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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

영국 런던 가스웍스(Gasworks) 국제 레지던시

김준 (작가)
  • 가스웍스 레지던시 숙소
    가스웍스 레지던시 숙소


지난 4월 중순, 약간의 긴장된 마음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였다. 입국장에서 가스웍스 측에서 우편으로 보내준 초청장과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쳐 단기 예술가 활동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자 가스웍스 측에서 보내준 운전원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동하며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는 사이 레지던시 숙소(Accommodation)에 도착하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레지던시 프로그램 담당자인 Rowan Geddis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기본적인 숙소 안내와 런던 생활 매뉴얼, 현지 지도 책자, 런던 1-2존 교통 3개월 사용권(Oystercard), 휴대폰, 열쇠 등을 받고, 담당자가 직접 준비해 준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레지던시 숙소는 전형적인 영국 서민들의 주거형태로 작은 정원, 거실과 주방, 욕실과 화장실, 그리고 매 분기마다 3~4명의 국제 레지던시 작가들이 사용하는 4개의 침실로 이루어져 있었고, 작가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물품과 전자제품들을 구비하고 있었다. 또한 매주 화요일에는 청소원이 방문하여 생활공간의 청결에도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레지던시 숙소는 빅토리아 역이나 옥스퍼드 서커스 등 시내 중심가까지 버스나 지하철로 3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는 Stockwell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고, 숙소에서 가스웍스 레지던시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의 Vauxhall에 위치하고 있었다.
약 3개월간 같이 생활하고 활동할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3명의 작가들은 독일 출신인 Wilhelm Klotzek(Goethe Institut London 후원)과 Christina Kral(Maudsley Charity 재단 후원), 콜롬비아 출신 Luisa Ungar(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후원)였다. Wilhelm Klotzek은 정치적 풍자와 유머를 이용한 퍼포먼스(Positing stand-up comedy as an absurd form of performance art)와 설치, Luisa Ungar는 19세기 런던의 동물과 관련된 역사적 아카이브를 분석하여 드로잉과 오브제 형태로 설치하는 작업을, Christina Kral은 섬세한 시각으로 각 도시 구획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재구성하여 오브제, 사진, 설치의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이질적이면서도 장소 특정적 접근(Site-specific approach)을 소재로 개인의 작업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유사성은 작가들이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실제로 작업 진행과정에서 서로의 경험과 조언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들로 연결되었다.

레지던시 담당자는 참여 작가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하여 가스웍스 대표와 분야별 담당자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외에 대표를 포함한 9명의 전문화된 분야별 담당자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국내작가 지원 프로그램, 시민참여와 교육 등 다양한 네트워크와 프로그램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가스웍스 스튜디오에서 활동 중인 7명의 영국 기반 활동 작가들과 작업실을 소개해주는 시간도 가졌다.


  • 채집된 물질(돌, 식물, 사진, 소리)들을 전시의 형태로 설치
    채집된 물질(돌, 식물, 사진, 소리)들을 전시의 형태로 설치


l 작가지원 시스템

각기 다른 후원기관을 가진 작가들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모든 작가들에게는 동일한 형태의 지원금이 제공되었는데, 11주 동안 매주 일정한 생활비(Stipend)와 작업활동과 관련된 국내외 근거리 교통비, 작품 제작과 물품 구입 등의 작품제작비가 지원되었다. 작품제작비는 작가가 원할 경우, 리서치를 위한 유럽 내 여행, 리서치와 설치에 필요한 물건, 책, 인쇄물 구입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지출과 예약 등의 절차도 가스웍스 스태프들이 직접 진행해 주었다.
또한, 4명의 국제 레지던시 작가들에게는 24시간 언제나 출입이 가능한 개인 작업실이 제공되었는데 자신의 작품 성향에 따라 직접 작업실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고, 가스웍스가 보유한 카메라, 프린터, 컴퓨터 등의 장비 사용과 리서치, 작품 활동을 위한 인턴 스태프들이 작가들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특히 현지 정보가 많지 않은 작가들에게는 스태프들의 도움이 아주 유용했는데 작업을 위한 정보 리서치, 물품 구입, 효율적인 근거리 교통 안내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리서치를 위한 연구소나 대상들과의 연락과 의사소통까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담당자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레지던시 사무실에 상주하며 작가들의 요구에 따라 창작활동을 위한 중간 미팅과 작업 방향성 제안, 전시회 정보와 작업 관련 리서치 자료 제공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작가별로 현지 문화원, 미술관, 갤러리 담당자들과의 미팅 등을 주선해 작업 활동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l 창작활동

작가에게 3개월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창작되는 결과물로서가 아닌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창의적인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3개월이라는 작업 시간은 충분히 어떠한 결과물을 향한 기반 소스를 만들어내고, 작품에 대한 실험성을 위한 적절한 자극제가 되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도시환경의 역사성과 변화 과정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오히려 하루종일 관광객들로 붐비는 런던이라는 관광지의 전형적인 모습과 거대 도시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이 작업의 시작점인 리서치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선택하고 배제하며 어떤 자료를 통해 접근하여 커다란 공간을 구획화하고 작업의 범주 안에 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Secret London ― an Unusual Guide』라는 책과 온라인 자료로 활용된 ‘Secret London(www.secret-london.co.uk)’, 런던 도시공간을 사운드로 채집하고 매핑한 ‘London Sound survey(www.soundsurvey.org.uk)’ 등의 자료들이 작업의 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체류 한 달은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거 런던의 산업적, 환경적 구조들의 현존하는 역사를 살펴보고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실제로 1902년도에 완공되어 지금까지 사용 중인 그리니치 지역의 템스강 지하 도보 터널(Greenwich foot tunnel), 1907년도에 완공된 지하철 역사(Archway underground station), 현재는 새롭게 변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배터시 화력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 1933) 등은 과거와 현재의 런던 도시 구조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관심을 유발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The Phenomena of 51.482008, -0.144344’라는 이번 작업 과정은 런던 도시민의 공간을 관찰하고 곳곳에서 발견된 현상을 토폴로지, 지구물리학 등 다양한 영역의 방법론들을 차용하여 추측하고 해석하며 진행되었다. 1920년에 Gerhard Fisher에 의해 개발된 금속 탐지기(Metal detector)의 원리처럼 전자적인 매체를 사용하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조금은 복잡한 전자 디바이스 제작을 의뢰하여 물리학적 센싱(sensing) 기술을 이용한 도시 공간의 흥미로운 장소들의 파장과 진동, 신호들을 소리의 형태로 녹음하고 현장에서 채집된 이미지와 함께 전시 공간에 하나씩 구성해가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런던 브리지에서 발현되는 물리적인 현상, 공동묘지에서 채집된 알 수 없는 진동, 사용되지 않는 공중전화 박스의 시그널, 공사 현장의 노이즈, 템스강 지하 도보 터널의 흔적, 그리고 가스웍스 레지던시 건물의 외벽이나 철조 구조물에서 생성되는 시그널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수많은 채집된 결과들은 온라인에 지도의 형태로 누구나 듣고 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 형태로 업로드하여 공유하였고, 현장에서 채집된 물질(돌, 식물, 사진, 소리)들은 전시의 형태로 레지던시 작업실에 설치하였다.

l 오픈 스튜디오

채집된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을 시작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3개월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6월 27~28일 양일간의 오픈 스튜디오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채집된 이미지를 프린트하고, 설치된 사운드 샘플들을 확인하고, 공간의 설치와 효과 점검을 마친 후 6월 27일 오픈 스튜디오를 가졌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오픈 스튜디오와 퍼포먼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참여한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많은 관람객과 미술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가스웍스 측에서는 6월 27일 오프닝 당일 오전에 미술관계자와 후원자들을 먼저 초청하여 작가들과 가벼운 아침식사와 함께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고, 오후에는 동 시간대에 다양한 갤러리들의 오프닝 행사와 맞추어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해 주었다. 28일 오후에는 세미나실에서 작가 개인 프레젠테이션과 작업 설명을 진행하며 보다 더 심도 있는 토론과 비평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짧은 일정동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가스웍스 레지던시 관계자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서로 의견을 나누는 레지던시 참가자들
    서로 의견을 나누는 레지던시 참가자들
  • 서로 의견을 나누는 레지던시 참가자들

  • 오픈 스튜디오
    오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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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