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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중국] OCT LOFT 국제재즈페스티벌
(OCT LOFT 国际爵士音乐节)

이승미 (중국통신원)
  • OCT LOFT의 중심에 있는 OCAT 전시장
    OCT LOFT의 중심에 있는 OCAT 전시장
  • OCT LOFT B10에서 하는 홍콩-선전 디자인 비엔날레의 시각디자인 전시〈Visual Communication Design Array〉 내·외부 모습
    OCT LOFT B10에서 하는 홍콩-선전 디자인 비엔날레의 시각디자인 전시
    〈Visual Communication Design Array〉 내·외부 모습

선전(深圳) 화챠오청(华侨城) 지역에 있는 OCT LOFT 창의문화원(城创意文化园)에서 '제4회 OCT LOFT 국제재즈페스티벌'이 막을 올렸다. 10월 8일부터 30일까지 23일간 30여 팀의 라이브 재즈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을 위한 강연도 마련되어 있어 독일, 폴란드, 영국, 러시아의 재즈 전문가들로부터 각 나라의 재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음악가 Steve Buchanan이 직접 발명한 전자 탭댄스 악기를 연주해볼 수 있는 워크숍도 있고, 80년대 러시아의 소비에트 연방 시절 새롭게 등장했던 음악을 담은 10개의 필름을 감상할 수 있는 상영회도 준비되어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OCT LOFT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상하이를 제외한, 도시에서 여는 재즈 축제 중에서는 제일 큰 규모라고 한다. 이 축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하기 때문에 입장권 가격이 대부분 50위안(한화로 약 9천 원)에 불과하다. 강연, 상영회, 워크숍은 모두 무료라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해의 라인업은 정말 훌륭하다. 독일의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Stephan Micus,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재즈 베이시스트 Eddie Gomez, 재즈 색소포니스트 Yuri Honing, 일본을 대표하는 프리재즈 연주자 사카타 아키라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음악가가 참여한다. 조금 특이한 점은, 아프리카, 미국 출신 재즈 뮤지션의 비율은 다른 재즈 페스티벌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유럽 뮤지션들의 숫자는 비교적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고전재즈 보다는 프리재즈, 퓨전재즈 등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음악가들 위주인데, 이 축제의 큐레이터인 텅페이(滕斐)와 투페이(涂飞)가 OCT LOFT의 또 다른 음악축제인 ‘Tomorrow Festival’ 큐레이터를 맡았던 것을 미루어보아 그들의 음악적 성향이 반영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Tomorrow Festival’은 ‘비주류 음악’을 주제로 프리재즈, 포스트 록, 아방가르드 음악 등 현대 음악의 새로운 시도를 폭넓게 다루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 Wolfram Knauer의 강연 ‘German Jazz Today’
    Wolfram Knauer의 강연 ‘German Jazz Today’
  • Clotilde Rullaud와 Alexandre Saada의 듀엣 무대
    Clotilde Rullaud와 Alexandre Saada의 듀엣 무대

지난 12일 저녁에는 프랑스 출신 재즈 보컬리스트 Clotilde Rullaud와 피아니스트 Alexandre Saada의 듀엣 콘서트가 있었는데, 이 공연에서도 기존의 곡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석한 그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Bill Evans의 〈Waltz for Debby〉와 비틀스의 〈Norwegian Wood〉, Miles Davis와 Bill Evans의 〈Blue in green〉, Frank Sinatra의 〈My Baby Shot Me Down〉 등 대부분 익숙한 음악이지만 그들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난 곡이었다. 악기 연주를 맡은 Saada는 한 손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다른 한 손으로 전자 키보드를 동시에 연주하는가 하면, 우쿨렐레와 각종 타악기 소리, 피아노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내는 소리 따위를 오버더빙 하여 반복 재생하는 식으로 다양한 소리를 쌓아올리기도 했다. Rullaud 또한 플루트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성대로 허밍 소리를 내어 화음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등, 관객이 지루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공연의 끝에 다다르자 사람들은 앙코르를 요청하며 아쉬워했다. 결국, Rullaud와 Saada는 “딱 한 번밖에 맞춰보지 않았는데, 그래도 한번 불러보겠다. 발음이 엉망이어도 용서해 달라”며 대만 그룹 S.H.E의 〈워아이니(我爱你)〉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l OCT LOFT와 그 밖의 프로그램

재즈페스티벌이 열린 OCT LOFT는 선전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지구이다. 베이징에 798 예술구(798 艺术区)가 있고 상하이에 M50(莫干山路50号)이 있다면, 선전에는 바로 이 OCT LOFT가 있다.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낡은 산업용 건물을 전시장, 공연장 및 예술가들의 주거지로 개조하는 작업이 유행했다. 공장이나 창고와 같은 산업용 건물은 보통 다른 건물보다 층고가 높고 내벽이 많지 않아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개조하기 쉬운 데다가, 투박한 산업형 건물의 오래되고 거친 질감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카페나 식당이 들어서기에 좋다. 선전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이루어낸 거대한 산업도시였지만, 현대에 들어 ‘문화도시’ 실현을 목표로 전환하게 되면서 버려진 산업용 건물이 늘어났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 건물을 개조해 예술 구역을 만든 게 지금의 OCT LOFT다.

OCT는 Overseas Chinese Town의 약자로, 중국과 다른 나라의 예술이 만나는 곳, 즉 예술가들의 국제적인 교류와 공동 작업을 통한 중국 현대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세워진 단지이다. ‘작은 798’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대륙의 규모가 기준인지라 절대 작지 않다. 15만 제곱미터의 땅에 전시장, 공연장, 카페, 식당, 꽃집, 책방, 각종 디자인 제품 소매상점 등이 빼곡히 있어 다 돌아보려면 반나절 이상 걸린다.
선전의 허샹닝미술관(何香凝美术馆)이 만든 OCAT(OCT Contemporary Art Terminal)는 선전,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에 전시장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 예술단체인데, 이 단체의 본부가 이곳에 있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물론, 출판,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선전 조각비엔날레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즈페스티벌 기간에는 ‘OCAT 청년 프로젝트: 3인 전(OCAT 青年计划:三个个展)을 전시한다. 그리고 축제 공연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B10 전시장에 가면 제1회 홍콩-선전 디자인 비엔날레의 시각디자인 전시 〈Visual Communication Design Array〉를 볼 수 있다.
선전과 홍콩은 맞닿아있어 지하철이나 버스, 페리로 쉽게 왕복이 가능한데, 덕분에 이 OCT LOFT 재즈페스티벌을 보러 온 홍콩 사람들이 많다. 최근 홍콩의 ‘우산 혁명’ 시위가 일어나며 반중국 심리에 대한 염려로 선전-홍콩 간 국경 보안 검색이 더 철저해졌고, 시내 지하철역마다 소지품 검색을 하는 등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크게 불편할 만큼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다. 얼마 전 홍콩에서는 네덜란드의 ‘North Sea Jazz Festival’ 첫 개최가 올해 11월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입장권 판매 부진으로 전면 취소되며 재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그래서 선전의 이번 OCT LOFT 재즈페스티벌이 이런 홍콩 재즈 팬들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었다. 중국, 홍콩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음악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음악 축제가 즐겁고 의미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OCT LOFT 재즈페스티벌 웹사이트 : www.octloftjazz.com


  • 라이브 공연장 입구(좌)와 이곳에 전시된 쩡위(郑宇)의 영국재즈사진전 〈Now, and Now Again(此时,现再)〉(우)
    라이브 공연장 입구(좌)와 이곳에 전시된 쩡위(郑宇)의 영국재즈사진전 〈Now, and Now Again(此时,现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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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