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포커스

2015 아시아프로듀서플랫폼캠프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PP)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통해 2013년도에 시작한 아시아 공연예술 프로듀서들의 플랫폼이다.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창의적인 제작 활동을 확대하고, 이종문화활동을 개발하며 국내 및 아시아의 창의적 리더 개발을 목적으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에 관한 컨퍼런스를 처음 열었으며, 2014년부터 매해 아시아 도시를 돌며 아시아프로듀서플랫폼캠프(APP CAMP)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은 서울, 2015년에는 대만의 이란과 타이베이에서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한국, 대만,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중국,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40여 명의 프로듀서가 참가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도쿄, 2017년에는 멜버른에서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유쾌한 예술 연대를 꿈꾸며

최순화 (독립기획자)
  • APP CAMP
    APP CAMP


l 신규 멤버가 되어 대만 APP 캠프에 참가하다

아시아 프로듀서스 플랫폼(이하 APP 캠프), 올해 2년 차 캠프가 대만에서 일주일간 진행되었고, 여기에 새로운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태국에서 2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시차 적응을 하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프로그래머로 합류하고, 한국과 태국 국제교류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빠르게 변해버린 서울의 문화예술계를 느릿느릿 업데이트했고, 주변에서부터 조금씩 촉수를 세워나가는 중이었다.

올해 곁에서 지켜본 서울프린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오랫동안 서울프린지의 상징적인 거점이었던 홍대앞에서 완전히 철수해 월드컵경기장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낯선 조합이었지만, 대체로 과감한 결단을 환영하고 응원했으며 기대를 가졌다. 예술가들은 예술가 레지던스인 프린지 빌리지를 맘껏 활용했고, 마이크로 포럼을 통해 함께 생각을 공유했으며,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했다. 예리하고 성실한 기록자들에 의해 수많은 이야기와 비평은 또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연대와 집단지성은 창작 스튜디오, 예술가 레지던스, 독립예술웹진의 플랫폼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궁리, 예술을 위해, 예술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방콕의 한국문화원에 있었던 2년여의 시간도 태국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한국과 태국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남아시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고,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토양도 풍부하다. 그러나 현대 공연예술 씬이나 연극계는 규모가 크지 않고 국가의 지원도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매우 치열하게 열심히 작업하고, 예술가들의 연대와 국제교류도 활발하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할 수 있을까?

APP 캠프의 미덕은 일의 현장을 만나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멤버십을 구축해나간다는 것이다. 일주일간 진행된 APP 캠프에 참여하면서는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이라는 각각의 무게가 큰 세 개의 키워드를 대만의 예술현장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기획자들은 예술가와 어떻게 작업하는가, 예술가는 어떻게 연대하는가. 대만은 10년 전 리서치를 위해 방문한 이후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도시재생의 화두로 트레저빌리지와 화샹문화지구가 막 개발을 시작하던 때였고, 굴링실험극장과 타이베이아티스트빌리지에서 한국과의 교류를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후 몇 번의 직접적인 교류 프로젝트가 진행되긴 했지만, 깊이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APP 캠프를 통해 현장을 직접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약 40여 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해 일주일간 진행된 캠프는 현장답사와 포럼, 토론, 그룹 리서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현장답사를 통해 정부에서 조성 중인 대형 공연장들을 볼 수 있었다. 2016/2017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대만연극센터(Xiqu Center of Taiwan)와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Taipei Performing Arts Center), 그리고 가오슝시에 건립 중인 국립가오슝예술센터(National Kaohsiung Center for the Arts)가 그것으로, 현대식 설비를 갖춘 대규모 극장과 실험극장을 포함한 공간들이다. 전통의 현대화 또는 컨템포러리와 융복합 작업에 대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관객에 대한 부분도 큰 과제로 보인다. 타이베이시를 벗어나 이란시에 자리한 퍼펫&더블씨어터의 삶과 일에 대한 균형과 철학은 공연창작집단 뛰다를 연상시켰고, 대만의 클라우드게이트 무용단이 올해 새로 개관한 극장도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극장이 화재로 전소하고서 순전히 시민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극장의 건물 벽에는 후원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l 예술가의 집은 어디인가

APP 캠프 참여자들은 캠프에서 하이라이트는 그룹 리서치였다고들 말한다. 사회와 예술생태계에서 그들의 역할을 생각해보면서, 좌표 안에 흩어져 있을 예술가의 현장이 궁금해졌다. 그룹 리서치는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룹 리서치를 위해 캠프 참여자들의 관심사를 모아 대안공간, 창작공간,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사운드 아트, 정치와 젠더 이슈 등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예술가를 찾아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각의 리서치 그룹에는 대만 참여자들이 길잡이 역할을 해, 꼼꼼한 준비로 대상을 선정하고 한 주제 안에서도 다양한 레이어를 가진 예술가들과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창작공간(Creator's Home)"이라는 주제로 리서치를 진행한 우리 팀은 대만, 홍콩, 일본, 호주/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의 참여자로 구성되었고, 다섯 개의 단체를 방문했다.

독립제작 시스템의 소규모 무용단인 T.T.C 댄스 컴퍼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영아티스트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며, 국제 댄스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인 ‘댄스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세익스피어스 와일드 씨어터그룹(Shakespeare's Wild Sisters Group)은 여섯 개 극단이 함께 공간을 나눠 쓰다가 독립적인 공간을 조성하게 되었으며, 그 공간은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장소 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와 사무공간, 소품은 외부와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만의 공간이 생기면서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발견했고,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면서 이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사무실 한켠에 가지런하게 정돈된 빼곡한 서류파일과 20주년 기념책자 속에서, 프로덕션 시스템을 갖추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춘 중견 극단의 지난 분투를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이 극단은 공간조성에 시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정부의 유휴공간들이 좀 더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열렸으면 하는 소망을 내비친다.
타이유엔 퍼펫씨어터컴퍼니(Taiyuan Puppet Theatre Company)는 인형박물관과 70석의 낫또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역사보존 지역의 오래된 건물을 정부에서 공간조성 지원비를 받아 건립했다. 대만 및 아시아의 1천여 점의 인형을 소장하고 있고, 현대적인 인형도 제작한다. 인형을 매개로 해외협력을 통해 공연과 전시, 제작,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형극단과 함께 구도심인 따따오청구에 위치한 씽커스씨어터(Thinker's Theatre)는 2013년에 극단과 공간이 함께 시작된 곳으로, 층고가 높은 건물에 아름답게 조성된 공간이다. 디자인, 필름,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섯 명의 예술가가 주축이 되어, 공간을 중심으로 영제너레이션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을 위해 블랙박스는 지양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이곳은 공연뿐만 아니라 상영, 댄스,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구도심인 따따오청은 강변에 자리해 1920년대까지만 해도 비즈니스의 거점이었던 곳으로, 문화도 융성했다고 한다.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구도심은 쇠락해갔고, 커뮤니티도 망가졌다. 이후 저렴한 임대료로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씽커스씨어터는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10월에, 한 달간에 걸쳐 ‘Roaring Era of Tua-Tiu-Tiann : 1920s-2020s’라는 주제로 따따오청 국제예술제(Tua-Tiu-Tiann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를 개최했다. 지역 예술가와 협력하고 지역과 벽을 허물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예술축제를 연 것이다. 문화공간과 갤러리, 카페, 거리에서 공연과 전시, 토크, 이벤트 등이 열렸다. 특히, 토크 베틀 ‘도전’에 참여한 타이베이예술제 감독과 타이베이프린지페스티벌 감독의 빅매치가 인상적으로 들렸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리전린 댄스컴퍼니(Legend Lin Dance Company)는 1995년에 창단한 예술단체로, ‘자연’에 대한 각성을 일깨우며 시각적 미학과 정교하고 느린 움직임으로 원초적이고 강렬한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인터뷰하는 내내 우리는 정갈하고 가지런히 준비된 찻잔에 열 잔도 넘는 차를 마시며 덩달아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어느새 예술가의 호흡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리서치를 마무리하면서, 예술생태계에서 독립예술공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창작자의 집(Creator's Home)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가 자신의 집, 더 넓어진 독립공간에서 찾은 가능성들, 예술가들의 이웃, 예술가를 둘러싼 환경 등 공간(space)은 예술가 각자가 만들어내는 분위기(atmosphere)와 이웃(neighborhood)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정리했다. 다른 그룹의 리서치 발표에서도 대만 독립예술현장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는데, 독립예술공간은 예술생태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중요한 교류와 연대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예술가들의 ‘저스트 두잇’과 리서치 참여자들의 ‘저스트 두잇’을 함께 보았고,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이들을 추동하는 강력한 동력임을 느꼈다.  

l “프로듀서가 플랫폼이다” 학습과 실천의 공동체로 시작하기

이 말은 APP 캠프 이후 한국 참여자들이 마련한 공유회의 타이틀이다. 캠프 기간에는 빼곡하게 짜여진 일정과 수많은 정보를 쫒아가기도 바빴는데, 한국 참여자들과 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회를 준비하면서 좀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아시아와 프로듀서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함께 협력하고 성장하는 실천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은 함께 풀어나갈 과제이며, 그 걸음을 떼고 있다.
캠프를 통해, 그룹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프로듀서 네트워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게는 APP의 활동과 정보를 각자 나라에서 개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부터 온라인 DB를 구축하는 것,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작은 일부터 함께 시도해보는 것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여기에는 예술가와 프로듀서의 레지던스도 포함된다.
개인적으로는 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국제교류를 지속해나가면서 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 독립예술 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등을 프로듀서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풀어보고 싶다.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