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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막에서 예술을 꽃피우다
‘드림 타임 스토리(Dream Time Story)
- 트레이싱(Tracing)’

다발 킴(Dabal Kim) (기획자)
  • 노마딕 예술가의 창작 유물 컬렉션
    노마딕 예술가의 창작 유물 컬렉션
  • 필자의 설치 작품
    필자의 설치 작품
  • 박병춘의 설치 작품
    박병춘의 설치 작품


2015년 호주 노마딕 레지던스의 시작은 앨리스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 예술가 5명의 여정으로 출발했다. 중앙 호주의 노던 테리토리(Northen Territory), 버클리 아트센터로 이동하기 전에 펼쳐지는 지평선으로 사막의 전경이 작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간결하면서도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구성된 도시인 앨리스스프링스는 ‘붉은 사막의 심장부’로 가는 관광거점으로 사막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사막공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은 테넌트 크리크(Tennant Creek)에 위치한 바클리(Barkly)에서 노마딕 체류와 함께 창작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17일간 예술가들의 모든 흔적을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상제작팀(지토패밀리(주) 제작, SBS 컬처클럽 기획 방영)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본 영상은 2015년 9월 17일과 24일에 총 4부작 중 1부와 2부가 방송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막에서 예술을 꽃피운 예술가들의 여정과 창작 프로세스, 노마딕적 예술가들의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호주 원주민 예술과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의 스토리를 투사하여 작품으로 이어가는 소통의 시간을 전달하는 주요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호주 애보리진(Aboriginals)들은 700여 개 이상의 커뮤니티, 언어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원시적 기호와 문형의 공통적 의사소통의 근원을 갖고 있다. 애보리진의 작품은 그 근원적 기호와 언어, 민족적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여자가 동생과 땅에 씨를 뿌리고, 그 주변에는 부시트리가 가득하였다…”는 식으로 소설의 시작과 흡사하게 그들의 이야기가 작품 한 점, 한 점에 그려진다. 점, 선, 면의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개념에서 그들은 땅과 하늘, 인간, 그들이 속한 자연을 이야기한다.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한 나는, 〈노마딕 예술가의 가방〉, 즉 창작 유물 컬렉션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하여, 현장에서 구입한 박스형 가방에 발굴과 채집의 오브제들이 모아지고, 그 형상은 애보리진의 지명이 새겨진 지형지도가 맵핑(Mapping) 된다. 작가가 채집한 오브제는 붉은 사막의 대지 위에 자란 나무의 살갗들이다. 벗겨진 나무껍질(Bark)은 들판을 불에 태워 땅을 회복시키는 그들의 자연적 행위를 통해,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강렬한 태양 빛에 벗겨져 드러난 나무의 스킨(Skin)이다. 그 위에 작가는 애보리진의 언어와 드림타임 스토리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노마딕 여정에서 기록된 것들과 믹스 매치한다. 그곳에서 채집되어 현존하는 유물이 되고, 다시 사막 위에 설치되어 기념되는 것이 노마딕 프로세스였다.
박병춘 작가는 그의 ‘노마딕 가방’에 40kg이 넘는 흑백의 천을 담아갔다. 그 길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데블스 마블(Devil’s Marbles)에서 흰색 천을 이용하여 바위 하나를 씌우는 퍼포먼스를 행하였다. 모든 것을 허용하고 담아내고자 하는 동양의 보따리의 개념처럼, 그 형상은 거대한 보따리를 매어 놓은 설치로 보였다. 흰색 천은 인공 폭포수를 연상시켜 사막에서 폭포를 연출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다. 동양화의 산수에서 늘 친근하게 다가온 것을 중앙호주의 사막에 가져다 놓으니 이는 이방인인 작가의 존재와 함께 또 다른 환경에 놓인 환영과도 같았다. 장소의 이동에 따라 작가의 스케치는 지속되었고, 먹물과 사막의 오브제와 만남, 그의 작품 중에 호주 원주민 예술가가 주인공이 되어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그려낸 작품은 원주민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성동훈 작가는 국제사막예술프로젝트의 총감독으로서, 2006년에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 사막지대를 예술가들과 이어온 프로젝트를 볼 때, 이번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연계성이 큰 작가이다. 호주 사막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프리뷰 관점의 기록과 그의 다음 여정의 지표가 되었다. 붉은 사막의 돌은 철분을 많이 함유하여서인지 색이 붉었다. 호주 사막의 돌이 돈키호테의 조각상을 이루고, 수만 년 전부터 이어왔을 자연의 재료가 오브제로써의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애보리진들의 진실과 혼합된 다른 것, 인류의 역사와 사실의 사이를 두고, 작가는 사실(Fact)과 가짜(Fake)의 형식을 현장에서 구입한 코끼리의 미니어처 상의 등에 애보리진들이 착취당한 탄광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돌을 올려놓음으로 그의 상념과 앞으로 이어갈 사고를 즉흥적인 설치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차기율 작가의 채집과 발굴은 감각적으로 진행되었다. 테넌트 크리크의 자연특징을 잘 드러낸 가느다란 나뭇가지들과 돌은 네트워크의 그물망처럼 이어지고 타원형의 형상을 이룬다. 애보리진들의 역사, 그들의 현실과 흔적을 가슴 깊게 새겨보는 시간은 순환적, 자연적 질서와 결부되어 작가가 수집한 재료를 통해 발산한다. 그들의 삶을 엮어보기도 하고, 그들의 영혼의 스토리를 기록하며, 작가 스스로 고찰하고 숭고해진다.
황주리 작가는 호주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 이전부터 사막의 붓다(Buddha)를 그린다는 것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품어 왔다. 레디메이드(Ready-made) 오브제로써, 실용성 기성품에 작가의 그림이 들어가면서, 기계문명에 의해 생산된 제품이 수공의 예술과 결합되면서 미묘한 경계를 넘어서게 된다. 근원적, 원시적 상태의 것으로 보기에는 많이 상업화되었고, 관광상품으로 넘어선 호주 애보리진들의 수공예품과 작품들은 기념품이기에는 비싸고, 예술작품으로는 싼 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익명의 호주 애보리진의 작품을 바라보며, 현대미술의 거창한 이름 아래, 애보리진들의 숭고한 스토리텔링을 우리 작가들이 감상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황주리 작가는 자연적으로 가공된 붉은 사막의 돌을 캔버스 삼아 사막의 석가모니불을 그려내면서 스스로 정화된 자세와 위대한 여정의 의미를 화려한 색감을 입혀 탄생시키고, 운드무우(Yuedumu) 지역에 있는 남성의 애보리진 미술관(Men’s Museum) 외부에 작품들을 설치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원주민들의 정신과 영혼의 이념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진 구역은 여성이 관람할 수 없는 특별한 전통적 규범이 있었으나, 이번 관람에서는 예외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같은 공간이 주어졌으나, 5명의 예술가들은 서로 다른 콘텐츠와 개념으로 창작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그 작품들도 다양하게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기획의 포인트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호주의 사막은 끝없는 대지의 영(Spirit)과 혼(Soul)과 육(Body)의 스토리의 파노라마이며, 점과 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기하학적 행위를, 자연의 근원을 통해 그 철학적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던 노마딕 프로그램의 공간이었다.


  • 성동훈의 설치 작품
    성동훈의 설치 작품
  • 차기율의 설치 작품
    차기율의 설치 작품
  • 황주리의 설치 작품
    황주리의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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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