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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프랑스] 오페라 어린왕자
김동준 (재불음악평론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르 쉐네 음악원 교수)
  • 오페라 어린왕자 ⓒMarc Vanappelghem
    오페라 〈어린왕자〉 ⓒMarc Vanappelghem

‘어린왕자는 과연 누구일까?’ 미카엘 레비나스가 작곡한 오페라 〈어린왕자〉가 끝나는 순간 가슴에 울려 퍼진 질문이었다. 어린왕자는 그저 생텍쥐페리가 쓴 동화 속의 주인공에 불과한 인물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화 속의 인물로 치부하기에는 어린왕자의 존재감과 그의 여행과 만남이 우리들의 인생에 주는 지혜의 빛이 강렬하며, 또한 어린왕자 속의 대화들이 지니는 울림들은 시간을 더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종종 다시 꺼내서 읽게 되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어린왕자는 인생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그러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의식적으로 그러한 본질적이며, 아름다운 가치들을 부정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본 가치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핑계를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낸다. 이러한 핑계를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의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못지 않게 언제나 소란하기만 할 뿐이다…
어린왕자를 무대에 올린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도 여럿 있었고, 심지어 오페라화된 적도 이미 몇 번 있었다. 연극화된 어린왕자라든가,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진 어린왕자까지 합치게 되면 생텍쥐페리가 그린 어린왕자가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고, 노래를 한 경우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 작가인 생텍쥐페리에 의해 쓰여진 어린왕자가 프랑스 작곡가인 미카엘 레비나스에 의해서 오페라로 만들어진 경우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어린왕자가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서 발표된 것이 1945년으로, 70년이 되었고, 작가의 저작권이 소멸되기 때문에 어린왕자를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을 때에 드는 비용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 아마도 프랑스 내에서의 어린왕자 오페라화의 주요한 동기이자,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어린왕자를 자유롭게 창작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작권비를 지불하지 않을 뿐이지, 갈리마르 출판사의 동의가 필요하며, 어떤 형식의 창작 작품이든지 어린왕자의 기본적인 골격과 텍스트를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작곡가 미카엘 레비나스에 의해서 어린왕자는 중간 휴식 없이 80분이 조금 넘는 오페라로 태어났다.  
‘비행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동일한 하나의 행위’라는 말을 했던 생텍쥐페리의 말은 매우 중요한 그의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것은 고독이라는, 어쩌면 절대고독에 가까운 고독을 자신의 삶으로서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고독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일… 사실 이 일은 예술가나, 수행자들만의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자신과 고독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을 통해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모든 현자들은 말했고, 여전히 말하고 있다.  
어린왕자를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곡가 미카엘 레비나스는 오페라의 대본도 썼다. 그는 작곡가이자 상당한 명성과 평가를 받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한데, 파리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작곡언어와 세계를 경험한 작곡가로 1970년대에는 트리스탕 뮈라이, 제라르 그리제와 같은 작곡가들과 함께 ‘앙상블 이티네레르’를 창단해서 새로운 음악 언어를 실험하고, 시도하기도 했다. 아리 판 벡의 지휘로 피카르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는데, 레비나스가 오페라 〈어린왕자〉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다룬 방식은 정말로 흥미로웠고,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악과 타악 파트 외에도 피아노, 쳄발로, 하프가 오케스트라에 포함되어 있었고, 미리 준비해 놓은 전자음향을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함께 사용했다.
소프라노 잔느 크루조가 어린왕자 역을 맡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카엘 레비나스가 어린왕자를 포함한 인물들에게 부여한 노래의 선율선들에 큰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많은 노래를 높은 고음에서부터 시작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어린왕자의 비육체적이며, 비물질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크루조는 어린왕자가 스위스 로잔느 오페라에서 올해 11월 5일에 초연되었을 때부터 어린왕자 역을 소화해내고 있으며, 2015년 1월에는 제네바 극장에서, 그리고 2월에는 파리 샤틀레 극장에 올려지는 오페라 〈어린왕자〉를 계속해서 노래할 것이다. 릴로 바우의 무대연출은 매우 아름답고, 시적이었으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술병을 온몸에 달고서 등장한 술주정뱅이의 등장은 많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레비나스는 어린왕자의 대사들과 사건들을 어느 정도로 축약하면서도 그 깊이와 특유의 감성 그리고 감동을 무대 위에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위대한 예술가가 자신의 무의식을 통해서 청중들의 집단무의식에 호소하는 것처럼, 위대한 작품들은 일상에서 잊고 지내던 집단 무의식을 환기시켜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프랑스인들 대부분은 어린왕자를 거의 암송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이 오페라화되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비록 긍정적인 의미이기는 해도, 지독한 개인주의적인 프랑스인들에게도 매우 커다란 감동이자, 특별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l 작곡가 미카엘 레비나스 인터뷰

Q. 네 번째 오페라 작품으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가장 커다란 성공작인 어린왕자를 선택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이야기를 어떻게 소화했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아는 작품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는 일은 무대와 청중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낸다. 나는 대본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단순한 동화라고만 할 수 없는 어린왕자의 이야기 속에 나 자신이 녹아들도록 했다. 어린왕자는 매우 본질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은총에 대한 것들, 어린이들을 향한 호소, 관계의 연약함과 그 일시성, 삶의 어려움들, 진리에 대한 탐구, 가슴이 지니고 있는 지혜 등… 이러한 본질적인 주제들이 어린왕자 내의 이야기들과 서로 얽혀있다. 어린왕자의 원론적인 교훈들이 오페라의 이야기를 어떠한 순서로 구성하면 좋을 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 오페라 어린왕자 ⓒMarc Vanappelghem
    오페라 〈어린왕자〉 ⓒMarc Vanappelghem

어쩌면 우리 어른들은 어린왕자의 상징적인 이야기들의 진행을 통해서 나치에 의해서 철저하게 파괴된 유럽의 상황을 읽어낼 수도 있다. 전체주의 체제의 정치가 만들어낸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과 불안했던 상황을 어린왕자의 상징을 통해서 읽어낼 수도 있다. 자신의 별, 그리고 자신의 사랑의 대상인 장미를 떠난 후, 여러 이상하고도, 상징적인 인물들과의 만남을 거치고, 지구에 도달한 뒤에 사막에서 상실되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정말로 기이하고도 특별하다. 어린왕자의 출현은 그가 사라지는 순간만큼이나 난해하다. 비행사와의 만남, 양의 신비, 바오밥의 위협, 위험한 뱀과의 만남, 여유와 만남을 통해서 서로를 길들이기를 배우는 이야기 등은 섬세하면서도, 깊이가 있으며, 지혜에 대한 교훈을 준다. 이러한 어린왕자의 세계는 어쩌면 모차르트의 음악세계와 유사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생텍쥐페리에 의해 쓰여진 걸작인 어린왕자를 모차르트의 다른 오페라들처럼 노래되게 만들고 싶었다.

(2014년 12월 7일 릴 오페라에서)


[기사입력 :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