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l 2015 창작오페라 발굴의 시작

지난 1월 2일 공모 접수를 시작으로 진행된 오페라 창작산실 시범공연 지원 사업이 6월 9일 2차 최종 심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심의 기간만 장장 5개월. 반 년 가까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범공연 지원 사업 진행 기간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사업 초기 미리 공지한 오페라 창작산실의 사업 목적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겠다. 이 사업은 우수 창작오페라 발굴과 전략적 지원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됐다. 감춰진 원석을 찾아 빛나는 보석이 되도록 돕고, 이를 통해 공연예술 분야의 창작의욕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지원 프로그램은 전방위적이다. 창작의 전 과정부터 공연예술 시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명실상부한 대표 공연 레퍼토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전년과 달라진 것은 지원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원석을 발굴’하는 심사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심사를 세분화해 1차 예비심사와 2차 최종심사를 치렀다. 단 한 차례 30분 공연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데다, 심사 대상자들에게는 수정·보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형식에도 변화를 주어 예비심사는 피아노 반주, 최종심사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진행되었다.

l 만반의 준비, 후회 없는 무대 위의 땀과 노력

올해 심사에서는 ‘구리시오페라단’, ‘뉴서울오페라단’, ‘빛소리오페라단’, ‘호남오페라단’, ‘미호’ 등 총 5개 단체가 경쟁을 벌였다. 이 중 ‘미호’는 2014년도 음악 공모에 선정되어 자동으로 참가 자격을 획득했다. 또 지난해에 지원했던 단체가 다시 지원하기도 했는데, 대대적인 수정보완을 거쳐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은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이들 5개 단체 중 단 1개 단체를 우수작품 제작 지원 단체로 선정해야 했다. 특히 올해 심사에서는 음악적인 부분의 완성도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폈다.

1차 예비 심사는 시범공연 지원사업 단체 선정이 끝난 후 약 한 달의 시간을 두고 진행됐다. 피아노 반주만으로 진행한 심사는 주로 주역 배우들로 구성하고, 의상 및 연출은 배제하도록 했다. 참가 단체들은 각각 3시간씩 무대 리허설을 진행한 뒤 30분간의 실연을 펼쳤다. 아울러 각 단체의 공연이 끝난 뒤 심의위원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고, 심의위원들은 예비심사라는 점을 고려해 평가보다는 조언을 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1차 예비심사가 끝나고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2차 실연 심사가 진행됐다. 참가단체들은 그 기간 동안 1차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자체적인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쳤다.
오케스트라 반주로 진행되는 2차 실연심사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오케스트라 선정 또한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참여 단체들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오케스트라가 선정된 뒤 5개 단체에게 연습시간 각 300분, 무대 리허설 시간 60분씩이 주어졌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쳤지만 최종 심사 당일의 분주함과 긴장감은 여전했다. 특히 참가 단체들의 형편은 더 했다. 당초 예비 심사 때에는 배제되었던 분장과 연출이 허용되면서 이른 시간부터 심사 준비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고, 최종 심사의 막이 올랐다. 오케스트라와 출연진, 심의위원 모두 무대에 집중했다. 30분의 타이머를 맞추고 시작된 무대는 말 그대로 열정의 무대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공연의 주요 내용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었다. 참가 단체들은 작품 연출에 공을 들이면서 각 공연이 갖고 있는 특색을 잘 살려주었다. 뉴서울오페라단의 ‘안중근’은 도시락과 태극기, 서순정 작곡가의 ‘미호’는 가면과 같이 독특한 소품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5개 단체의 공연은 그렇게 무사히 끝이 났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각 단체별 관계자 2명이 심의위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으며, 심의위원들은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l 도약을 위한 숨 돌리기

오페라 창작산실 지원 사업 심의는 이렇듯 장장 5개월간 진행됐지만 최종 결과는 ‘지원 대상 없음’이다.
이에 대해 심의위원들은 “시간이 걸리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한국 오페라계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으며, 특히 이번 심의 결과는 국내 창작오페라 제작 환경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향후 이 사업의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번 공모에 참여한 단체 모두에게 있어 지난 5개월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을 것이며, 그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오페라단과 작곡가 모두 ‘실패한 탈락자’가 아닌 ‘위대한 도전자’”라고 전했다.

이번 사업은 비록 지원 대상을 선정하지 못했지만 참가단체나 사업 주체 모두에게 그에 못지않은 값진 교훈을 남겼다. 우리 오페라계도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의 주체로서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