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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의 첫 프로그램으로 서울 대토론회를 1월 23일(토) 오후 1시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진행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띤 분위기로 펼쳐졌다. 분야별로 콘퍼런스 행사가 많지만, 유독 이번 대토론회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미술시장을 둘러싸고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미술시장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두가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 전략 모색과
글로벌 전략 도출을 위한 첫걸음

호경윤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 기획자)
  •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의 첫 프로그램 서울 대토론회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의 첫 프로그램 서울 대토론회


“오늘 날씨가 꼭 요즘 한국 미술시장 같네요!” 대토론회 당일 패널 중 한 명이 토론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로 건넨 말처럼 한국 미술시장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2006~2007년 미술시장에서 사상 유례없던 호황을 누리다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우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 후 이미 다른 나라는 어느 정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독 한국 미술시장은 그 사이 양도세 시행, 비자금 사건 등의 된서리를 맞으며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문화융성, 창조경제’의 모토에 따라 최근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작가 미술장터 개설 및 미술품 감정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함께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l 2015년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지원 사업을 갈무리하며

2015년 미술시장 관련 지원 사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할 때 부스 비를 지원해 주는 공모 제도의 주최 기관이 한국화랑협회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된 것이다. 단순히 주최만 바뀐 것이 아니라,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지원’이라는 미션을 세우고 한국 미술이 보다 널리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미술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아트페어 부스 참가비뿐만 아니라 해외 아트페어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전시나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것까지 확대했다. 갤러리의 아트페어 참가에는 부스 임차료와 작품 운송료, 보험료 등을 지원하며, 또한 기획 프로그램에는 사업 수행을 위한 직접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아트페어마다 심의를 하고 개최 직전에 참여가 확정되는 특성에 따라 한 해 동안 4차에 나누어 지원 신청을 받는 대신 동일한 5명의 심의위원이 평가함으로써 선정 기준의 일관성을 두었다. 심의에서는 사업 목적에 맞게, 참여 작가와 출품작의 60% 이상이 국내 작가 작품으로 구성되도록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123건 중 73건을 선정하여, 총 11억8150만 원을 지원했다. 화랑들은 예전보다 까다로운 지원 방식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기존의 문예진흥기금과 유사한 공모 절차로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보다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2016년에는 공모 지원이 예술경영지원센터로 이관 진행되기에 앞서 보다 효율적으로 시행되고 나아가 한국 미술 시장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는 미술시장 종사자와 전문가를 비롯해 창작자, 비평가, 학자 등 미술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미술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먼저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2월 한 달간 부산-대구-전주 지역 릴레이 워크숍,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특강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오는 2월 26일 예술가의집에서 개최될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특강에서는 2명의 인사가 그간 국제적인 무대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오클랜드와 홍콩에 기반을 둔 미술시장 전문 온라인매체 『오쿨라(Ocula)』의 공동설립자 사이먼 피셔(Simon Fisher)는 지역 갤러리가 해외 아트페어와 매체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법을 전한다. 또한, 아시아 최고 아트페어로 우뚝 선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 아트 HK를 비롯해 아트 센트럴 홍콩, 아트 13 런던, 시드니 컨템포러리 등 유수의 아트페어를 공동 설립한 팀 에첼스(Tim Etchells)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붐, 그리고 소수 대형 아트페어가 주도하는 오늘날의 미술시장에서 각 아트페어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논한다. 대토론회 참가자 전원에게 무료로 증정했던 세계 아트페어 디렉토리 북 『World Art Fairs 150』 외에도 향후 총 5개의 심포지엄을 마무리한 뒤 주요 내용과 미술품 해외 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진행 과정을 정리한 자료집 『2015 미술 시장』, 오늘날 국내외 미술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종횡으로 점검하는 미술평론가들의 글로 구성된 단행본 『글로벌 아트마켓 크리틱』이 연이어 발간될 예정이다.

l 미술시장 각계각층 인사들 한자리에 모인 대토론회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의 포문을 연 서울 대토론회는 ‘한국 미술시장 전략과 글로벌 전략 도출’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대토론회에는 200여 명의 관객이 사전 신청해 조기 마감되었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1부는 정연심(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홍익대 교수)의 사회 아래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던 갤러리스트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미술이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거둔 성과를 공유하는 ‘사례 발표’로 구성됐다. 먼저 국내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 주최 사례로서 박우홍(한국화랑협회 회장, 동산방화랑 대표)이 한국국제아트페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박우홍 회장은 한국국제아트페어의 새로운 승부수로 APAGA(Asia Pacific Art Gallery Alliance)를 내세우며 아시아 미술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화랑 각계에서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재차 강조했다. “아시아 미술 시장에 독자성을 가지고 ‘원 아시아’를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 타이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중국, 호주, 홍콩 등이 회원국으로 있는 이 협력체는 2015년 2월 서울에서 시작돼, 5월에 홍콩, 7월에 호주, 10월에 타이완, 11월에 베이징에서 회의를 개최한 결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서 아트페어를 결성하려 합니다. 또한 작가와 미술계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레지던시를 서로 교환해서 각국의 젊은 유수한 작가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아시아 시장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이화익(이화익갤러리 대표)은 아부다비 아트와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등 해외 아트페어 참가 사례를 발표했는데, 지난 십여 년 동안 어려움 속에도 꾸준히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던 이유와 부스 도면 및 예산 내역 등을 공개해 해외 아트페어의 실제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해외 기관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변홍철(그레이월 대표)은 바자 아트 자카르타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급변하는 미술시장의 현장에서 보다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과 함께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매매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장에서는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2부는 사회자 최병식(경희대 교수)을 포함해 지난 1년간 심의를 맡았던 위원들을 중심으로 개별 발제와 지정 토론, 그리고 관객과의 종합 토론으로 이어졌다.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의 ‘미술시장 관련 정책 및 제도 그리고 현실적 대안 모색’을 시작으로, 심상용(동덕여대 교수)은 ‘누락된 핵심-시장에서 성공하는 작가가 아니라, 시장에 맞서는 작가를 길러야 한다’, 배혜경(크리스티 한국사무소 소장)은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한국미술’, 정종효(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는 ‘아트페어의 운영과 전략’을 주제로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춰 발제를 했다. 이어서 김동현(이화익갤러리 실장), 윤태건(더톤 대표), 강효주(필립강갤러리 대표), 이승민(스페이스비엠 대표)이 지정 질의를 맡았다. 이날 대토론회의 백미는 후반부의 종합토론이었다. 앞서 패널들에게 10~20분 내외로 발표할 것을 사전 양해를 구하고 긴박하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 시간이 예정보다 1시간 반 이상 초과할 정도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단 한 번의 토론회로 미술시장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패널과 관객 구분 없이, 창작-비평-제도-정책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진단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일차적 목표를 이룬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은향 과장은 “한국 미술시장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서 얘기를 들으니 제가 2003년도에 콘텐츠 산업을 담당했던 당시 한창 한류 초창기에 우리나라 콘텐츠들을 해외에 내보내기 위해서 전략을 짰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오늘 주요 이슈로 다뤄진 세제와 관련해서는 매년 정부 부처 간에 협의가 있을 때마다 형평성의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어지면서, 수용이 잘 안 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걸 뒤집어 놓고 보면 이 속에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전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좋은 해외 사례를 열심히 찾아보고 이것이 한국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이유를 찾아내면, 충분히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라며 대토론회를 마무리했다.

l 미술 시장을 둘러싼 뜨거운 이슈들

대토론회에서는 해외 아트페어 진출 활성화뿐만 아니라 미술품 거래정보 제공시스템, 중저가시장 육성, 공공미술 활성화, 미술은행 법인화, 기부 제도 및 세제 개선과 작가 세제 혜택 등의 다양한 이슈가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 가뭄에 단비 같은 단색화의 약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관객석에서 한 작가는 과연 단색화가 해외에서 제대로 이해를 받고 인기를 얻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배혜경 소장은 “작금의 미술계는 미술시장에서 먼저 뜨고, 그다음에 미술관 전시를 비롯한 비평적 학술적 접근이 병행되어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연구가 같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단색화 역시 버블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외국에서 먼저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우리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라며 미술시장의 발전에 있어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우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온 홍콩은 영어 소통과 관세 혜택 등의 실질적인 측면에서 훨씬 국제 시장에 수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홍콩 출신의 작가층은 그리 두텁지 않다. 한국 미술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우리 작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팔리는 작가’와 ‘안 팔리는 작가’가 이분화되는 것을 당연한 시장경제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이렇게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미술시장에 있어서 과연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지, 혹은 생존의 기로에 선 화랑들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외침까지… 토론회 내내 분분한 의견이 오갔지만, 결국 미술시장은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에는 이견이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나 돈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장) 관계였기 때문이다.


  •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의 첫 프로그램 서울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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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