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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호주] 기후변화, 산호섬, 그리고 예술

차신영 (해외통신원, 호주 Macquarie University 대학원생)
  • 호주] 기후변화, 산호섬, 그리고 예술

  • 자넷 로렌스(Janet Laurence)
    자넷 로렌스(Janet Laurence)

시드니 출신 예술가 자넷 로렌스(Janet Laurence)는 호주 동북해안에 발달한 세계 최대 산호섬으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산호섬을 형상화한 작품 〈심호흡-산호초의 소생(Deep Breathing-Resuscitation for the Reef)〉을 10월 개최된 UN 파리기후변화 예술전시회(Artists 4 Paris Climate Change)에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Art can make a difference)”라는 모토 아래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23개국 30여 명의 참여 예술가들이 그 뜻을 함께했다. 참여 예술가 중에는 아이슬란드의 울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멕시코의 페드로 레예스(Pedro Reyes), 중국의 쑨 동(Song Dong) 등 각국의 환경예술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호주 대표로 프랑스 측으로부터 직접 전시 요청을 받았다는 예술가 로렌스는 프랑스 르부르제에서 개최되는 2015 파리 기후변화 회의(Paris Climate Change Conference/COP21)를 기념해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산호초의 모습을 과학적 사실과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분더카머(wunderkammer, 거대 수집방) 형태로 제작했다. 멀리서 작품을 봤을 때 산호초의 신비로움이 먼저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는 작품에서 호주 정부와 UN의 안일한 대응방식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침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섬이 당면해 있는 위험을 경시한 채 올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험(danger) 수준’으로 지정하지 않고 ‘주의 리스트(Watch List)’에 포함 시킨 데 대한 항의 메시지이다.

로렌스는 분더카머 형태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수중 사진, 비디오, 조각, 샘플 등을 겹겹이 설치된 유리관에 삽입하여 세계 최대 산호섬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양 생태계의 치유를 위한 예술적 상상력을 과학적 사실과 적절히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적 사실과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은 그녀의 오랜 예술적 모티브로, 과거 멕시코, 아마존 등지에서 환경 연구와 작품 활동 등에 참여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적인 예술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번 작품 제작을 위해 그녀는 올해 7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리자드섬 연구소(Lizard Island Research Station)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섬에 일주일간 머물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위원회, 호주 해양과학협회, WWF의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작품에 삽입할 생물 표본 중 일부는 파리 자연역사박물관과 호주박물관으로부터 대여했고, 산호섬의 가장 큰 문제이자 작품의 주요 포인트인 산호 탈색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수중에서 촬영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사진들을 분더카머 배경 곳곳에 삽입했다. 이미 우리가 잃어버린 생태계의 일면과 산호초를 복구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성과들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녀는 전시에 앞서 발표한 공식성명서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은 자연유산과 환경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예술적 교류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경 정치 분야에 목소리를 모아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며 환경문제에 대해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술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변화할 수 있게 하는 고유의 힘이 있다며, 사회적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트라우마를 야기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 예술을 매개체로 하여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로렌스는 겉으로 아름답게만 보이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수려한 이미지 대신 산호섬의 연약함과 나약함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이유로 죽은 산호초와 물고기 사체들, 실험용 유리기구들이 쌓여있던 작업실에서 긴 작업시간을 버텨야 했던 작가는 이 생물들의 영혼의 무게만큼이나 작품제작에 큰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제작했을 때 느꼈을 부담감과 그 상상력의 무게는 실제 작품 곳곳에 면면히 드러나 있다. 호주 석탄 개발 산업이 산호초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작품 곳곳에 석탄 조각들을 삽입해 퀸즐랜드 해안을 따라 밀집해 있는 석탄개발업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며, 작품 바닥에 있는 형형색색의 작은 산호초들은 마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나약한 아기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한, 가방 속에 던져진 산호초들은 영안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흰 천의 모습, 즉 죽음을 형상화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산호초의 소생 공간을 마련해 내는 동시에 관객들과 친근한 것들에 감정이입을 시켜 관객들의 감정적인 면들을 끌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다. 이 밖에 작가가 리자드섬에 머물며 해양 생물들을 연구하는 동안 겪은 신비한 개인적 체험들도 작품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기후변화 회의에 맞춰 생태학적 위험에 처해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단지 화려한 여행지가 아닌 환경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데 성공한 예술가 로렌스는 국제무대에서 이런 산호초의 현실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제작 기간에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지금 이 시각에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섬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더는 부인하면 안 되며,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관련 대책을 시급히 세워나가야 한다고 그녀의 분더카머는 관객과 전 세계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15년 10월 파리 국제 현대예술 박람회(FIAC), UN 기후변화회의 등 기후변화에 관한 전 세계의 이목이 파리로 집중되었다. 예술가 자넷 로렌스의 〈심호흡-산호초의 소생(Deep Breathing-Resuscitation for the Reef)〉은 10월 16일부터 12월 30일까지 파리 식물원 내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설치되며, 이번 전시가 끝난 후 2016년 호주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섬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과학적 사실, 이 사실을 경시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과 호주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맞서 탄생한 이번 작품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관련 링크]
http://www.artists4parisclimate2015.com/fr/artistes/janet-laurence/


  • 자넷 로렌스의 <심호흡-산호초의 소생>
    자넷 로렌스의 〈심호흡-산호초의 소생〉


(사진: Artists 4 Paris Climat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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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