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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15 AYAF - 창작 소통 플랫폼
아름다운 관계를 준비하며

박경소 (AYAF 5기, 전통예술 분야)
  • 박경소

l 나는 본래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음악을 위하여 곡을 만들기도 한다. 연주자로 데뷔하여 활동한 지가 꽤 되었기 때문에 신진예술가를 위한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신진퍼포머가 아닌 신진창작자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연주자가 아닌 작곡자로서 더욱더 심화 학습이 필요했던 나에게 매우 적합하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감사하게도 AYAF 신진예술가라는 명칭 아래 안정되게 새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l 가장 아름다운 관계

작년에 초연했던 〈평행, 아름다운 그의 존재〉의 연장선으로 기존의 개념을 확장했다. 즉, ‘섞일 수 없는 것들의 함께 있음의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만물의 존재와 그들 사이의 가시적인 혹은 가시적이지 않은 상호 작용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는가’로 확장해 본 것이다.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며 나의 지력들(智力과 知力)보다 한발 앞선 주제가 아닌가 우려도 되는바, 이를 음악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시작을 해 놓고 보니 본인 스스로에게조차 난제였다. 그리하여 내가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나의 경험(여기서 경험이라고 함은 단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경험하는 행위뿐만이 아닌 그 행위의 상황과 공간을 포함한다.)과 내가 알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있는 그들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함께하고 그 현상에 대한 느낌을 공부한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단지 ‘나라면 어떠할까?’라는 개인적인 것이 아닌 각자 모든 것들이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느낄 것이며 ‘그들이 서로, 우리가 서로 어떻게 리액션을 할까?’라는 생각과 ‘어떠한 리액션이 아름다운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떠한 리액션이 필요한가?’로 조금씩 확장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또한 그렇게 다(多)방향적 리액션을 할 수 있는 ‘공간, 즉 음악적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며 내 생각의 지점을 확장하는 것에 AYAF 프로그램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해외 리서치를 통한 뉴욕 방문으로 그곳에서 행해지는 공연 관람, 미술관과 갤러리 관람 등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깨울 수 있었다면,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님의 강연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의 주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예술만을 들여다봄으로써 예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이브리드된 상태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우리식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지금 시대 우리 창작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한다면, 개인이 추진하기 힘들었을 법한 이러한 지식 확장의 기회를 접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l 아름다운 관계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장치 : 공연 그리고 쇼케이스

공연을 중심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공연과 더불어 앨범 발표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즉 공연을 하는 날이 음반 발매 쇼케이스 콘서트가 되는 셈이다.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음반을 발표하는 것은 공연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이는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악의 현장성이라는 커다란 장점과는 다른, 한정된 인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음반(혹은 디지털 음원)이라는 사용자에게로 열린 방향성을 가진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나의 창작물에 접근하는 다양한 창구를 열어두고 싶었다. 이것이 아름다운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하나의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나의 작업이 아카이빙 될 음반은 이번 아야프(AYAF)를 더욱더 뜻깊은 기회로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현재 앨범을 위한 창작 작업은 끝난 상태이고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녹음을 마치면 음반 후반 작업을 진행하며 인쇄물 디자이너, 기획 파트너와 인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공연은 두 달이 남았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조명, 공간, 음향 디자이너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새로이 만나게 되었다. 공연을 위한 본격적인 프로덕션을 처음으로 구성한 셈이다. 마음으로도 실제로도 매우 풍요로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나의 첫 아름다운 관계.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혼자가 아닌, 마음을 모아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기에 더욱더 기다려진다.
올해의 마지막 날,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시작된다.

2015년 12월 30일~3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