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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르코 공공미술 시범사업 ‘지역재생+예술’

2014~5 인도 노마딕 레지던시
세라마드(Ceramic+Nomad=Ceramad)

김승택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매니저)
  • 구간과 김재규 작가의 흙 제작
    구간과 김재규 작가의 흙 제작
  • 초벌 소성을 위해 재임하고 있는 김재규 작가의 ‘양’ 작품
    초벌 소성을 위해 재임하고 있는 김재규 작가의 ‘양’ 작품
  • 성공적인 가마 소성을 기원하는 코람을 그리는 정혜숙 작가
    성공적인 가마 소성을 기원하는 코람을 그리는 정혜숙 작가


인도 노마딕 레지던시 사업은 2015년 1월 19일부터 2월 25일까지 인도 첸나이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나를 포함하여 김영현, 김재규, 손진희, 유의정, 정혜숙 작가로 세라믹을 전공한 작가와 전공은 다르지만 세라믹 매체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우리들은 2014년 5월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관계자와, 인코 센터 라띠 자퍼(Rathi Jafer) 원장과 한 차례 만나 대략적인 워크숍의 일정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1박 2일로 2차 미팅을 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였고, 다시 12월 한남동 3차 미팅에서 최종적인 내용 등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2015년 1월 17일 인천공항을 출국하여 싱가포르를 경유한 후 1월 18일에 인도 첸나이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공항으로 마중 나온 인코 센터 직원인 벨쿠마르(Velkumar)의 안내에 따라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간편한 차림으로 워크숍 진행 장소인 칼락쉐트라 재단(Kalakshetra Foundation)을 방문하였다. 칼락쉐트라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번잡한 주변 거리로부터 보호하듯 높은 담으로 둘러쳐 있었다. 이곳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니는 종합학교 같은 곳으로 시끄럽고 번잡한 도심 속에 위치해 있지만,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매우 조용하고 한산하며 깨끗한 공원 같은 곳이다. 워크숍 장소에 도착하여 스튜디오 안쪽을 살펴보고 옆마당에 있는 가마를 보러 나갔는데 작은 규모의 가마를 보고 스케줄을 잘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성형 기간과 건조, 소성 기간 등을 생각하면 전시 일정에 맞추기가 빠듯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칼락쉐트라에 방문하니 정문부터 워크숍 장소까지 워크숍을 홍보하는 커다란 현수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출입문 앞에는 인도 전통문화인 코람(kolam)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코람은 쌀가루를 사용하여 매일 다른 디자인으로 그리며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행운을 집안으로 들인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집 대문 앞에는 다양한 코람이 그려져 있었는데 매일 아침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워크숍 시작 전에 칼락쉐트라와 인코 센터, 랄릿칼라 아카데미의 관계자들이 환영회를 열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워크숍의 성공적인 진행을 신께 빌어 주었고 우리 여정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환영회가 끝나고 우리는 워크숍 진행을 위하여 인도 작가들, 이번 워크숍을 지원해줄 구간(Gukan) 선생, 그리고 어시스턴트들과 간단한 미팅을 했다. 인도에서도 6명의 도예가가 참여하였는데 인도의 북쪽과 서쪽, 중앙과 남쪽 등 인도 전역에서 선정되어 온 작가들은 언어가 달라 서로 절반 정도만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인도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현지에는 두 종류의 흙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 지역의 흙으로 주로 테라코타를 만들 때 사용되는 흙이고 다른 하나는 물레 성형을 위한 흙이었다. 우리는 물레 성형 흙을 바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여 조형 작업에 적합한 흙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김재규 작가의 주도하에 몇 가지 실험을 거쳐 조형에 적합한 흙을 현지 어시스턴트와 함께 제작하였다. 그 외 대형  작업을 뒤집기 위한 장비를 현지 목수와 함께 제작하고, 가마 버너의 성능 개선을 위한 작업도 한국 작가들이 워크숍 중간중간에 진행하였다.

워크숍을 시작한 지 열흘 정도 지나서 우리는 퐁디셰리(Pondicherry)와 오로빌(Auroville)을 방문했다. 버스는 새벽 5시에 출발하여 깜깜한 도심을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 추월하기 위해 이리저리 핸들을 꺾고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와 치킨 게임을 하듯 질주했던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그렇게 2시간 30분을 달려 오로빌에 도착했고 우리는 서프리아(Supriya Menon)의 안내에 따라 도자기 바자회와 그녀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이어서 우리는 골든 브릿지 포터리(Golden Bridge Pottery)를 방문했다. 들어가자마자 대형 사이즈의 장작 가마와 가스 가마 여러 개를 볼 수 있었고 재료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와 스튜디오 등 상당한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골든 브릿지 포터리는 도자기를 생산하는 공장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이자 레지던시 작가를 위한 스튜디오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몇몇 학생들이 도자 수업을 듣고 있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생활자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일주일 뒤에는 장작 가마를 소성하는 국제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일정상 다시 방문할 수가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첸나이로 돌아온 다음 날, 우리는 드디어 첫 가마를 소성하기 시작했다. 인도 작가들은 가마에 불을 붙이기 전에 모두 모여서 신에게 바치는 약간의 음식과 꽃을 가마 문 앞에 놓고 주변에 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의 제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정성스레 시작한 첫 재벌 가마는 온도가 얼마 올라가지 않아 한 인도 작가의 작품이 터지는 바람에 중간에 불을 꺼야만 했다. 인도 작가들은 가마 안에 들어 있는 파손된 기물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 했다. 한 번도 소성 중간에 불을 끄고 가마 문을 열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파편이 튀어 다른 기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한국 작가들의 설명에 결국 가마 문을 열고 내부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 매우 천천히 재벌 소성을 진행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는 인도 측에서 준비한 3번의 강연이 있었다. 인도의 현대도예를 소개하는 강연과 예술가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의 강연 그리고 인도의 고대 건축물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워크숍이 시작된 지 15일이 지났을 때부터 본격적인 가마 소성이 시작되었다. 이틀에 한 번씩 가마 소성을 진행했고 때로는 초벌 가마와 재벌 가마 두 대를 동시에 소성하기도 했다. 가마가 작아서 온도는 비교적 빨리 올라가는 편이었고 식는 것도 빨리 식어 어떤 때에는 재벌 소성을 하루에 한 번씩 진행하기도 했다. 가마는 밤을 새워 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도 작가와 한국 작가들이 섞여서 번갈아서 불을 땠다. 이렇게 밤을 새워 불을 때고 나면 온몸은 모기에 물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 어느덧 전시 일정이 다가왔다. 인도와 한국 작가들은 2월 22일부터 작품 운송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푸라기를 활용해 작품이 깨지지 않게 포장하였고 트럭 바닥에도 지푸라기를 충분히 쌓은 후에야 작품을 실을 수 있었다. 작은 트럭으로 이틀에 걸쳐 작품 운송을 하였고 23일 아침 일찍 랄릿칼라 아카데미 전시장에 도착하여 새벽 3시까지 다 함께 작품 설치를 진행하였다. 24일 아침 일찍 마지막 가마에서 꺼낸 작품을 들고 최종적으로 디스플레이를 마무리하였다. 전시 오픈식에는 첸나이 지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이번 워크숍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던 칼락쉐트라와 인코 센터, 한국영사관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전시를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번 인도-한국 도자 교류 레지던시에 대한 세미나를 끝으로 모든 워크숍 일정이 종료되었다. 우리 일행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칼락쉐트라로 돌아와 스튜디오를 정리할 수 있었고, 인도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은 마지막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는 새벽 3시가 넘어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길 수 있었고 그날 아침 일찍 공항을 출발하여 정신없이 지나간 42일간의 우리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 스튜디오 내부에서 인도 작가들 및 워크숍 관계자들과 함께
    스튜디오 내부에서 인도 작가들 및 워크숍 관계자들과 함께
  • 이번 워크숍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환영회
    이번 워크숍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환영회
  • 전시 오프닝
    전시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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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