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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문화로 소통하는 우리 마을 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공동주최한 2014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매개로 한 공동의 비전과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변화를 유도하는 공동체 형성의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생활문화공동체의 구축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자발적인 보급과 확산을 목표로 하여 임대아파트 단지, 서민 단독주택밀집지역, 농·산·어촌 주민 및 차상위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올해로 6년째 추진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지역 사업과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그리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민경애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문화진흥팀)

  • 춘천의 낭만골목
    춘천의 낭만골목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함께 탄 아주머니의 얼굴이 낯익지만 누군지 모르겠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같은 층에 내려,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바로 옆집 아주머니였다.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되도록 옆집 사는 사람의 얼굴도 익히지 못한 머쓱함에 형식적인 인사말을 나누고 문을 닫았다. 그제야 마음 한구석의 불편한 감정이 발끝으로 떨어져 내렸다.

예전에는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은 물론, 집 안 살림 규모까지 알 수 있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내 가족이고, 마을 전체가 나의 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 문을 나서면 나의 세상 밖이다. 그러니 현관문 바깥의 사람들도 타인이 된다.

이렇게 변해버린 ‘마을’과 ‘공동체’를 다시 견고하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업이 바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이하 생문공)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생문공 사업은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 올해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임대아파트, 서민 단독주택 밀집 지역, 농산어촌 등 전국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읍․면․동 단위 마을 주민들이 문화를 매개로 이웃과 소통하고,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이 가지는 문제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각 세부 사업은 매년 연속 지원 심사를 통해 1개 사업당 최대 3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원금은 공동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과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3년을 끝마친 졸업 단체가 2011년에 7곳, 2012년 4곳, 2013년 3곳에 이어 올해 10곳으로 지금까지 총 24곳이 배출되었다.

- 졸업 단체 현황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대구) 대구현대오케스트라
(대전) 극단 아낌없이주는나무
(천안) 천안 KYC
(공주) 충남교육연구소
(통영) 극단 벅수골
(광주) 시민문화회의
(제주)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부평) 자바르떼 인천지부
(부산) 문화도시네트워크
(영광) 우동농악보존회
(진주) 진주YMCA
(울산)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
(제천) (사)예술과마을네트워크
(완주) 지역문화자원연구회
(서울) 우리동네나무그늘,
          울림두레생활협동조합
(서울)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
(부산) 금샘마을공동체
(인천) 우각로문화마을
(울산) 농소1동주민자치위원회
(경기 광주) 너른고을생활협동조합
(안산)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성남)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춘천) 낭만골목추진위원회
(원주) 성공회 원주나눔의집
  ※ 서울특별시는 자체적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지역적 안배를 위해 2013년부터 지원 대상에서 제외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의 변화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돼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이다. ‘엘 시스테마’는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협동, 이해, 질서, 소속감, 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 주는 역할을 하며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 외에도 남미의 여러 나라는 문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브라질에서는 ‘컬처 포인트(Points of Culture)’ 프로그램으로 10여 년간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라질 문화부가 2003년 시행한 ‘컬처 포인트’는 사람들이 문화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를 지역마다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에서 출발해 그 규모를 점차 확장, 2013년에는 3,500여 개의 컬처 포인트가 운영됐고, 각 프로젝트당 3년간 약 8,300만 원(18만 헤알)의 예산을 지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젊은 문화 예술인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거나, 컬처 포인트의 장비를 지원하거나 단체 간의 네트워킹 형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식이 있으며, 수혜 대상은 주로 저소득 인구 밀집 지역 및 공공서비스 접근성 취약 지역, 사회적 취약계층 등이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페루의 컬처 포인트는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강화해 자율적, 주체적 활동을 통한 시민의 문화 활성화 및 문화 수용력 증진을 위한 공공 네트워크 개념으로 시행되고 있다.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에서 2003년에 펴낸 ‘예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보고서(Phyllida Shaw, What’s art got to do with it?(Greiefing paper on the role of the arts in neighbourhood renewal))에 따르면, 호주 남부에서 지역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4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된 2년 후에 인터뷰했더니 80% 이상의 사람이 사회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말했고, 70%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한 런던의 밀레니엄 페스티벌 상(Millennium Festival Awards)과 관계된 21개의 조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이 상을 통해 지역 소속감이 강화됐다고 했고, 67%는 지역 사회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타문화와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조사에서 예술 프로그램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사회 여러 곳에서, 특히 지역 사회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생문공 사업 또한 한국 사회 내에서 지역을 살리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간의 문화예술 사업들이 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향유하는 것 또는 문화예술의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을 중점으로 뒀다면, 생문공은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매개로 주민이 주체가 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이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생문공 사업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더불어 주민 공동체 형성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며, 그 안에서 주민 개개인의 역량을 이끌어내고, 조직화해가는 과정이 동반된다. 생문공 사업으로 3년의 지원이 끝나도 사업을 했던 마을이 자생력과 지속성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기업(춘천 낭만골목추진위원회)이 생겨났으며, 타 사업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확장(대구현대오케스트라)하는 등의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6년 차를 맞이하는 생문공 사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획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생문공 사업도 변화하고 진화해야만 생명력을 유지해갈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우리에게 공동체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이에 따른 공동체의 형태도, 성격도,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안산의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는 여러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과 함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태생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만들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경기 광주의 ‘너른고을생활협동조합’은 아이들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과 가족 활동을 위주로 생문공 사업을 진행한다. ‘부천문화재단’은 밥상 모임, 가족놀이학교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역 사회에 참여 가능한 배움과 나눔의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 각지의 31개 프로그램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이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활발히 진행 중이다. 생문공 사업에서 주민은 교육자이고, 참가자이고, 기획자이면서 예술가이기도 하고, 활동가이기도 하다. 결국 생문공은 모든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인 것이다. 생문공 사업 안에서의 ‘나’는 결국 ‘우리’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만들어가는 생문공 사업은 전국 각지에서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행복하고, 함께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송학골어깨동무 나눔장터 현수막
    송학골어깨동무 나눔장터 현수막
  • 함께 만드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함께 만드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사진: 한국문화원연합회)


아르코로고

[기사입력 :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