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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프랑스 문화정책의 중심에 있는 ‘문화매개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민지은 (미노토리21코리아 컨설턴트)

오랫동안 문화예술전문인력 개발의 필요성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문화예술분야의 인적자원정책 흐름이 전문예술창작자에서 예술 창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 지원 정책으로 이동하면서 문화예술향유권 확대를 위한 수요자 중심의 인력개발은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등이 제정되면서 문화매개인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매개인력의 개념과 인력양성을 위한 직무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정책적 측면에서 ‘문화매개’ 인력의 중요성이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실정은 ‘문화매개’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실정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문화매개자’의 개념을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는데, 대다수 연구자들은 ‘문화매개’의 개념을 프랑스에서부터 찾았다.1) 아마 ‘문화매개’라는 용어가 처음 탄생한 곳이 프랑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매개’는 1959년 문화부가 출범한 이래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프랑스 정책노선인 ‘문화민주화’ 실현의 중심에 있다. 현재, ‘문화매개’ 활동을 담당하는 인력은 ‘문화매개자’로 불리며 프랑스 문화유산의 보호와 발전, 더 나아가 국민의 문화예술향유권 확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1. ‘문화민주화’ 실현을 위한 ‘문화매개’ 개념의 등장

프랑스 문화부 출범 당시 문화부의 임무는 “인류의 주요작품,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문화유산을 가능한 한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며, 예술 작품의 창작활동과 그것을 풍요롭게 해주는 정신에 혜택을 주도록 함을 사명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없이 모든 사람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강화에 중점을 둔 ‘문화민주화’ 정책을 펼쳤다. 1961년부터 프랑스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문화의 집(Maison de la culture)’과 문화예술행사 무료입장 및 할인제도 등은 ‘문화민주화’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졌던 농어촌지역이나 도시 외곽 주민들이 언제든지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든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문화민주화’의 원칙에 따라 소수 엘리트계층만이 향유하던 고급문화예술을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사회계급 간의 격차를 더 커지게 하였다. 소외계층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도 그들에게 친숙하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 문화예술은 외면을 당하였고 오히려 기존에 이를 향유하던 소수계층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되어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시킨 것이다.
초기 ‘문화민주화’ 정책의 실패는 문화행정가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고, 고급문화 중심의 일방적인 공급이 아닌 모든 사람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참여형 문화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들은 예술작품을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접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하나의 활용 가능한 방법’으로 인지하였고, 예술의 질보다는 대중의 예술참여와 경험을 중요시하는 관객 지향적이 되어야 한다는 ‘문화민주주의’의 원칙을 강조하였다. 문화 접근성 강화와 이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문화민주화’를 설명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라면, 아마추어 문화 활동,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생기 있고 살아있는 문화적 관점이 ‘문화민주주의’의 원칙인 것이다.
문화부는 ‘문화민주주의’의 일부 원칙을 수용하여 초기 ‘문화민주화’ 정책에서 교육활동을 배제한 것과는 달리,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문화개발’이라는 철학에 따라 교육활동을 강조하였고 이후 등장한 정책들에서도 교육의 기능이 강조되었다. 문화개발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과 감성을 갖추지 못한 관객도 문화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마련해야 국민들의 문화예술향유권 확대가 실현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기 ‘문화민주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책실현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매개’이다.

2. ‘문화매개'와 ‘문화매개자’2)

매개 개념의 출발은 문화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 문제에서 시작한다. ‘문화매개’는 ‘문화민주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방식에 중점을 둔다. ‘문화민주화’ 측면에서 작품과 관객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만남을 뛰어넘어 관객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매개 활동을 강조한다. 따라서 ‘문화매개’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보다는 관계이며, 보급보다는 수용이다.

‘문화매개’활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문화매개자’가 예술가, 박물관의 학예사, 극장의 무대감독 등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대체하는 인력도 아니다. ‘문화매개자’는 작품과 관객의 관계 맺음을 구체화시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 고유한 의미를 만들어 내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 문화예술기관의 전문 인력은 전통적으로 수행해 온 역할을 담당하고 ‘문화매개자’는 이들 전문 인력과 공동으로, 때로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량을 갖춘 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두 대상의 중간 지점에서 매개 활동을 구상하고 시행하는 기획자이자 촉매자로서의 자리에 위치한다. 단순히 새로운 관객의 수요를 창출하고 프로그램 기획과 교육 등의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문화예술의 수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관객들이 매개자를 통해 작품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수용할 수 있는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매개’ 활동은 보편적으로 교육(éducation), 정보(information), 확산(diffusion)이라는 세 가지 유형을 포괄하며, 매개자의 역할도 바로 이 세 유형에 기반을 두고 있다.

3. ‘문화매개자’ 직무개발을 위한 선행과제

‘문화매개자’는 문화예술과 대중을 이어주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단순한 매개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프랑스 정부와 예술인들의 수십 년에 걸친 고민의 결과물이다. ‘문화매개자‘의 직무는 프랑스 문화부 출범 이래, 문화부를 대표하는 정책적 노선으로 자리 잡은 ‘문화민주화’가 추구하는 그 이상 실현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문화매개’의 개념과 이를 실행하는 ‘문화매개자’의 직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여러 정책과제 해결에도 높은 활용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철학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문화매개’와 ‘문화매개자’를 단순히 하나의 학문적 개념과 직업군으로 바라보고 수용한다면 그 활용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문화매개자’의 직무개발과 이를 통한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문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1) 그동안 국내에서 문화매개자를 논의한 논문 및 저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그의 저서 ‘구별짓기’에서 제안한 '문화매개'자(Intermédiaires culturels) 또는 새로운 '문화매개'자(Nouveaux intermédiaires culturels)로 이 개념을 수용해 사회적 계급의 일환으로서 문화 생산과 수용의 과정에 개입하는 매개자를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문화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문화민주화'’ 정책을 지지하는 '문화매개'의 개념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매개자(Intermédiaires culturels)’와는 관련이 없다. 두 번째로 프랑스에서 60∼70년대 활발하게 전개된 문화촉매운동(Animation culturelle)에서 비롯된 문화촉매자/촉매요원(Animateur culturel)과의 혼용이다.(지영호·민지은, “문화예술 향유권 확대를 위한 ‘문화매개’ 및 ‘문화매개자’에 관한연구 - 프랑스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문화정책논총 제 29집 1호, 2015, p.28~49.)

2) 지영호·민지은, “문화예술 향유권 확대를 위한 ‘문화매개’ 및 ‘문화매개자’에 관한 연구 - 프랑스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문화정책논총 제 29집 1호, 2015, p.28~49.

민지은
민지은

프랑스 파리 3대학 소르본 누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파리 소재 소르본 아시아 연구소 CHAC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현재는 미노토리21코리아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 간 문화교류, 한국문화콘텐츠의 해외수출 촉진 전략, 문화예술전문인력개발, 박물관 문화사업개발 및 컨설팅 등 다양한 문화적 이슈들을 문화매개와 문화예술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하여 연구하고 있다. 그 외,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며 경희대학교 문화예술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예술경영학회 연구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 한국언론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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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