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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생활예술공동체에 대한 뉴 패러다임
동아리 활동에서 마을만들기까지

강윤주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 사랑방문화클럽 축제 ©성남문화재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 ©성남문화재단


필자는 2007년 성남문화재단의 ‘사랑방문화클럽 네트워크’ 관련 연구를 시작으로 하여 꾸준히 생활예술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 생활예술공동체 활성화 정책 연구’를 하면서 그간 해온 생활예술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보다 확장시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방식의 예술과 지역의 연계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방식으로의 생활예술공동체 정책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1. ‘생활예술’이란 무엇인가?

우선 「지역문화진흥법」을 살펴보면, ‘지역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또한 ‘생활문화’에 대해서도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생활문화의 정의를 활용하여 ‘생활예술’의 정의를 적용하면 ‘생활예술’이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예술적 활동”을 뜻하게 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자면 ‘생활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지역, 주민, 문화적 욕구, 자발적, 일상적, 예술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생각하자면 생활예술을 통해서 시민들은 개인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실현하고, 개인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이웃 및 공동체와 연결되는 활동의 무대를 제공받고, 사회의 문화적 활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07년 성남의 사랑방문화클럽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생활예술의 개념이 정립되고 이후 많은 문화재단에서 동아리 활동 지원을 생활예술공동체 지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키워드들은 동아리 활동 지원만을 통해서 이루어낼 수는 없는 것이며 기존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예술과 지역의 연계가 바탕이 되어 생활예술공동체 지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본 글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현재 진행되는 문화예술정책 중 시민의 예술 참여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정책 영역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크게 문화예술교육형, 자발적예술형, 커뮤니티예술형, 마을만들기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분은 ‘시민’이 변화하는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변화가 목적인지에 따른 변화 영역 차원과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협업 활동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예술가 중심의 활동인지 시민 중심의 활동인지에 따른 것으로, 모두 네 가지 유형을 제안해보았다. 이와 같은 생활예술공동체의 유형 제시는 생활예술공동체가 단순 예술동아리를 넘어서 복합적 예술 활동들의 총체임을 설명하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다.


〈생활예술공동체의 범주화〉


  • 생활예술공동체의 범주화


2. 생활예술공동체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

정책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 변화’ 모색을 위한 두 가지 유형의 생활예술공동체일 터이다. 커뮤니티예술형과 마을만들기형이 바로 그 두 가지 유형으로,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 유형의 생활예술공동체에 대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가와 함께 시민이 공동체 변화를 위하여 협력망을 구축하는 커뮤니티예술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생활예술가’의 필요성이다. 여기서의 ‘전문생활예술가’란 커뮤니티의 역사성, 사회성 등에 대한 전문성과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모두 갖춘 예술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문생활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생활예술에 대한 이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는 ‘생활예술이 전문예술의 하위 범주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나 생활예술에 있어 예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예술을 배우고자 할 때 이들을 가르치는 예술가들이 흔히 갖게 되는 오류 중의 하나는, 자신의 학생이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생활예술가’는 이러한 태도를 벗어나 시민으로서 예술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가진 전문생활예술가는 커뮤니티예술형 생활예술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문화예술진흥이라는 정책적 범위 내에서 아마추어 예술진흥을 위한 지원은 매우 적은 규모로 책정되어 있고, 또 전문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니만큼 생활예술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문생활예술가는 전문예술가로서의 성격을 존중받아야 하므로 문예진흥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다. 무대예술 혹은 전시관 예술 등 기존의 예술 형태만으로 전문예술가들의 기본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 생활예술과의 결합은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확장이라는 면에서도, 또한 전문예술가들의 안정적 생활 기반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될 수 있다.
또한 전문생활예술가의 재정적 안정성을 도모함과 동시에 함께 진행되어야 할 지원 방식은 관계 관리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전문적 워크숍 프로그램과 같은 교육이다. 이는 일종의 리더십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문화매개자로서 기능하는 전문생활예술가들에게 난제로 작용할 수 있는 생활예술공동체 성원 내의 관계 문제나 전문생활예술가와 생활예술공동체 성원 간의 관계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 등의 간접 지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마을만들기형이다. 언제부터인가 유행처럼 퍼져 나가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있어 생활예술은 마을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도구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농산어촌의 경우, 문화 공간은 ‘문화의집’과 같은 공간이 유일한 생활예술공동체의 공간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고령화 인구가 많고 농사짓는 고된 일로 몸이 힘들어지므로 주민들은 요가 프로그램 등을 선호한다. 곧 마을만들기형 생활예술공동체의 경우 마을의 특성과 주민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문화의집에서는 ‘캐주얼 생활문화 강좌’ 등을 단발성으로 열어 동네 세탁소 아저씨가 다림질을, 화원집 아주머니가 화분 키우는 법을, 미장원 사장님이 혼자 드라이하는 법 등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의 생활예술공동체가 성공적일 수 있는 것은 문화의집이 참여자를 일방적으로 강좌의 수혜자로 보지 않고 쌍방교감 및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위한 공헌적 활동을 문화의집의 기획이나 의도 없이 주민들 스스로가 발의하여 진행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은 바로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협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주민들이 강사가 되어 진행하는 강좌들은 주민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지역 내에서의 주민의 역할에 대해 발상 변화를 가져다준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북 진안의 ‘부침개 축제’도 생활예술공동체가 합심해서 빚어낸 창작 행사라 할 수 있다. ‘생활예술’은 ‘생활’에서 우러나온 예술 행위여야 하는데 농촌 지역에서의 부침개는 일상적으로 누구나 해먹으면서도 가정별로 특색을 갖는 음식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성이 높은 창작 행위이고 이를 통해 ‘마을만들기’가 지향하는 지역에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면서도 창작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면에서 훌륭한 생활예술공동체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을만들기형 생활예술공동체는 성남의 사랑방문화클럽과 같은 취향 공동체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마을만들기형은 동네 혹은 마을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고급 예술을 애호하는 취향을 가지고 장르별로 모이는 성남 사랑방문화클럽과는 다른 방식의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형 생활예술공동체야말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동체 구성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기획부터 실행, 결산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소한 문제점을 발굴해내고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3. 결론

생활예술공동체의 정책 지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적어도 지원 때문에 공동체 내에 균열이 일어나지는 않도록, 또한 자발성을 유도하여 장기적으로는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지원 상의 원칙이 필요하다.

  o ‘열린 결정권’의 원칙: 문화재단 등 공공 기관에서 사회공헌이라든지 축제 등 목적과 형태를 미리 정하지 말고 예산 사용에 대한 내용을 생활예술공동체와 공유하면서 주민들이 협의해서 정한 사업을 민주적 과정을 통해 진행하는 ‘열린 결정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실패할 수 있으나 그 실패는 매우 값진 열매가 될 것이고 점차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o ‘경연 지양’의 원칙: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생활문화클럽축제’에서 ‘우수 생활예술공동체’를 뽑거나 예선을 거쳐 통과한 팀이 본선 무대에 오르는 방식의 경연은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을 가르게 되고 경연에서 진 팀 내부에서 ‘누가 무엇을 잘못 했는가’를 따지는 논의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점점 기능과 수준이 강조되고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시된다. 결국 잘 하는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생긴다. ‘즐기고 나누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o ‘수평적 소통 구조’의 원칙: 참여자들이 자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때 예술 혹은 문화 행위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생활예술공동체 내에서의 수평적 소통 구조를 위해서는 예술이나 문화 행위가 부르디외가 이야기하는 ‘구별하는 자본’으로서의 ‘문화자본’이 아니라 ‘소통하게 하는 자본’으로서의 ‘사회자본’으로 기능해야 하는 것이다.
 
  o 생활예술공동체에 대한 평가 지표상의 원칙: 행사 횟수나 참가 인원, 예산 규모 등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지표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1. 공론장 형성 능력
2. 의결 과정의 민주성
3. 토론 간담회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 여부 → 지역 사회 기여도


  o 또한 이러한 지표를 가지고 지원 대상 공동체를 선정할 수 있는 전문 심사위원단 구성도 중요한 관건이다. ‘평가 중심’이 아니라 ‘선정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윤주
강윤주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잡지사 『샘이깊은물』 기자, SBS, KBS 방송작가로 활동한 바 있으며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대안적 영화산업 구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로 3년간 일하다 교단에 서기 시작했다. 생활예술공동체가 예술과 사회를 연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깨달음을 갖게 된 후에 다양한 지역의 생활예술공동체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연구 과정 중에 만나는 생활예술공동체의 성원들을 통해 받는 감동 덕에 즐겁게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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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