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예술과 사람

누군가의 과거가 아닌 스스로의 전혀 새로운 미래!
: 이승효 〈페스티벌 봄 2014〉 디렉터

김소연 (연극평론가)
  • 오프닝-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밤(박다함+루프트츠쿠)
    오프닝-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밤(박다함+루프트츠쿠)
  • Korean Refugees-Sales(차지량)
    Korean Refugees-Sales(차지량)
  • Ossi 전자부품 랩(송호준)
    Ossi 전자부품 랩(송호준)
  • 〈페스티벌 봄 2014〉
    〈페스티벌 봄 2014〉
    디렉터 이승효

지난해 여름 이승효 페스티벌 봄 신임 디렉터 발표는 깜짝 놀랄 뉴스였다. 김성희 디렉터가 아시아예술극장을 맡게 되면서 앞으로 이 축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2007년 스프링웨이브 그리고 이듬해 페스티벌 봄으로 다시 시작하여 6회에 이르기까지 김성희 디렉터가 거의 1인 체제로 축제를 이끌어온 데다가, 페스티벌 봄은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새로운 예술경향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왔다. 그만큼 페스티벌 봄과 김성희 디렉터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국내 손꼽히는 공연예술축제 예술감독을 예술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것도 20대 청년이 맡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것. 신임 예술감독의 등장도 페스티벌 봄이 보여주는 낯설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처럼 꼭 그러했다.

이승효 페스티벌 봄 디렉터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예술대학에서 예술환경창조를 전공했다. 스승인 이치무라 사치오 교수와의 인연으로 '페스티벌/도쿄' 아시아 프로젝트 부문 기획자, 요코하마의 소극장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 드라마투르그 등으로 일했다. 짧다면 짧은 경력이지만, 다원예술이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경향의 흐름에서는 알짜배기 엘리트 코스 출신이라 할 만하다. 이치무라 사치오 교수는 아트네트워크재팬 회장으로 페스티벌/도쿄 전신인 도쿄국제예술제부터 축제를 이끌어온 일본 예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프로듀서이다. 도쿄국제예술제가 2008년부터 ‘도쿄문화발신프로젝트’와 연계되면서 페스티벌 도쿄(F/T)로 확대될 때, 당시 서른세 살의 소마 치아키를 예술감독으로 강력하게 추천한 인사이기도 하다.

깜짝 놀랄 뉴스로 등장해서,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13일까지 서울, 부산, 요코하마에서 첫 번째 축제를 치른 이승효 페스티벌 봄 디렉터를 만났다.


Q. 축제 끝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


페스티벌/도쿄 한국 특집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부터 이치무라 사치오 씨가 디렉터로 복귀하여 새로운 체제로 돌입하면서 아시아 특집을 시리즈로 계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한국 특집이다. 또 요코하마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 재개관도 준비 중이다.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김황과 서현석의 초청공연, 일본 국내작가들의 신작 개발 등을 진행하다가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작년부터 1년 정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Q. 여전히 일본 활동이 적지 않다.


일본과 한국의 교류에 관심이 크다. 개인적 관심만이 아니라 페스티벌 봄 디렉팅에도 일본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


Q. 올해 페스티벌 봄은 서울, 부산, 요코하마 세 지역에서 열렸다. 페스티벌 봄의 규모로 보나, 또 올해 처음 페스티벌을 맡은 만큼 지역을 확대하는 게 무리수는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국제교류에서 작가들이 오가고 작품이 오가고 그런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제교류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작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피상적이다. 일본 관객들과 함께 일본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과 공연만 딱 떼어서 한국 무대에 올려놓고 보는 것은 작품에 대한 접근이나 이해가 다르다. 그 사회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오가는 게 필요하다. 지식인, 예술가들의 교류가 부족하다. 국제교류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국제교류 전문가랄까 특정한 분야, 특정한 인맥에 한정되는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은 일일생활권이 가능할 만큼 지리적으로 가깝다. 축제가 새로운 교류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페스티벌 봄 요코하마 프로그램들은 어땠나. 


공연보다는 토크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페스티벌 봄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한일 양국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는 송호준, 한윤형 등이 참여했다. 일본 쪽 파트너들도 공연 관계자라기보다는 요코하마 지역성이 강한 문화기획자들에 가까웠다. 반응은 뜨거웠다. 자기 지역에서 한국의 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하니까 관심이 높았다. 개별 작품,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보다는 “한국 사람들이 여기 와 있네.” 라는 반응이랄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초청 아티스트 외에도 한국에서 몇몇 분들이 관객으로 요코하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나 소식을 알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Q. 요코하마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무래도 서울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이 클 것 같다. 올해 축제의 관전 포인트에는 신임 예술감독의 디렉팅도 있었다. 과연 축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축제를 소개하는 글에서 “페스티벌 봄은 각자의 주관에 의해 만들어집니다.”라는 구절이 예사롭지 않게 읽혔다. ‘완성도 높은 아방가르드’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웃음)


그런 뜻은 아니었다. (웃음) 축제의 정체성, 방향성 흩트려놓기가 의도라면 의도다. 파편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다 다르게 그러나 분명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었다. 작품이 아니라 각각의 사람들을 프리젠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이라면 한국 사회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던져본다는 것이었다. 형식적, 예술적 방향성이 아니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최대한 넓게 펼쳐놓고자 했다.


Q. 자평한다면? 프로그램에 대해 당황스럽다, 실망했다는 반응도 있다.


어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페스티벌 봄은 패셔니스타의 옷장을 열어보는 것 같았다, 어떤 옷은 너무 튀고 이상해 보여도 패셔니스타니까 하면서 이해하게 되는 게 있었는데 이번 페스티벌은 좀 당황스럽다고 하더라. (웃음) 지금은 페스티벌을 묶어내는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레퍼런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맥락에서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어떤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 때 그 새로움을 서양의 다른 작품과 병치해서 읽는다. 한국의 미래이지만 누군가의 과거에 갇히게 된다. 오카다 토시키는 일본의 미래이지만 서양의 과거는 아니다. 미얀마의 모삿이나 중국의 리닝은 그런 맥락에서 프로그래밍 했다. 이들은 자기 사회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물론 해외 작품 프로그래밍은 꼭 이러한 방식으로만 접근한 것은 아니다. 페스티벌에서 해외 작품의 역할은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롭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Q. 오프닝 작이었던 〈투표는 진행중입니다〉는 흥미로웠다. 국내작에서 작품에 대한 호오나 평가는 엇갈리기 마련인데, 아직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움 등도 보였지만 페스티벌 봄의 이전 작품들보다 한국사회에 좀 더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문제의식들이 좀 더 정치하게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차지량이나 송호준 등 이들이 페스티벌에서 발표한 작품이나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작가들은 분명한 자기 목소리가 있다.


Q. 운영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주변에서 패키지 티켓이 없었던 걸 많이 아쉬워했다. 이전에도 페스티벌 봄에 소개되는 작가나 작품은 몇몇을 빼면 거의 생소했다. 패키지 티켓은 생소한 작가나 작품도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꼭 보고 싶은 작품에 생소한 작품을 끼워 넣는 거다. (웃음) 때로는 ‘정말 낯설다’에 그치기도 하지만 의외의 작가나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페스티벌 봄에서 패키지 티켓은 할인제도가 아니다. (웃음)


운영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패키지 티켓은 프로그램 구축이 안 돼서 운영을 못했다. 축제를 준비할 시간이 워낙 짧았던 것도 아쉽다. 국제교류 경험이 있는 기획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앞으로 기획자 양성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페스티벌 지역을 확장하면서 느낀 건, 중간매개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을 통역하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통역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요코하마 프로그램도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싶었다. 


Q. 또 하나의 아쉬움은 페스티벌 봄은 예술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많은데, 여전히 예술계 안에서만 반응이나 논의가 맴돈다는 것이다. 올해 페스티벌을 보면 예술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관객층도 예술계를 넘어 넓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번 축제를 마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개막작 〈투표는 진행중입니다〉는 예술계 밖의 지식인들을 더 끌어들여서 다양한 논의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기도 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임을 느꼈다. 요코하마에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했다.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 투표는 진행중입니다(로제 베르나트)
    투표는 진행중입니다(로제 베르나트)
    (사진: Festival Bo:m 2014)
  • 로베르트 후댕, 디렉션(이은결)
    로베르트 후댕, 디렉션(이은결)





[기사입력 :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