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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바이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미니마 모랄리아’
2008년 몽골 노마딕 레지던시로부터 시작된 러시아와의 협력 공동 창작 레지던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바이칼 지역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이르쿠츠크주 문화부와의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진행되었다. 2014년 7월 7일(월)~19일(토)까지 13일간 진행된 바이칼 알혼 섬 일대에서 이루어진 창작 작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기획자와 현지 공동 참여작가를 통해 들어보자.

두 개의 나라, 두 번의 참여, 두 개의 생각이 하나됨

야나 리시치나 (Яна Лисицина, Yana Lisitsina)
  • On the other side Shamanka : about Olkhon 사진
    По ту сторону Шаманки (On the other side Shamanka : about Olkhon)
  • Wave and stone : about Olkhon 사진
    Волна и камень(Wave and stone : about Olkhon)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 우리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정보 통신 기술이 영향을 행사하는 시대에도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만의 예술 공간을 가진다. 예술가는 이 공간을 발전시키고 확장하며 성장시킬 수 있다. 현대의 전자적인 기술이 수단으로 개입하지만, 이 수단이 예술가의 정신을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는 없다. 예술가의 정신은 그 실재의 시간 즉, 지금-여기에서, 혹은 마음의 소리가 모아져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그때의 교감이 중요하다. 내게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 알혼 섬에서의 시간이 바로 한국과 러시아 예술가들 사이에 교감의 공기를 조성한 때였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예술가로서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이미지를 찾아 나서고, 또 그 이미지를 언제 포착하게 되는가를 생각하며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남들이 쉽사리 헤아리기 어려운 작업을 행한다. 우리는 이를 "창조적인 행위"라고 부르고 경우에 따라 이 행위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더 나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예술가가 쓰는 언어는 무엇인지, 혹은 이 언어를 통해 문화적 격차를 좁히는 것이 가능한지, 각기 다른 예술가들의 역설적인 생각 속으로 들어가 공통점을 발견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바이칼 호수로 떠난 우리들은 때때로 갑자기 멈춰 서고 서로에게 눈길을 던졌다. 길가의 꽃 앞에서, 파도 앞에서, 따뜻한 태양 아래 데워진, 오랜 역사를 가진 돌 앞에서 말이다.  


  • 야나 리시치나
    야나 리시치나(필자)

나는 그 어떤 언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고, 이 재능을 사는 것도 불가능한 예술 언어 말이다. 이는 신의 언어이며 꿈꾸고,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 언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는다면 굳이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함께 한다. 바로 이 언어를 통해 재능과 습득한 기술, 자부심이 각기 달랐던 한국과 러시아의 예술가들은 교감의 공기 아래 대화를 주고받았다. 개별적이고 따뜻한 교감, 풀어 말하자면 제스처, 눈길이 만들어내는 표현과 얼굴의 표정, 강력한 에너지 덕분에 각기 다른 예술가들은 서로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매일 같은 방향을 보고 자신의 기분과 감정, 협력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통역가들은 이 복잡한 교류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했다. 2013년에는 로자가, 2014년에는 아유나가 함께 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간단하고 빠르게 그린 그림을 통해서 예술가들은 통역 없이도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건축가이자, 작가, 아방가르드 예술가인 Yakov Chernihov가 "항상 어디서나 단어 대신 그래픽을 사용하라"고 말했는데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단어는 그림으로 대체되고 그림에는 제약이나 한계가 없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알혼 섬의 자연은 협업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바이칼 호수의 해안을 따라 산책하면서 함께 평평한 돌을 쌓아 올리고 이것을 빠르게 스케치하였다. 불어오는 바람과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이 돌들은 균형을 이루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두 가지 중요하게 느낀 점이 있었다. 이 두 가지는 참여 예술가들이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제시한 작품과 이야기, 그리고 돌아오기 전날 있었던 오픈 스튜디오에서 비롯한다. 자세한 설명이 동반된 프레젠테이션은 단지 본다는 경험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시각과 평화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주의 깊게 들으며 이들의 복잡한 개념적 이미지로부터 "우리는 많은 점에서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현대적인 시각 예술을 보고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나와 더불어 시베리아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접근 방식과 세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러시아 작가들의 차례에서 우리는 한국 예술가들에게 각자의 기술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러시아 예술의 특징은 보이는 현실의 리얼리티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는 것의 분위기, 예술적 태도와 철학 및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기간에 한국 예술가들과 바이칼 호수의 빛깔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작업했다. 마지막 날, 예술가들 각자가 알혼 섬에서 5일 동안 느꼈던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드로잉, 스케치, 사진, 설치, 그림 등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이 펼쳐졌다. 알혼 섬의 따뜻한 태양 빛을 받으며 이 태양의 아이들인, 우리는 그 에너지를 작품으로 충전해 낸 것이다. 이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구나!"

한국 예술가들은 어쩌면 이 섬에 그들의 선조가 살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내 영혼은 내게 그것이 사실이라고 속삭인다. 또한 알혼 섬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을 숨겨놓고 있다는 것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싶은 희망을 품게 된다.

2014 바이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동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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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