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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르코 공공미술 시범사업 ‘지역재생+예술’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 보고
〈한반도 오감도〉전시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백남준의 ‘한국관’과 이상의 ‘오감도’

이영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한반도 오감도> 전시 전경 ⓒ신경섭
    〈한반도 오감도〉 전시 전경 ⓒ신경섭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참가 역사상 최초로 국가관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반도 오감도〉전이 3월 12일부터 서울 아르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되고 있다. ‘삶의 재건’, ‘모뉴멘탈 스테이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도시로 성장한 서울과 평양의 건축과 도시를 이야기한다. 유리 등의 건축자재와 곡선형 벽으로 이루어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파빌리온과는 상반된 공간적 특이성을 가진 아르코미술관에서의 이번 전시는 공간의 재맥락화와 콘텐츠의 재배치를 통해 대중들과 조우하고 있다.

l 한국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백남준은 건축가 김석철에게 남과 북이 함께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짓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미국 국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전복적 예술 행위를 통해 이미 20세기 최고의 현대미술가이자 문화실천가로 인정받고 있던 백남준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자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 운동의 창시자였던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를 만나 자르디니 내 한국관 건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와 중국 등을 비롯해 6개국이 이미 국가관 신청을 완료한 상황에서 한국관 건립을 위한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였다. 백남준은 김석철과 함께 마시모 카차리 베니스 시장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관에서 남과 북이 함께 전시를 열게 된다면 당신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관 건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백남준의 노력의 결실로, 한국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창설 100주년을 맞은 해에 자르디니 내 26번째 마지막 독립관을 갖는 나라가 되었다.

〈한반도 오감도〉전은 김석철과 커미셔너 조민석이 나눈 한국관 건립 탄생에 대한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남북 공동 전시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언젠가 남과 북의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을 상상했던 백남준의 바람은 이 전시의 기획 방향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북측의 건축가가 참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나, 1995년에 이어 또다시 남북 공동 참여가 불발되면서 이 전시는 미완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오감도〉전은 지난 과거에 대한 회고가 아닌 남북의 건축을 한데 모아 이 두 나라를 둘러싼 역사․문화․사회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분단국 출신 예술가 백남준이 남과 북이 함께 교류하고 화합할 수 있는 문화 플랫폼을 주창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 큐레이터 배형민의 언급처럼 한국관은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대변인이자 한순간 평화와 희망을 품었던 건축”이다.

l 오감도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주제는 ‘근대성의 흡수: 1914-2014’이다. 커미셔너 조민석은 지난 백년의 한국 근현대 건축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李箱, 1910-1937)을 전시기획의 중요한 축으로 이용한다. 이번 전시를 읽기 위한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이다. 전시기획의 모티프로 따온 ‘오감도’는 새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듯한 도면인 조감도(鳥瞰圖)의 변형이다. 이는 식민지 시대를 살던 지식인 이상이 느꼈던 불안함, 공포감, 좌절감을 새 조(鳥) 자에서 한 획을 빼 까마귀 오(烏) 자로 바꿔 표현한 것이다. 이상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했지만, 건축가로서 꿈을 이루지는 못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된 꿈에 대한 보상으로 『조선과 건축』에 작품을 기고하면서 문학가로 활동하게 된다.

‘한반도 오감도’는 남북한의 분단체제에서 북한의 건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인 우리 현실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까마귀의 시선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남한의 건축가와 이론가들은 그들의 시각에서 70년간의 분단 상황이 서울과 평양의 건축과 도시를 어떻게 다르게 만들었는지를 학술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건축가 이상의 무너진 꿈은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비극을 상징할 뿐 아니라, 남과 북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한 더욱 포용적이고 확장된 시각을 견지한다.

〈한반도 오감도〉전은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통해 주제에 따라 작품들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 이론가, 역사가들의 사유와 실천은 단단히 결합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했다. 나아가 북한과 간접적으로 연결시켜 줬던 해외 매개자들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었던 북한의 건축과 문화를 국내외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정치·경제학적 교류의 장을 형성하며, 문화·사회학적 가치를 지닌 학술적 보고서로서 기능한다. 전시의 구조와 내러티브의 전반을 읽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가 ‘한국관’과 ‘오감도’라면 1980년 10월 도쿄에서 열린 세계건축사연맹 아시아총회에서 남북 건축가들을 모아놓고 아리랑 합창을 즉석 지휘하던 건축가 김수근의 사진 한 장은 이번 〈한반도 오감도〉전이 말하고 싶었던 함축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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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