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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호주] 호주 예술인들, 예술부 장관에 반기를 들다
Free The Arts

차신영 (해외통신원, 호주 Macquarie University 대학원생)
  • Free The Arts, 멜버른
    Free The Arts, 멜버른


지난 5월 호주 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호주 주정부 산하의 예술부 수장 브랜디스 예술부 장관이 향후 6년에 걸쳐 호주예술위원회에 할당되었던 예산 중 약 1억 달러를 삭감하고, 이 예산을 예술부 예산으로 편입시켜 신규 예술프로그램을 발굴 및 지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호주예술부와는 독립적으로 ‘예술적 공정성’과 ‘예술가들의 자체평가’라는 양대 원칙을 기본으로 중소규모의 예술기관과 독립예술가에 다양한 지원을 펼쳐왔던 호주예술위원회는 이번 예산삭감의 여파로 계획되었던 예술 지원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반기를 들고 호주 전역에서 수백 명의 예술가들이 대도시 중심부에 모여 매스댄스를 선보이는 이색적인 시위 “Free the Arts”를 연출했다. 여기에 참여한 예술종사자들은 고성과 무질서 대신 질서 정연한 매스댄스와 음악으로 브랜디스 장관과 호주 주정부에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예산삭감 철회를 촉구했다.  
어반 씨어터 프로젝트(Urban Theatre Projects)의 로지 데니스(Rosie Dennis) 감독이 이번 Free The Arts 시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안무를 맡았으며, MEAA(The Media, Entertainment & Arts Alliance)등의 호주 언론, 씨어터 네트워크 빅토리아(Theatre Network Victoria) 및 문학저널인 ‘Overland’는 예산삭감 철회를 주장하는 온라인 청원을 냈는데 현재까지 8,8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시드니에서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400여 명의 예술가들이 Free the Arts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하이드파크로 모여들었다. 참여명단에는 시드니페스티벌 프로그램 제작자이자 사진작가인 윌리엄 양(William Yang)과 영화감독 플로나 위닝(Flona Winning)도 포함되었다.
윌리엄 감독은 브랜디스 예술부 장관은 호주예술위원회의 예산을 삭감하여 예술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며 주정부에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보냈다. 위닝 감독은 시위에 참가한 예술가들에게 각 주의 주지사를 만나 이번 예산 삭감이 예술계와 호주의 미래에 미칠 우려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예술계는 생태계와 같고 예술가들은 독립적인 예술적 자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계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간주되는 실험적 연구 분야를 계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부 장관 개인의 잘못된 정책이 예술계의 생태, 중·소규모의 예술단체들, 그리고 독립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는 관객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파고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MEAA의 조이 앵거스(Zoe Angus) 이사 또한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예산삭감이 몰고 올 후폭풍과 예술이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말트하우스 씨어터(Malthouse Theatre)와 호주현대예술센터(Australian Centre for Contemporary Art) 중심에 위치한 정원에서 열린 멜버른시위에서는 8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Free the Arts의 뜨거운 열기를 입증하였다. 급하게 시위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묵묵히 시위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호주예술위원회는 중·소 예술단체들에 공정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예술종사자들이 직접 정책에 참가하고 평가하고 있다며, 예술부 산하로 예산이 편입되면 정책 결정자들에 의한 일방적인 정책으로 예술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우며 예술 자체를 위한 정책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공감했다. 멜버른시위에 참가한 저명 예술가들은 또한 빌 숄튼(Bill Shorten) 및 마크 드레이푸스(Mark Dreyfus) 야당위원을 만나 호주 예술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브리스번 메트로 아트 씨어터에서 진행된 시위에는 130여 명의 예술가들이 시위에 참가했는데 호주의 유명 배우 토드 맥다놀(Todd MacDonald)과 라 부아뜨 씨어터 컴퍼니(La Boite Theatre Company)의 릭 채젠(Rick Chazen) 예술감독, 불카나 여성서커스(Vulcana Women’s Circus)의 실리어 화이트(Celia White) 감독, 퀸즈랜드 노동당지부 예술대변인 조나단 스리(Jonathan Sri)의 연설을 시작으로 매스댄스가 선보였다.    
아들레이드에서도 주정부 건물청사 건물에 서호주 씨어터 컴퍼니(State Theatre Company)의 조르디 브룩맨(Geordie Brookman) 예술감독과 바이탈스태스틱스(Vitalstatistix)의 엠마 웹(Emma Webb) 감독의 모습을 포함해 400여 명의 예술종사자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엠마 감독은 브랜디스 장관의 예산삭감 계획을 과거 40년 동안 공정성과 예술가들의 자체 평가를 통해 예술계 발전에 이바지한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자격박탈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며, 호주예술위원회의 예산이 삭감되면 공정성과 예술적 독립성이 저해되어 궁극적으로 예술의 질 또한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대중성을 추구하지 않고 새로운 혹은 실험적 예술적 시도를 하는 소규모 예술기관들이나 1인 예술가들이 받을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사태를 진단했다.
 
퍼스문화센터에서 열린 서호주 시위에서는 150여 명의 예술종사자들이 참가했는데, 이라 야킨 씨어터 컴퍼니(Yirra Yaakin Theatre Company)의 카일 모리슨(Kyle Morrison) 감독, 퍼스 페스티벌 위원회의 말게어 시어스(Margare Seares) 의장, 블랙 스완 씨어터 컴퍼니(Black Swan State Theater Company)의 케이트 체리(Kate Cherry) 감독이 시위에 힘을 보탰다. 모리슨 감독은 시위 시작 전 연설에서 호주예술계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토대로 발전하였는데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듣지 않는다면 호주의 예술 문화계는 결코 진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호주 주정부와 브랜디스 예술부 장관이 호주 예술문화계의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예산삭감을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에 언급된 도시들 외에 Free the Arts 시위는 캔버라, 호바트, 다윈, 리스모어, 배서스트에서도 열렸는데 이런 예술종사자들의 평화적, 예술적 시위는 여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브랜디스 장관은 예술부 장관 재량으로 신규 예술기금을 조성하고,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공정한 예술 고문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담당했던 호주예술위원회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문화예술정책의 통제권을 손에 쥐려는 정치적 의도이며 브랜디스 장관이 내놓은 신규 정책은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터무니없는 급습”이라는 등의 기사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브랜디스 예술부 장관은 전직 법무장관으로서 국가안보, 반테러 정책 등 호주정부의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탁월한 정책능력을 인정받았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거센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호주예술위원회와 한마디 사전 논의 없이 결정된 이번 예산삭감으로 호주예술위원회는 절망에 빠져있다. 특히 향후 6년에 걸쳐 중·소규모 예술단체들에 지원하기로 했던 재정지원은 시작도 전에 모두 취소되었다. 호주예술위원회에 대한 예산삭감안을 발표하고 최근 예술행사에서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한 브랜디스 장관이 이 같은 반대여론 속에서도 이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갈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링크]
Free The Arts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vents/1614729782096956/
트위터: https://twitter.com/hashtag/freethearts


  • Free The Arts, 시드니(좌), 캔버라(우)
    Free The Arts, 시드니(좌), 캔버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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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