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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홍콩] 특별한 미술관 Mobile M+의 ‘라이브아트’

이승미 (중국 통신원)
  • 곽망호 작가의70년대 말 작품을 재구성한 설치작
    곽망호 작가의70년대 말 작품을 재구성한 설치작
  • 양혜규 작가의 <The Malady of Death: Écrire et Lire>가 공연된 산궁극장
    양혜규 작가의  〈The Malady of Death: Écrire et Lire〉
    가 공연된 산궁극장
  • 존 케이지의 <Writings through the Essay: On the Duty of Civil Disobedience>
    존 케이지의 〈Writings through the Essay:
    On the Duty of Civil Disobedience〉


올해 들어 유난히 따뜻한 겨울에 접어든 홍콩에서는 ‘클락켄플립(Clockenflap) 음악 페스티벌’, ‘DeTour 행사’에 이어 ‘선전·홍콩 도시/건축 비엔날레’가 연달아 열렸다. 이런 큰 이벤트 외에도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Event Horizon〉 시리즈가 도시 곳곳에 전시되는 등 예술계의 볼거리가 다양한데, 그중 Mobile M+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Live Art(藝活)〉가 무척 흥미롭다.

2019년에 개장 예정인 M+ 미술관은 아직 건물이 없는 대신 ‘Mobile M+’라는 프로젝트로 홍콩의 여러 장소에서 전시 프로그램을 가져왔는데, 이번 〈Live Art〉는 그 아홉 번째 시리즈이다. 폴린 J. 야오(Pauline J. Yao)와 정도련 큐레이터의 공동감독으로 12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며, 무대/야외/전시/공공프로그램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홍콩 섬과 구룡을 넘나드는 여덟 군데 장소에서 열 명의 작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데, 홍콩에서는 작가 곽망호(郭孟浩)와 영헤이(楊曦), 박셩춘(白双全)이 참여했고, 양혜규, 허샹첸(胡向前)과 린이린(林一林), 밍웡(黄汉明), 오타케 에이코(Otake Eiko), 패티 창(Patty Chang) 또한 함께했으며, 존 케이지(John Cage)의 80년대 설치작품도 포함되었다.

‘라이브 아트’는 작가가 관객에게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과정을 전달하거나, 관객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설계된 어떤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현장성’이 가장 중요하다. ‘행위예술’도 ‘라이브 아트’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자연스레 예술가나 연기자의 ‘몸’은 예술적 표현의 중요한 매체가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라이브 아트’를 위주로 전시장에 한정되어 있던 기존의 관람 공간을 연극 무대나 공공장소로 확장하고, 여러 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예술가의 활동을 담아냈다.

빡꼭(北角)에 있는 커넥팅 스페이스(Connecting Space) 전시장에 설치된 곽망호 작가의 작품은 1970년대 말에 했던 비닐봉지 작업을 재구성해 2015년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으로,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끈이 그물처럼 서로 연결되고, 거기에 각종 봉투와 오래된 사진, 포스터, 붓글씨와 그림 등이 잔뜩 걸려 있다. 곽망호는 홍콩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홍콩에서 일찍이 개념미술을 소개하고 개척해 중국 근현대 미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홍콩관에서 단독으로 전시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에서 보이듯이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건물에 주렁주렁 달린 비닐봉지는 홍콩의 오래된 공동주거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워낙 주택의 규모가 협소한 데다 습도가 높아, 냄새가 강한 삭힌 달걀 따위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창밖에 걸어놓는 문화 때문이다. 관객들은 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그물에 매달린 것들을 보고 만지며 관람할 수 있는데, 장난스러운 개구리 도장이 찍힌 작가의 붓글씨는 영어나 중국어 번체자와 간체자가 독특한 구조로 조합되어 있다. 그 내용도 ‘즉흥적 행동’이나 ‘행복’과 같은 단어부터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카드 메시지, ‘슈마이’ 따위의 음식 이름 등 다양하다.

같은 갤러리 안쪽 공간에서는, 오타케 에이코의  〈A Body in Fukushima (2015 0519)〉 슬라이드쇼가 전시되었는데, 이는 작가의 단독 퍼포먼스 시리즈 〈A Body in Places〉의 후쿠시마 버전이다. 안무가 겸 무용가인 작가는 이 작품을 서로 다른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연기하는데, 같은 내용의 작품이라도 그 장소와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서로 달라진다. 이번 Mobile M+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A Body in Hong Kong〉을 세 차례에 걸쳐 선보이고, 이와 별도로 ‘맛있는 움직임’이라는 워크숍을 열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퍼포먼스 강의를 한다.

양혜규 작가의 모노드라마 〈The Malady of Death: Écrire et Lire〉 무대는 광둥식 전통 오페라 월극(粵劇)을 전문으로 하는 산궁극장(新光戲院)에서 열렸다. 이 작품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각색한 것으로,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다고 한다. 소설 속 2인칭 여성 서술 화자는 ‘너’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이를 광둥어로 모두 번역해 영화감독 야오칭(游靜)과 소설가 혼라이추(韓麗珠)가 각각의 공연 속의 화자로서 무대 위에서 낭송했다. 화자가 차분하게 글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영상, 조명, 향냄새, 선풍기 바람 같은 장치가 현장감을 높여줘 관객들은 배우가 없는 연극 무대를 보면서도 음성으로 듣는 드라마에 빠져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특별한 전시는 존 케이지의 〈Writings through the Essay: On the Duty of Civil Disobedience〉이다. 1987년 처음 선보였던 이 설치 작품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변화 원리를 바탕으로 배치한 서른여섯 개의 스피커와 스물네 개의 조명, 그리고 여섯 개의 의자로 이루어져 있다. 아우평예술촌(Cattle Depot Artist Village: 牛棚藝術村) 전시장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도살장 건물인데, 소를 묶어놓았던 것으로 추측되는 두 개의 방을 연결해 이 작품을 재배치했다. 전시장에 놓인 의자 여섯 개는 모두 이 동네에서 구한 것이라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시민 불복종〉을 낭독한 목소리가 여러 개의 스피커를 통해 동시에 나오면서 음성이 랜덤하게 조합된다. 물론, 이 작품을 소장한 쿤스트할레 브레멘(Kunsthalle Bremen)의 전시와는 무척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단순히 ‘같은 전시, 다른 느낌’이 아니라, 각 전시가 장소적 특성을 반영하며 고유해졌기 때문이다.

M+ 미술관 관장 라스 니트베(Lars Nittve)는 보도자료에서, “현대미술에서 예술가들이 예술작업을 할 때, ‘몸’은 필수적이며 중요한 매체가 되었고, ‘장소’는 엔진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라이브 아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언급하며, “홍콩의 시각 문화를 담는 미술관으로서, M+는 관객들이 ‘라이브 아트’를 보고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것들은 M+의 컬렉션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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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