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식

l 옛 명주초등학교는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강릉은 이미 경포 해변과 정동진, 대관령 등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생태자원이 뛰어나고, 선교장, 오죽헌과 강릉단오제로 대별되는 역사 자원도 풍부한 도시인데, 최근에는 새로이 커피의 메카처럼 알려지면서 뛰어난 맛과 향을 자랑하는 커피 명가들과 활어처럼 펄떡이는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는 주문진시장도 강릉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데 그 중심이 바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중심으로 변신하는 명주동 일대이다. 옛 도심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이 명주동은 골목 안 옛 교회 건물을 개조한 작은 공연장과 북카페 명주사랑채 그리고 지역 예술가가 문을 연 봉봉방앗간을 비롯해 곳곳에 들어앉는 문화공간들이 도심 활성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이 바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한 시민 문화공간이다. 대부분 폐교하면, 아이들이 없어서 자연스레 문을 닫은 농어촌 폐교를 연상하게 되지만 명주초등학교는 학교가 다른 넓은 곳으로 이사 가면서 남겨진 전형적인 도심 폐교이다. 그래서 강릉시는 이 건물을 강릉시민들이 항상 활용할 수 있는 시민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옛 학교 건물의 기본 틀을 재활용하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하여 일반 시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과 자아실현의 장이 되고, 아마추어 예술인과 시민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과 발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것은 향후 명주동 주변 일대를 예술 지구로 조성해 인근에 복원된 임영관아와 함께 명실상부한 문화예술 명소로 발전할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l 현 명주초등학교는 문화예술 교육의 산실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새 보금자리로 이사 간 현재의 명주초등학교도 주목할 만하다. 이 학교는 2007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후 옛 학교 건물이 구도심 활성화의 중심으로 새로이 시민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사이에 지금의 명주초등학교는 남다른 문화예술 교육을 통한 창의 인성 우수학교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곽동진 교장의 부임 이후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집중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2011년 강원도 교육청의 연구학교로 지정되고 잇따라 교육부로부터 창의 인성 모델학교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이어 도민일보가 주최한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교육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2012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학교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통합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인성 기르기’라는 주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명주초등학교는 예술현장 체험학습과 예술가 초청 특강, 각종 음악회, 학년별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현장 체험활동, 학교 텃밭 가꾸기, 학생중심 동아리 활동과 방학 캠프, 예술을 통한 봉사활동 실천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학교이다.

이 학교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효과적인 수업경영을 위해 교과나 학습주제에 따라 주제통합, 교과통합을 시도하며, 특별히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창의 인성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고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사들은 창의․인성 교과연구회 조직을 통해 지도안을 개발하고, 각종 교수학습 자료 제작, 평가방법 연구,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교수법 모색, 왕성한 교원연수 참여 등 지속적인 교육 연구에 힘을 기울여 왔으며 개발한 교수학습 지도안과 각종 자료는 관심이 있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예술교육에 대한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하여 강릉예총과 예술교육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여 예술 전문인의 인적 네트워크와 문화행사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예술활동 지원과 지역사회 문화 마인드 확산에 협력하고 있다. 강릉문화원으로부터 전문 강사를 지원받으며 대표적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사업인 '뻔뻔한 학교 운영'을 유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관동대학교와는 ‘꿈나무 어린이 교실’이라는 초등학생 대상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매주 토요일 오후 피아노, 국악기, 관현악기, 합창 및 가창 등을 지도받고 있는데 조만간 학교 관현악단을 조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명주갤러리의 작품을 관람하고 예술가를 초빙하여 특강과 함께 팀티칭도 시도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 나가 문화예술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학부모들의 재능기부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또한 방학 중에는 예술 캠프와 동아리 활동도 장려하고 있으며 지역의 특색을 살려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실로 학교가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이 두루 실행되고 있다는 것이 훌륭하며 특히 폐쇄적일 수 있는 학교 중심의 활동에 지역의 문화계와 학부모 그리고 예술가들과의 활발한 네트워킹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교장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기울인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학생들의 인성과 학교생활의 만족도도 높으며 교사들 스스로 이 일로 인한 변화와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한 한번 이렇게 만들어진 학교의 전통과 철학을 계속 이어 나가려는 의지와 동기가 충만하다는 점도 자랑할 만하다.

l 창조도시의 초석은 창의 교육에서

창조도시의 관건은 이른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로운 발전이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되게 해 주는 것은 휴먼웨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생기고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이 돌아가도 결국 이를 움직이고 채워주는 것은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문화를 가까이하여 창의적 도구이자 매개로 활발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신의 일상과 업무에 창조적인 적용을 가능하게 하며 인성의 계발과 정서의 함양을 이룰 수 있다. 또한 문화적인 여가를 통해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자존감과 삶의 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화예술 교육은 문화공간을 채워주고 지역민들의 문화 역량을 강화해 준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하며 놀라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선도적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릉의 창조도시 정책과 사업들도 이렇게 작은 초등학교에서의 문화예술 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민사회의 문화예술 일상화와 활용이 어우러질 때 그 성과를 거두고 지역의 전반적 문화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실천을 위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다양하고 활발한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은 그 시작의 필요조건이자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다. 옛 명주초등학교의 변신과 현 명주초등학교의 활약이 계속 기대되는 것은 여전히 지역의 창의와 창조의 중심에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