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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014년 공연예술 추이와 특성
지난해 인터파크 장르별 공연수와 연간 티켓판매 순위를 통해 공연 장르별 특성과 공연산업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 요즈음의 문화예술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015년 상반기 비디오아트 전시

박준수 (미술평론가)
  • 백남준, 〈다다익선〉(1988)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다다익선〉(1988) ⓒ국립현대미술관

2015년 1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 소장된 〈다다익선〉(1988)의 보존 수복 계획을 발표하였다. 1988년 “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다다익선〉은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삼색기〉(1982)와 함께 1980년대 백남준(1932-2006)의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총 1,003개로 이루어진 모니터는 현재 3분의 1 가량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8월 15일 광복절까지 대대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발표된 복구 계획은 1월 21일 KBS를 통해 “백남준 작품 보존이냐 복원이냐…예술의 경계는?”이 보도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 보인 발 빠른 대응이었으나, ‘보도에 의한 계획 수립’으로 간주될 만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다다익선〉의 보존 수복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다다익선〉의 보존 수복과 관련하여 ‘그의 작품이 겪은 세월의 과정을 예술의 일부로 볼 것인가’ 혹은 ‘작품 제작 당시의 모습을 현재의 발달된 기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구현해내야 하는가’ 등의 서로 상반된 의견들이 존재한다. 미술작품 보존, 복원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이러한 의견 대립은 현대적인 개념의 ‘미술’이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백남준으로부터 시작된 비디오아트의 경우에는 대립하는 의견들에 더욱 복잡한 의견들이 덧붙여진다. 간단한 예로, 당대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사용한 백남준의 작품은 현대에는 케케묵은 구식 기술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고장 난 그의 작품을 복원하는데에 ‘최첨단’이라는 백남준의 개념을 따를 것인가, 혹은 여타 미술 장르와 같이 원형 그대로 복원을 해야 할 것인가? 전자의 경우에는 발전된 기술 — 예를 들면 LED 화면 — 을 사용하여 작품의 수명 문제를 한층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작품의 ‘원형 그대로’ 복원을 위해서 가장 먼저 1980년대 후반에 생산된 브라운관 TV와 수리 부품들을 구해야 할 것이다. 〈다다익선〉의 보존 수복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최근 불거진 〈다다익선〉 이슈는 비디오아트 작품의 소장, 관리, 보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이슈와 더불어 백남준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역시 그의 대중적인 인기와 유명세, 미술사적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백남준의 작품들에 대한 소장기록(provenance), 연대, 진위여부 등의 데이터를 파악하지 못해 그의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의 출간에 대한 갈증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백남준 연구의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디오아트의 본질적 특성상 위작을 제작하기가 비교적 용이해 작품의 진위여부를 가리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그의 작품 연구를 기술적으로 방해하는 요인이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경제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비-예술적인 접근이지만, 백남준 작품의 거래 가격은 비디오아트가 지니는 태생적 문제점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듯하다. 백남준 작품의 경우 미술 시장에서의 매매가격은 그의 미술사적 가치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는 국제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백남준 작품의 매매가는 아시아권의 현대작가들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높은 매매가격은 〈라이트 형제〉(1995)가 2007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기록한 503만 홍콩달러(약 7억 원)에 불과하다. 작품의 크기에 따라 1~7억 원에 분포되어있는 백남준의 작품 가격은 유명 작가들이 사후 10~100배 정도 급등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저평가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4년 10월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가 백남준을 전속작가로 영입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백남준의 법적 대리인인 장조카 켄 백 하쿠다가 가고시안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었으며, 향후 그에 대한 미술 시장에서의 평가 역시 재평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제프 쿤스(Jeff Koons, b. 1955) ,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b. 1962) 등을 미술 시장의 거물로 키워낸 가고시안 갤러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맨해튼, 런던, 홍콩 등지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거대 갤러리이다. 마치 2013년 스미스소니언 미술관(Smithsonian Museum)에서, 2014년에 록펠러 재단이 운영하는 아시아소사이어티와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재평가의 필요성을 반영하듯, 가고시안 갤러리와의 전속계약을 보도하는 뉴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인다.


  • 백남준, <W3>(1994) ⓒ학고재갤러리
    백남준, 〈W3〉(1994) ⓒ학고재갤러리


이러한 국내외 관심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2015년 초, 백남준을 중심으로 한 비디오아트 작가들의 전시가 국내 주요 미술관,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가장 먼저 삼청동에 위치한 학고재 갤러리는 2015년을 여는 첫 전시로 백남준의 개인전 《W3》을 진행 중이다. WWW(World Wide Web)를 뜻하는 전시명이자 작품 제목 〈W3〉는 테크놀러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빠른 속도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예견하는 표현 “electronic super highway”를 반영한 작품이다. 세계를 무대로 국외에서 시작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electronic super highway”를 타듯 그가 찬양하던 ‘기술’, ‘비디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의 비디오아트 1세대라 불리는 박현기의 개인전 《박현기 1942-2000 만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화, 동양화된 비디오아트를 보여준다. 백남준이 1984년에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데 반해, 박현기는 1970년대 말 이미 국내의 비디오아트 작가로 활동해 온 국내 비디오아트의 1세대 작가이다. 1974년 대구에 위치한 미국문화원에서 백남준의 작품 〈Glovbal Groove〉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을 통해 비디오아트에 접근하기 시작한 박현기는 1979년 일본으로 건너가 미디어아트를 배우며 본격적으로 미디어 작업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한국에서 활동한 국내 중심의 비디오아트 작가 박현기의 전시는 비디오아트의 아카이빙(archiving)과 함께 비디오아트 연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이다.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2만여 점의 자료들을 아카이브화하고, 이를 통해 회고전 및 아카이브 전시의 형태로 풀어내었다.

3월 5일부터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빌 비올라(Bill Viola, b. 1951)의 개인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1974-76년 피렌체에 위치한 유럽 최초의 비디오아트 스튜디오 Art/Tapes/22의 기술감독으로 근무한 종합 환경 비디오아트의 1세대 빌 비올라는 이곳에서 백남준,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b. 1941), 비토 아콘치(Vito Acconci, b. 1940) 등 비디오아트의 거장들과 관계할 수 있었다. 이미 한 차례 빌 비올라의 전시를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국제갤러리에서 다시 한 번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번 전시는 비디오아트의 국제적인 관심을 국내에서도 반영하는 듯하다. 2015년 3월 백남준, 박현기, 빌 비올라와 같은 국내외 비디오아트의 거장들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Korean-American으로 소개되는 백남준을 축으로 동양적, 한국적인 접근 방식을 보이는 박현기, 그리고 유럽 및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한 뉴욕의 작가 빌 비올라의 전시는 비디오아트 전시의 이곳과 저곳,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학고재갤러리 전시 전경 ⓒ학고재갤러리
    학고재갤러리 전시 전경 ⓒ학고재갤러리
  • 박현기, <무제(비디오 돌탑)>(1987) ⓒ국립현대미술관
    박현기, 〈무제(비디오 돌탑)〉(1987) ⓒ국립현대미술관
  • 빌 비올라, <The Lovers>(2005) ⓒ국제갤러리
    빌 비올라, 〈The Lovers〉(2005)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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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