서, 홈페이지 한 번 올라가고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도 올라가니 작가들에게 오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피드백입니다.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 거 같아요. 팟캐스트나 SNS, 유튜브로 연동이 안 되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넓게 퍼져 있고, 인지도도 두꺼워졌어요. 홍보 차원이라기보다는, 작가들이 책을 내고 문장의 소리에 나가는 게 어깨 힘 들어가지 않고 참여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공영방송이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비해 자기 책 이야기를 가장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정작 내가 프로듀서란 것은 노출을 많이 안 합니다. 방송 콘텐츠 자체가 알려져 있어요. 공개 방송을 일 년에 두 세 차례 하는데, 청소년들이 현장에 많이 옵니다. 안양예고 학생들이 참여한 적도 있어요. 거리로 나가 ‘보이는 라디오’도 했습니다. 이번 6월에도 나주에서 할 예정입니다.

Q. 문장의 소리에서 청소년이 참여할 만한 콘텐츠가 있을까요?
구체적인 청소년 코너는 현재로서는 없는데, 좋은 기회가 있다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잡지 ‘풋’ 창간할 때 편집위원으로 일했고, 글틴에서도 4년 넘게 글쓰기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자들이 꽤 많이 데뷔했어요.

Q. 특별한 청취자 사연이나 이벤트를 기획한 게 있나요?
문학보다도 작은 공간의 콘텐츠, 시스템이나 속성의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질문하면 좋겠습니다. 활동 초기에 라디오 방송 구성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어요. ‘방송 작가는 어떻게 해요?’, ‘라디오 팟캐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요?’, ‘라디오 프로듀서는 어떻게 하나요?’ 등 문학을 하는 친구들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습니다.

Q.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글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출연도 가능할까요?  
두드리면 됩니다. ‘이런 게 있는데 소개하고 싶어요’ 얘기하면 됩니다. 제가 보는 것도 한계가 있죠.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은 항상 열어두고 있습니다. 독립서적, 독립책방 등 특집이 마련되면, 글틴 참여도 환영합니다.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