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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국 도시 건축의 자화상
용적률 게임

곽혜영 (space_ba421 대표)
  • 용적률 게임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국가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올려 회자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벌써 한국관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비엔날레의 수상으로 인하여 건축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유례 없는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건축전 예술감독 및 큐레이팅팀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듯하다.

또한 올해부터 한국관 운영 방식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커미셔너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큐레이터를 선정하여 행정업무와 전시업무를 나누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국가관을 운영하는 많은 나라가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며, 커미셔너가 행정 및 외적인 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에, 큐레이터는 전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올해 한국관의 예술감독은 서울시립대 건축학부의 김성홍 교수가 전시를 총괄하며 신은기(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 조교수), 안기현(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김승범(VW LAB 대표), 정이삭(에이코랩(a.co.lab) 대표), 정다은(CoRe architects 팀장)이 공동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한다.

15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2016년에 수상한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이며, 그가 제안한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이다. ‘전선에서 알리다’는 건축의 궁극적 목적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는 당연한 전환을 환기하는 총감독의 주문이며, 이는 점차 사회와 부조화되는 건축, 사적 영역으로 기우는 소수의 현란한 건축에 대한 각성과 본연의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재단 회장 파올로 바라타(Paolo Baratta)의 언설과 닿아 있다. 이 주문의 핵심은 건축가들이 처한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도, 대면한 전투에서 이기고 전선을 넓히기 위해서 비난, 불평, 사변보다는 행동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창의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관은 전체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담을 것인가?’에 대해 큐레이팅팀은 먼저 ‘한국건축의 전선은 무엇이며 어디인가?’를 묻고 기획을 시작하였다. 이는 ‘한국 건축가들은 어떤 조건에서 작업하는가?’와 일맥상통하는 물음이다. 김성홍 예술감독과 큐레이팅팀은 한국건축을 둘러싼 많은 조건, 제약들 중에서 ‘용적률’을 최전선의 조건으로 삼고 한국관 주제를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 The FAR(Floor Area Ratio) Game: Constraints Sparking Creativity〉로 발표하였다. ‘용적률’이라는 용어는 전문적인 용어이지만 건폐율과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들었을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왜 ‘용적률’이 최전선이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용적률이 우리나라 사회현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으며,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집단의 욕망을 드러내는 지수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는 100년 용적률이 70%였지만 현재 평균은 145~150% 정도이며 이후 200%까지 질주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분석하였다. 이 용적률은 초고층빌딩부터 협소주택까지 모든 종류의 건물에 전방위적으로 적용되며, 이 안에서 용적률 게임이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 감독은 1%의 명품 건축물이 아닌 99%가 겪고 마주하는 현실적인 건축물,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에서만의 ‘용적률 게임’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 및 변천 과정 등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먼저 큐레이팅팀은 서울시민들의 55%가 거주하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 일상의 공간에 주목한다. 이러한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이 옥탑방을 늘리거나 발코니를 넓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덧대어 면적을 늘리는 이른바 ‘잉여면적’은 서울시의 합법적인 건축물대장이라는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면적이다. 바로 이 ‘잉여면적’이 바로 용적률 게임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좀 더 ‘용적률 게임’의 현재를 세심하게 살펴보기 위해 큐레이팅팀은 서울 시내의 약 60만 동의 건물을 분석한다. 그중 서울의 대다수 필지가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인 것을 감안해 이 지역을 포함하여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 36개를 선정하여 용적률이 건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다이어그램과 모형을 이번 전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도시건축이 한정적인 대지 위에 최대의 이익을 위해 최대의 건물을 요구하는 건축주와 질을 추구하는 건축가, 이를 통제하는 법과 제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한국적 ‘용적률 게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복잡한 한국관을 김 감독은 용적률 게임에 비유하며, 크게 다섯 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하였다. 첫 번째로는 용적률 게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도입부, 두 번째로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 상가주택 등 가장 보편적인 건축 유형과 건축가들이 설계한 36개의 건축물을 모형, 다이어그램, 사진, 영상으로 시각화한 중앙홀과 세 번째로는 인구, 경제, 도시 및 건축 유형 등의 자료를 분석한 좌우 벽면이 있다. 네 번째로는 강성은, 백승우, 신경섭, 정연두 시각예술작가들이 다른 시각으로 포착한 우리 도시와 풍경을 담은 독립된 방이며, 다섯 번째로는 용적률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전 세계의 건축 도시 전문가들의 견해를 엮은 결론부 등으로 구성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니스비엔날레는 슈퍼스타들이 모여 힘겨루기를 하는 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매우 날카롭게 현실을 해부하는 주제를 가지고 전 세계의 건축가들과의 공유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한국건축계를 넘어 한국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게 첫 번째 목표이다”라고 밝히며 그 이유는 “왜 용적률 게임이 한국건축현장에 이렇게 깊숙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건축을 통해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한국관에 대한 주제 발표 및 공동큐레이터, 참여 작가, 건축가들의 소개 및 추가 발언이 끝난 후가 되어서야 기자들이 질문할 시간이 마련되었다. 동아일보 손택규 기자는 용적률에 대한 부분이 한국만의 특수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김 감독은 “용적률은 전 세계의 문제이며, 뉴욕 같은 경우 1890년부터 30년간 엄청난 용적률 게임이 일어났지만, 서울의 용적률 게임의 경우와는 다르며, 이는 압축성장, 도시조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 땅마다 용적률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중앙일보의 한울 기자는 서울 지역의 60만 동 건물 중에 36개의 모델을 선정한 이유와 선정한 36개의 모델이 예전과는 다른 양상의 새로운 용적률 게임의 양상이 있는 건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김 감독은 64만 동의 건축물 중 데이터가 가능한 60만 동을 분석하였으며, 그 중 29개 동이 서울에, 그 외에는 경기도 및 지방이 있는 건축물이며,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우리 도시건축현상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질문의 답변으로는 대규모의 재개발과 재건축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들이 2010년부터 중규모 건축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이 새로운 용적률 게임은 집 장사가 만들어놓은 환경/시장에 비로소 건축가들이 관여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정이삭 큐레이터는 한국의 건축가들이 집 장사들이 만들어놓은 기형적 환경과 이 시장을 외면하다가 그 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 시점이 용적률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창의성이 삽입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집 장사들이 발코니 등 용적률에 삽입되지 않는 면적을 찾아내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면, 건축가들은 제약은 있지만 창의성을 발휘하여 법적으로 잡히지는 않는 선에서 활용하기 좋은 삶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기자단 질의·응답 시간에는 위의 질문들 외에 전시의 포맷이나 아웃풋 등에 대한 질문들도 오고 갔다. 이번 전시 포맷은 〈한반도 오감도〉 전을 제외하고 기존의 비엔날레 건축전시회와는 다르게 건축가의 건축물을 전시하는 게 아닌 주제에 맞춰 큐레이팅팀이 재해석한 텍스트, 모델, 사진, 다이어그램, 미술가들의 작품, 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큐레이팅팀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도식화할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해 한국 도시 건축의 용적률이 갖는 함의를 전 세계 건축가 및 관객들과 나누는 공론의 장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 3월 17일에 있었던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기자간담회의 예술감독 김성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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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