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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체코] 브르노 그래픽 디자인 국제 비엔날레 2014
(International Biennial of Graphic Design Brno 2014)

오민 (작가)
  • 〈국제 전시 : 학생 작업〉
    〈국제 전시 : 학생 작업〉
  • 〈우리의 예술 : 메비스와 퐌 되르센〉
    〈우리의 예술 : 메비스와 퐌 되르센〉
  • 로스티슬라브 바넥의 회고전
    로스티슬라브 바넥의 회고전


지난 6월 19일, 〈브르노 그래픽 디자인 국제 비엔날레 2014(International Biennial of Graphic Design Brno 2014)〉가 체코 공화국(Czech Republic) 브르노(Brno)에서 막을 열었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브르노 그래픽 디자인 국제 비엔날레(이후 브르노 비엔날레)〉는 ‘그래픽 디자인, 교육 그리고 학교(Graphic Design, Education & School)’라는 제목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과 교육에 관련된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토론을 제안한다.

1963년 얀 라일리흐(Jan Rajlich)와 이리 흘루시츠카(Jiři Hlušička)에 의해 시작된 브르노 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그래픽 디자인 국제 행사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60년대 공산주의 체제가 조금씩 개방적인 분위기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고립되어 있던 체코의 디자이너들은 세계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브르노 비엔날레는 그 통로가 되었다. 따라서 초반의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그들의 작품을 체코로 초대하는 〈콤피티션(competition)〉 전시를 중심으로 편성되었다.
이름과 같이 컴피티션 형태로 진행되는 이 전시에는 대략 5,0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를 신청하고, 그중 300~400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왔다. 최근까지 〈콤피티션〉은 ‘기업 디자인’과 ‘책, 잡지 매체 디자인’이라는 두 가지 고정된 주제를 매 회 번갈아 구성하며 통일성 있게 운영되어 왔다. 90년대 말부터 각종 기획 전시가 추가되고, 심포지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지기 시작했으나, 비엔날레의 핵심적인 부분은 여전히 〈콤피티션〉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50여 년 동안 성장해 온 브르노 비엔날레는 지난 2012년 개최된 25회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해 온 세 명의 젊은 체코 디자이너 토마쉬 셀리즈나(Tomaš Celizna), 라딤 페쉬코(Radim Peško), 아담 마하첵(Adam Machaček)이 새롭게 기획을 맡게 되면서 브르노 비엔날레의 전체적인 구성과 태도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먼저 25회 비엔날레에서는 기존의 경직된 형식에서 탈피하는 시도로써 〈콤피티션〉에서 고정적으로 채택해 온 두 가지 주제를 없애고, 매체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그래픽 디자인을 수용하였다. 전시의 이름 또한 ‘콤피티션’에서 ‘국제 전시(International Exhibition)’로 변경되었다. 매년 별도의 주제를 설정하여 진행되었던 심포지엄의 경우, 특정한 주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다소 비범한 노선을 걷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작가들을 초대하여 그래픽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 방법, 역할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올해 26회 비엔날레에서는 25회와 또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가 시도되었다. 다소 느슨하게 풀어졌던 비엔날레의 프로그램들은 강력한 하나의 주제를 구심점으로 집중되었다. 전시들은 물론이고, 심포지엄과 오프 프로그램(Off Program)을 비롯한 모든 행사는, ‘그래픽 디자인, 교육, 그리고 학교’라는 하나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결과적으로 ‘국제 전시(전 콤피티션)’만이 두드러지던 비엔날레의 기존 구조에서 기획 전시, 심포지엄, 오프 프로그램 등이 점차 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전체적인 구성이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활성화되었다.


  • 〈국제 전시 : 학생 작업〉
    〈국제 전시 : 학생 작업

올해의 ‘국제 전시’는 전 세계의 디자인 교육 접근 방식을 조망하기 위해, 학교 과제 작업들로만 구성되었으며 ‘국제 전시: 학생 작업(International Exhibition: Student Work)’이라는 별도의 제목을 달아 이점을 강조했다. 기성 디자이너가 아닌 학생들의 작업만으로 ‘국제 전시’를 구성한 것은 브르노 비엔날레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기획이었다. 이번 ‘국제 전시: 학생 작업’에는 총 24개국에서 지원한 226명의 디자이너가 전시에 참가했고, 작품 선정은 디자이너이자 교육자, 린다 도스탈코바(Linda Dostalkova), 요리스 크리티스(Joris Kritis), 미쿨라스 마하쳇(Mikulaš Machaček), 마렉 포코르니(Marek Pokorny), 인드렉 시르켈(Indrek Sirkel)이 맡았다. 아바케(Abake), 라다나 렌쪼바(Radana Lencova), 바버라 슈타이너(Barbara Steiner)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들이 전시된 400여 개의 작품 중 각종 수상작을 결정하였다. 브르노 시장 상(Mayor of Brno Award)에는 일본 디자이너 다이수케 가시와(Daisuke Kashiwa), 체코 센터 상(Czech Centers Award)은 체코 디자이너 파블라 네쉬베로바(Pavla Nešverova), 국제 심사위원 상(International Jury Award)은 스웨덴의 에마 올란더스(Emma Olanders)가 각각 수상하였다.

‘국제 전시: 학생 작업’과 더불어 지난 25회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메비스와 판 되르센의 전시인 ‘우리의 예술: 메비스와 퐌 되르센(Our Art: Mevis & Van Deursen)’도 주목할만하다. 오랜 친구이자 큐레이터인 모리츠 쿵(Moritz Kung)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에서, 메비스와 판 되르센은 최근 4년간의 작업을 선보였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 in Amsterdam),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 작업들은 각각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렸고, 거대하게 과장된 캡션과 짝을 이루었다. 전시의 전형적인 모습과 비전형적인 모습이 교묘하게 결합된 이 전시는, 디자인을 전시하는 방법, 혹은 예술품을 전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대화를 유도한다. 한편, 2010년 브르노 비엔날레 위원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로스티슬라브 바넥(Rostislav Vaněk)의 회고전도 인상적이다. 체코 항공과 지하철 시스템 디자인을 비롯한 바넥의 디자인 작업들은 체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함께한다.

기획 전시들도 흥미롭다. 3명의 비엔날레 기획자 셀리즈나, 페쉬코, 마하첵은 4팀의 디자이너(디자인 그룹)에게 디자인 교육과 관련한 별도의 과제를 제시했다. 루디 겟쥐(Rudy Guedj)에게는 ‘디자인 교육과 역사’, 니나 파임(NIna Paim)에게는 ‘디자인 교육과 언어’, 슬기와 민에게는 ‘디자인 교육과 자료(reader)’, 피터 페르베케(Pieter Verbeke)와 엘리자베스 클레멘트(Elisabeth Klement)에게는 ‘디자인 교육과 서적’이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이들은 주어진 과제를 각자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완성하였다. 겟쥐는 아카데미(Academy), 바우하우스, 현대에 이르는 디자인과 예술 교육의 역사를 드로잉으로 시각화하는 ‘A에서 B에서 C까지(From A to B to C)’ 전시를 선보였다. 파임은 에밀리아 베르그마르크(Emilia Bergmark)와 코린 기셀(Corinne Gisel)과 공동기획한 ‘걷기 위한 선(Taking a Line for a Walk)’ 전시에서 여러 나라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졌던 과제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시각화하였다. 과제를 명시하는 언어를 통해 교육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정의하고 또 디자인에 접근하는지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슬기와 민은 디자인 교육이 개인적인 성장뿐 아니라 디자이너의 생산, 분배, 이동 등 사회적인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들은 ‘Off-White Paper’ 전시에서 지난 5회에 걸친 브르노 비엔날레 참가자들이 어떤 나라와 학교에서 공부했고, 이 나라들은 어떤 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 학교들은 얼마나 많은 학생을 선정하고 또 얼마나 많은 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있는지와 같이, 교육과 관련한 통계적 자료를 수로 환산하여 그래프로 치환하였다. 무미건조한 숫자 이면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읽어 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묘미이다. 페르베케와 클레멘트는 ‘스터디룸 (The Study Room)’전시를 통해 현재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6명의 디자이너, 이론가, 작가인 데이비드 베네위트 (David Bennewith, 그래픽 디자이너), 헹크 흐루넨다이크 (Henk Groenendijk, 그래픽 디자이너), 루이스 홀드 시데니우스 (Louise Hold Sidenius, 그래픽 디자이너), 린다 판 되르센 (Linda van Deursen, 그래픽 디자이너), 쿤라드 데도벨레르(Koenraad Dedobbeleer, 시각예술가), 그리고 톰 반데푸테 (Tom Vandeputte, 이론가)를 초대하여 그들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 책들을 소개한다. ‘스터디룸’은 15세기 교육과 교양의 산실로 여겨졌던 ‘스터디룸’의 전통에 착안하였으며, 여기서 소개된 서적들은 이후 모라비안 갤러리(Moravian Gallery)의 도서관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전시뿐 아니라 각종 강의로 구성되는 심포지엄 또한 지난해부터 브르노 비엔날레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기획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을 비롯하여 디자인 교육에 관한 흥미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들이 초대되었다. 전시 기획자, 편집자이자 작가인 바버라 슈타이너(Barbara Steiner)는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다루는 디자인 그룹’과 ‘상업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디자이너 그룹’의 두 가지 상이한 디자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양상에 주목하면서, 디자인 교육이 이 현상과 관련하여 어떠한 견해를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덴마크 예비 예술 학교 크라베스홈(Krabbesholm)의 학장 쿠르트 핀스텐(Kurt Finsten)은 이상적인 교육 환경을 꿈꾸는 크라베스홈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소개했다. 크라베스홈은 입시 전형과 전공의 구분, 평가가 전혀 없는 진보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6개월 동안 깊이 있는 개인 학습과 공동생활을 병행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관점을 찾아가는 동시에 자신의 작업이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디자인 이론가이자 샌드버그(Sandberg) 대학원 이론 전공 과정의 신임 학장 톰 판데푸테(Tom Vandeputte)는 최근 작가, 행동가, 학생, 교육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대안적인 교육적 실험(리딩 그룹, 세미나, 자가조직 학교, 온라인 교육 등)에 주목하면서, 학교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예술 교육을 전망한다.

전시, 심포지엄과 더불어 비엔날레의 주요 구성을 담당하는 오프 프로그램은 워크숍, 전시, 발표, 출판 행사 등 각종 다양한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최 측의 초대가 아니라 자발적인 지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인 만큼 다채롭고 현장감 있는 기획이 돋보인다. 오프 프로그램은 6월 18일부터 9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여름 학기와 9월 17일부터 10월 26일까지 진행되는 가을학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26회 브르노 비엔날레는 디자인과 교육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조망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토론의 장으로써 비엔날레가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실험하고 있다. 새로운 기획자들과 함께 올해 더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브르노 그래픽 디자인 비엔날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또 국제 그래픽 디자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26회 브르노 비엔날레는 오는 10월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A에서 B에서 C까지〉
    〈A에서 B에서 C까지〉
  • 〈걷기 위한 선〉
    〈걷기 위한 선〉
  • 〈스터디룸〉
    〈스터디룸〉
(사진: International Biennial of Graphic Design B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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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