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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유럽 페스티벌의 현주소와 시사점
코리안 시즌 @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2015

이보람 (영국 스털링 대학 교수/ 에든버러 축제 프리랜서 컴퍼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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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2015년의 에든버러 축제 ‘프린지’

에든버러 성에서부터 홀리루드 궁전으로 이어지는 언덕 로열마일에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동상이 서있다. 1758년 그의 저서 ‘에세이, 도덕, 정치 그리고 문학’에서 그는, 예술을 포함한 인간탐구의 모든 형태는 긍정적인 경제적 외부효과를 창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외부성을 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특히 민주주의에 가장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8월, 그의 동상을 둘러싸고, 300개가 넘는 극장에서, 3,300개가 넘는 공연들이, 전 세계 누구나가 참가할 수 있는 최대 규모 공연 예술 축제 ‘프린지’가 무대 위에 선보였다. 1947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 받지 못한, 6개의 스코틀랜드, 2개의 잉글랜드 극단들이 국제 페스티벌 초청 공연들이 올라가는 극장 주변부에서 공연을 올리기 시작해 그 이름을 딴 ‘프린지’라는 축제가 시작됐다. 68년이 지난 올해에도 에든버러의 카페, 교회, 대학교 등의 공간들은 8월 한 달 동안 극장으로 탈바꿈하여, 이 시대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개성 있는 공연들을 올렸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협회에서(http://edfringe.com/참조) 발행한 보도자료 “2015년 ‘프린지’ 팩트”에 따르면, 지난 두 해보다 올해 프로그램에 포함 된 공연 수, 극장 수, 공연 횟수, 참가한 국가 수 모두 증가했다(표1 참조).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라 등재되어 있는 기네스북의 기록을 스스로 깨며,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어마어마한 수의 공연을 공급하고 있다. 그 많은 수의 공연들은, 재미나게도 데이비드 흄 동상에서 몇 발치 떨어져 서 있는 동상의 주인공, 스코틀랜드 출신 정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시장 원리에 따라, 전 세계에서 에든버러를 찾은 수요자들인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평가 받게 된다.

표1. 2015년-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프로그램 비교


2015년-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프로그램 비교
구분 2015년 2014년 2013년
공연 수 3,314 3,193 2,871
극장 수 313 299 273
공연 횟수 50,459 49,497 45,204
무료 공연 수 807 825 713
초연 작품 수 1,778 1,789 1,585
참가한 국가 수 49 47 41


l 에든버러의 우리들

고등학교 시절 대학로를 방황하던 나는, 2003년 한국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영국으로 오게 되었고. 그해부터 매년 8월에는 에든버러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라는 전문 시장에 한국에서 공연을 올리러온 팀들을 만나, 현지 컴퍼니 매니저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공연팀의 눈과 입과 손과 발이 되어야 하는 컴퍼니 매니저라는 역할을 하다보면, 무대 위 조명 아래 올려지는 공연보다, 무대 뒤에서 숨을 고르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극장 밖 전쟁터 같은 축제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 스탭들의 모습을 훨씬 더 가까이 보게 된다. 올해 역시 에든버러에 용감하게 발을 내디딘 8개의 아름다운 한국 공연팀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8개의 한국 공연팀 중 다섯 팀은 어셈블리 극장과 해외 공연 기획 전문 기업 에이투비즈가 공동으로 주최한 ‘코리안 시즌’(http://atobiz.co.kr/참조)에 선발된 공연팀들이었다. 어셈블리 극장은 35년 전통의 체계적인 극장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에든버러에서 국제적인 신임을 받는 극장들 중 하나이다. 올해는 축제 기간 중 대극장으로 사용되는, 현 에든버러 신학대학교, 구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인 어셈블리 홀과 죠지 스퀘어 가든을 포함한 8곳에 마련된 17개의 무대에서 총 167개의 공연을 올렸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프린지’ 축제라지만, 극장 섭외 없이는 기획조차 불가능하다. 어떤 극장에 올리느냐에 따라 극장 환경이나 기술면에서 뿐 아니라, 현지 홍보 마케팅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셈블리 극장에서 하는 공연이기에 믿고 본다는 관객들의 신뢰도 그렇지만, 잘 알려진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게 되면 축제 안에서의 경쟁이 한결 수월해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극장들일수록 극장 프로그래머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어셈블리 극장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코리안 시즌’을 진행하기로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세계무대로의 고속도로가 깔린 셈이다.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남아프리카 시즌’을 주최해 영국과 유럽 일대의 남아프리카 열풍을 몰고 온 어셈블리 극장은 다음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선두 공연들로 전통무용 공연인 (주)크리에이티브아크라이즈와 한국관광여행개발원(KTDI) 공동주최·주관의 〈아름다운 공연 판(PAN)〉, 극단 하땅세의 재치 발랄한 가족극 〈붓바람(Brush)〉, 제주 전통 예술 공연 개발원 마로가 제주 큰 굿을 새롭게 해석한 창작극 〈이어도(Leodo: The Paradise)〉, 에든버러 점프 신화의 주역들이 만들어낸 The Patron의 피지컬 코미디 마술 공연 〈로또(LOTTO: Karma of the Alchemist)〉, 그리고 안무가 이인수가 이끄는 EDx2 무용단의 현대무용 공연 〈어느 좋은 날(ONE FINE DAY)〉이 선보여졌다. 이 다섯 가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어셈블리 극장 프로그램 안에 ‘코리안 시즌’의 이름으로 포함되었고, 공동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며, 함께 한국의 예술을 전 세계인들에게 전파했다.

그 밖의 다른 세 팀은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을 21세기 희비극 버전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극단 마고,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공연 〈Korean Breath〉를 선보인 문화 공작소 세움 (SE:UM), 셰익스피어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한국적으로 각색해 선보인 순천향대학교 영어 연극 동아리 EDP이다. 이 세 팀 모두 에든버러에서 잘 알려져 있는 극장 중 하나인 씨 베뉴(C Venue)에서 공연했다.

l 예술인들을 성장시키는 축제의 본 고장, 에든버러

1999년의 난타의 성공 이후 한국에 급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세계무대로의 도약을 꿈꾸는 많은 한국 공연팀들에게 선망의 무대로 손꼽혀 왔다. ‘프린지’를 경험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많은 예술인들과 관객들뿐만 아니라 축제 기획자, 해외 언론인, 극장 프로그래머, 프로모터들과 한 곳에서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주요 언론사들의 리뷰와 별점들이 축제의 열기에 불을 붙이고, 공연장을 찾는 유료 관객들은 가장 날카롭게 공연의 가치를 평가한다.

한국 공연팀들은 13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이 무색하게 에든버러에 도착하자마자 극장에서 주어지는 짧은 셋업 시간에 테크니컬 리허설을 마치고, 8월 한 달간 많게는 25번의 공연을 올리고, 끊임없는 거리 홍보, 거리 공연을 하며 에든버러를 경험한다. 먹고 입고 자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오는 불편함과 피로함을 관객들의 박수 소리로 견디어내며, 무거운 짐들을 함께 지고 있는 동료들과 울고 웃으며 고뇌하다, 세계 속의 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세계무대에서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경험하고, 새로운 시각적 접근과 해석으로 평가 받은 공연은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마주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 피할 수 없는, 성장통

한국에서 에든버러 축제에 참가하려면, 경비부터가 만만치 않다. 무대 세트 운송비부터, 항공비, 숙소비 등, 대관료 선지급을 요구하는 극장들도 많을 뿐더러, 해외 홍보 대행사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거나, 길에 포스터라도 붙일라 치면 다 돈이다. 지원금 없이 소규모의 극단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이다.

에든버러 축제 참가 공연의 절반 이상이 스탠드 업 코메디(Stand-up Comedy)와 연극임을 감안하더라도(표2 참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는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매년 늘어나는 공연 수에 반해, 신용 규제(Credit Crunch),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Sub Prime Mortgage) 파동, 그리고 최근 그리스 정부의 파산을 몸소 체험하며 긴축 정책에 들어간 영국과 유럽 관객들의 지갑을 여는 일은 더욱더 힘들어졌다.

티켓 판매로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 해외 시장의 경험과 공연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선 손색이 없는 곳이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라는 것은 틀림없다. 해외 시장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의 전문 기획자들과 프로모터들이 신선하고 잠재적인 한국 극단들을 발굴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해외 무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고대해본다.

표2. 2015년-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프로그램 장르 비교


2015년-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프로그램 장르 비교
구분 2015년 2014년 2013년
코메디 34% 34.5% 33.0%
연극 27% 27.5% 29.0%
음악 14% 13.1% 14.0%
아동극 5% 5.0% 5.0%
이벤트 4% 4.3% 4.5%
스포큰 워드 4% 3.9% 2.0%
댄스, 서커스, 신체극 4% 3.6% 4%
카바레, 버라이어티 쇼 4% 3.2% 3%
뮤지컬, 오페라 3% 3.4% 4%
전시 2% 1.6% 1.5%


l 에든버러 속의 한국

올해 처음 마련된 코리안 시즌이라는 장(場)은 어셈블리와 1999년부터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권은정 에이투비즈 예술감독과, 현지 홍보 마케팅 후원을 담당한 한국관광여행개발원(KTDI)의 전폭적인 지지와, 힘든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다섯 공연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어셈블리 극장장 윌리엄 버뎃쿠츠(William Burdett-Coutts)는 “작품성 높고 대중성을 아우르는 뛰어난 한국공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문화 경제학자 홀든(Holden, 2004; 2006)은 예술이 지닌 가치를 세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였다. 그것은 예술 그대로의 가치(Intricsic value), 도구로서의 활용가치(Instrumental value), 그리고 예술 안에 내재되어 있는 국가의 제도적인 가치(Institutional value)이다. 코리안 시즌에 선발된 공연팀들은 ‘자신들이 추구하고 연구하고 있는 예술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사랑에 빠지게 했다. 여기서, 이 큰 장(場)을 개인 기업들과 극단들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문화원은 쇼케이스(British Council Showcase) 형식으로 해외 프로그래머들을 초청한 자리를 마련해 ‘프린지’ 축제에 참가한 서른 개 정도의 영국 공연들을 선정해 앞장서서 선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21편의 공연들도 ‘메이드 인 스코틀랜드(Made in Scotland)’라는 프로그램으로 묶여, 축제 기간 중에 정부로부터 홍보와 해외 무대로의 도약에 있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이름으로 해외에 공연을 올리는 소규모 극단들에게 국가가 힘을 실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공연팀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국가 차원의 제도와 정책 수립이 시급한 시기이다.

l 우리가 당면한 과제

첫 회 ‘코리안 시즌’에 선정되었던 한국 공연팀 모두 그 경험을 토대로 재정비 하는 시간을 갖고, 세계무대 위에서 더욱더 성장하길 바란다. 다음 두 시즌을 준비하는 기획사 에이투비즈의 어깨가 무겁다. 더 많은 한국 공연팀들이 세계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코리안 시즌이라는 발판을 잘 다듬어, 보다 더 지속 가능하고 생산적인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문화 경제 쪽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문화는 더 이상 한 ‘업종’이 아니라, 모든 것들과의 ‘연결 고리’이다. 문화는 건강과, 복지와, 사회 통합과, 혁신과, 기업가 정신 등과 연결한다(Culture is no longer a ‘sector’ but a ‘connector’ for everything else. Culture connects with health, wellbeing, social cohesion, innovation, entrepreneurship, etc.(Sacco, Ferilli, & Tavano, 2012)”

그리고 여기에 한 문장을 추가하자면 예술과 문화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1776년 아담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에 관한 책 ‘국부론(Wealth of Nations)’을 저술한다. 여기서 국가란 모든 국민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 개인의 이기심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에 관한 그의 이론들을 서술해 놓은 책이다. 우리에게 조금은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아담 스미스의 첫 저서는 1759년에 출간된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이다. 근대 사회질서 성립의 근거를 사람들의 이기적인 본성으로만 설명한 것을 비판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받아, 아담 스미스는 이 책에서 공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회를 이해하고 정의를 구현해아 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것은 연민이나 동정과는 다른 접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은 공정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공감을 바탕으로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것은 공감이다. 왜 한국 공연팀들이 에든버러 축제를 찾는지, 축제에서 어떤 불편함과 어려움을 경험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노력이 더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같이 고민해 봐야한다. 한국 예술 시장에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유일한 돌파구가 해외 시장이 될 수는 없지만, 두려움 없이 세계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든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참고 문헌〉
Holden, J. (2004) Capturing Cultural Value: How culture has become a tool of government policy London: Demos
Holden, J. (2006) Cultural Value and the crisis of legitimacy London: Demos
Sacco, PL., Ferilli, G., & Tavano, B. G. (2012) Culture 3.0: A new perspective for the EU Active Citizenship and Social and Economic Cohesion Policy. In: European House for Culture, The Cultural Component of Citizenship: An Inventory of Challenge (ed.) Access to the Culture Platform, 195–213.


  • 아름다운 공연 <판>
    아름다운 공연 〈판〉
  • 에든버러 거리의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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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매체들의 코리안 시즌 반응
    영국 매체들의 코리안 시즌 반응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