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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15 베니스비엔날레를 보다
2015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
한국 작가들의 작품 미리 보기
이미지, 사운드, 움직임이 교차하며 세상과 관계 맺는 場

차승주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김아영
    김아영
  • 남화연
    남화연
  • 임흥순
    임흥순


지난 3월, 베니스비엔날레 재단(대표: 파올로 바라타 Paolo Baratta)은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의 참여 작가를 발표했다.1) 전 세계 53개국으로부터 13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는 김아영(1979), 남화연(1979), 임흥순(1969)이 초청되었다.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한국 작가들의 참여가 이루어진 것은 2009년 구정아, 양혜규 작가가 초대된 이후 6년 만이다. 이는 작년 9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방한 기간 동안의 강연 및 리서치 추진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오쿠이 엔위저는 국내 미술계의 굵직한 행사들의 참관 및 강연 차 한국을 다녀갔고, 이 기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선별한 10여 명의 작가 리서치에 참여하였으며, 이는 비엔날레 전시 주제와 연관성을 지닌 작품과 작가의 초청으로 이어졌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는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타이틀 하에, ‘국제적 현실의 지속적인 재편성, 운동성, 형태 변화의 관점에서 현재를 들여다보며, 역사적이자 반역사적인 프로젝트를 동시에 탐험하는 무대를 구축’한다. 이 안에서 우리 시대의 불안은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기술 시대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면서 급변해 온 현재와 타협하는 여러 방식들로 제시된다. 또한 상처와 불평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한 세상 앞에 예술가와 작가, 영화감독들이 표출하는 에너지는, 예술과 인간, 사회, 정치적 세계를 어렴풋이 지배하고 있는 여러 역학구조와 그 내재된 관계들에 대한 인식 지평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그 구조 이면의 욕망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오쿠이 엔위저가 보여 온 그간의 행보와 전시 방향을 상기할 때, 본 전시의 내용적 측면이 지닌 큰 윤곽은 그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전시는 ‘작가와 영화감독, 안무가, 퍼포머, 작곡가들의 개별적, 혹은 협업을 통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구성되며, 이와 같이 구성될 일련의 프로젝트, 작업, 음성(Voices)들이 비엔날레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관객들의 총체적 경험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본 전시에 초대된 세 명의 작가들은 상기한 전시 주제의 내용적, 형식적 구현을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퍼포먼스 비디오,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접점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다.
한국과 영국에서 시각디자인, 사진,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비디오,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와 내러티브 구조를 이용해 작업해 온 김아영은 세계사와 한국 근현대사가 만나는 역사적 시공간에 대한 관심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보이스 퍼포먼스, 사운드 드라마 등 다채널 사운드 영상 설치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2008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2010년 브리티쉬 인스티튜션 어워드(로얄아카데미 오브 아트, 영국)를 수상한 바 있는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의 인연도 깊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 아티스트 프론티어(AYAF)로 선정되었고, 2011년 위원회의 국제교류 지원 사업으로 베를린의 베타니엔 스튜디오에 1년간 파견되었으며, 이 기간에 조사를 시작한 근대와 철도의 맥락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2014년 구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30분 분량의 6개 채널 소리극과 빛 설치 작업의 귀국보고전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을 열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가 대본 및 컨텍스트를 담당하고,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 아티스트 프론티어(AYAF)인 현대 음악 작곡가 김희라가 이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설치 및 보이스 퍼포먼스 작업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석유 자본, 중동 근로자, 문명사 속의 석유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물질이자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 자본과 이를 둘러싼 국제외교, 초국적 정유회사 등에 대한 자료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구현해 실험적 내러티브를 지닌 다채널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벽 다이어그램, 오프닝을 위한 보이스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이는 내러티브 구조 자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하나의 조형요소처럼 부각시키며, 언어와 음악이 서로의 영역을 침투하는 대안적 형식의 음악극이다. 매체 자체의 다양성이 주는 멀티감각 이외에 내러티브의 레이어들이 얽혀있는 형태는 이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 역사와 현실이 관계 맺는 방식 나아가 단일국가, 그리고 세계가 서로 관계 맺는 방식들에 대한 지속적 사유를 촉발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풍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퍼포머와 협업을 통해 시청각화하는 방식은 남화연의 작업에서도 나타난다.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는 수년간 '페스티벌 봄'을 통해 퍼포먼스와 무대 공연 등을 선보여 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 내재된 시간, 그리고 사회적 합의로써 도출된 시간 개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퍼포먼스와 비디오, 사운드 작업을 통해 현재(the present)라는 시간에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트루기의 방식을 고민하며,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는 작업의 과정을 안무적 관점으로 접근해왔다. 〈욕망의 식물학〉이라는 작품으로 이번 베니스에 참여하게 된 남화연 작가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튤립포마니아(Tulipomania)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퍼포먼스 영상을 2채널 비디오로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 그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카탈로그, 벌의 춤을 응용한 퍼포먼스, 주식 폭등을 암시하는 허구의 텍스트, 주식 폭락을 중계하는 목소리 등을 조합하여, 인간의 소유를 향한 욕망과 욕망하는 상태를 먹이사슬로 얽혀있는 또 다른 생태계와 같이 관찰하고 이를 주목한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Move: on the spot〉, 2013년 하이트컬렉션 〈드로잉을 위한 공간들〉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고, 2009년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국내 최초 개인전 〈시간의 기술〉(2015)에서도 과거, 현재의 시간대를 오가며 경험하지 못했던 것의 실체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퍼포먼스 영상 및 사운드, 사진 작업을 통해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두 작가의 작업이 보다 실재적 공간 안에서의 퍼포먼스와 사운드를 중심으로 타 장르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실험적 다원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여한 마지막 작가 임흥순은 보다 영화적 언어에 충실한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비엔날레 관객들을 맞이한다. 제주 4ㆍ3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2012)을 연출했고, 각종 영화제의 수상 경력을 지닌 영화감독 임흥순은 본래 회화를 전공했다. 회화적 언어로 표현해 온 가족과 지역, 공동체라는 화두는 영상언어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지속적 탐색으로 이어졌고, 미술과 영화의 표현양식을 접목시킨 독자적 활로 안에서 그의 영화는 그 내용적, 형식적 측면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위로공단〉은 2010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념의 굴레 없이 풀어내는 작업이다. 그는 이 영화를 “어머님, 여동생과 같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많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의 영화”라고 직접 소개하며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을 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 받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포착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그의 작업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간 새로운 역사 기록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그의 영상 안에서 사실적인 상황의 나열을 넘어 다양한 행위 예술적 재연과 병치되며 이로 인해 그 여운은 배가된다. 즉,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정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과거에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흐름이라는 유동성과 맞물려 굴레처럼 되풀이되는, 현재에 담지된 역사의 지속성을 형식적 특이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샤르자비엔날레, 2014년 국립로마현대미술관(MAXXI) 〈미래는 지금이다(Future is now)〉,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역병의 해 일지〉, 2013년 일민미술관 〈애니미즘(Animism)〉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던 그는 2014년 성곡미술관의 ‘내일의 작가상’, 인천다큐멘터리리포트 ‘베스트러프컷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쿠이 엔위저가 구축할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는 여러 층위의 교차적 필터(filters)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필터들이 중첩되는 지점에서 탄생하는 ‘형태의 의회(Parliament of Forms)’에서는 ‘큐레이터 자신도 예술가들, 운동가들, 대중, 모든 종류의 참석자들과 함께 열린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전시의 주역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그는 밝힌다. 현장성(Liveness)과 전시가 교차적으로 나타나는 이벤트적 공간, 이 안에서 끊임없이 전개되는 라이브 이벤트는 전시를 극화시키며,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여러 공간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무질서의 정원’ 안에서 조각, 영화, 공연, 설치 작업들은 국제 환경의 변화 및 국가관들을 집적된 상태로 읽어낸다. 이를 통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가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오쿠이 엔위저가 언급했듯, ‘예술가, 이론가, 작가, 작곡가, 안무가, 가수, 음악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물체, 언어, 움직임, 동작, 시, 사운드가 어떻게 관객들이 보고 듣고 응답하고 또 관계를 맺으며 마주한 세상의 격변을 이해하는 데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화답이 생성되는 공간의 구축일 것이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은 사운드, 안무, 언어가 총체적으로 집결되어 하나의 서사시처럼 작용하는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고, 그 안에서의 다양한 상황과 사건들은 다층적 이미지와 시청각적 재료들로 재구성된다. 또한 거시사와 미시사의 세부적인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면서 현실을 규정하는 삶의 조건과 그것의 역사적인 구조화 및 그 발생 배경을 비가시적, 비물질적인 형태로 드러내 보이는 방식을 각기 다른 예술적 표현 도구로 제시할 것이다. 이로 인해 본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비엔날레가 던진 화두에 대해 서로 다른 역사, 사회적 배경을 지닌 다국적 관객들의 사유를 증폭시킬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김아영 본 전시 작품
    김아영 본 전시 작품
  • 남화연 본 전시 작품
    남화연 본 전시 작품
  • 임흥순 본 전시 작품
    임흥순 본 전시 작품


1)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전시는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와 공식 국가관 전시로 구성된다. 이외에 재단의 승인을 받은 병행 전시(Parallel event)와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외부에서 열리는 자유 참가 전시 등은 비엔날레 재단의 전시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기사입력 : 201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