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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의
휴고 드 그리프 인터뷰

김인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의 휴고 드 그리프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의 휴고 드 그리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젊음’이란 단어에 우리는 패기와 도전, 실험정신을 떠올린다. 이러한 정신으로 뭉친 세계 20개국의 축제기획자 약 40여 명이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Atelier for Young Festival Managers)’를 위해 지난 8월 31일부터 7일간 광주에 모였다.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는 유럽페스티벌연합(European Festival Association, 이하 EFA)이 운영하는 페스티벌 아카데미(The Festival Academy)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일 년에 두 차례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열린다. 2006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 동안 영국(에든버러 국제연극제 주관), 폴란드(말타 페스티벌 주관) 등 전 세계 8개국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광주는 싱가포르(2011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행사를 개최하는 도시로 전남대학교와 아시아문화개발원 주관 아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랑스문화원, 독일문화원, 영국문화원, 일본국제교류기금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광주 행사에는 아들레이드/멜버른 아트 페스티벌(Adelaide/Melbourne Arts Festival) 전 예술감독 로빈 아처(Robyn Archer), 트랜스아메리카 페스티벌(Festival TransAmeriques) 전 예술감독 마리 헬렌 팔콩(Marie-Helene Falcon),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전 예술감독 치아키 소마(Chiaki Soma) 등 저명한 기획자들이 멘토와 강연자가 되어 오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축제의 핵심요소인 예술과 예술가에 초점을 두고, 축제 기획과 경영 전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류하는 장인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General Coordinator)인 휴고 드 그리프(Hugo de Greef)를 만나 그의 철학과 축제 기획·경영,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국의 축제기획자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이하, 아틀리에)’의 취지와 배경 그리고 역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아틀리에는 EFA가 기획한 프로그램 중 가장 야심찬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EFA는 현재 유럽을 넘어 전 세계 40개국을 주축으로 200여 개의 다양한 축제를 잇는 국제 페스티벌 연합체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문화 네트워크로, 축제를 통한 협업, 아이디어 공유, 창의적 발상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축제의 의의와 사회적 기능과 역할 확장을 도모하는 국제적 연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FA의 시초는 철학자 드니 드 루즈몽(Denis de Rougemont)의 비전 아래 195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15개 축제들의 연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의 유럽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문화적 시도를 모색하고 있었고,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스위스에서 조직이 결성되었다가 후에 벨기에로 본부를 이전했습니다. 저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977년부터 축제기획자로 활동해 오다가, 2002년부터 EFA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현재 아틀리에를 포함한 EFA의 페스티벌 아카데미 총괄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아틀리에는 EFA가 축제기획자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페스티벌 아카데미의 가장 대표적인 핵심 프로그램으로 2006년부터 시작하여 유럽의 주요도시 등에서 일 년에 두 번 개최되었는데, 2011년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이후 광주가 아시아에서 아틀리에를 주관하는 두 번째 도시입니다. 아틀리에는 세계의 젊은 축제기획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전략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명한 기획자들의 강연을 통해 젊은 기획자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죠. 이를 위해 총 7일간 한 도시에 모여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아틀리에에 대한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어서, 참가를 희망하는 지원자의 숫자는 매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Q. 자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젊은 축제기획자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프로그램이군요. 그렇다면 지원자 중에서 참가자를 선발하는 일도 무척 섬세한 작업일 듯합니다. 참가자를 선발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시나요?

아틀리에의 기본 방향은 젊은 축제기획자들의 역량 강화지만, 전통적인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실무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토론과 함께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축제기획자로서 경험이 어느 정도 있고, 축제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예술적 기능을 이해하고 자신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우선 선발하고 있죠. 특히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이해를 겸비하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7일간의 프로그램 일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계적으로 저명한 축제기획·경영 전문가들의 강연과 토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강연, 워크숍, 세미나 등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열정과 함께 아틀리에의 취지에 맞는 일정 수준의 역량과 경험을 선발 조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틀리에 프로그램은 일 년에 두 차례씩 세계의 도시를 돌며 개최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국제 행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축제 기획에 있어 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 다시 말하면, 축제가 열리는 도시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것이 축제기획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제 경험을 통해 알리기 위함이죠. 우리는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 많은 것을 토론하고 배우고 돌아갑니다. 내년에는 헝가리와 태국에서 아틀리에가 열리는데,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축제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더해 나가는 것이죠.

아틀리에에 참여를 희망하는 지원자 중 선발된 사람들은, 기획자로서 축제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함께 예술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 열정을 가진 자들입니다. 또한 지구촌 축제기획자 공동체의 멤버로서 아틀리에 참여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 기획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를 위해 아틀리에의 취지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Q. 약 40년간을 축제기획자로, 현재는 젊은 기획자들의 역량 강화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지금껏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양은 정말 상상 이상의 것으로 생각됩니다. 축제의 핵심역할과 좋은 축제를 담보하는 주요한 요소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좋은 축제를 담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는 수준 높은 양질의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예술가와의 협업은 무척 중요하죠. 그렇지만 좋은 축제를 만드는 것이 오직 예술적 감수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축제기획자는 반드시 축제가 열리는 장소적 특수성, 즉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축제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어내죠. 예를 들어서 아비뇽과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고 있고 수준 높은 공연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적이지만, 각각의 페스티벌에서 시연되는 공연들은 무척 다릅니다. 즉 맥락의 차이를 통해 축제의 정체성이 구축되고 이것이 축제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 핵심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축제의 핵심역할은 지역공동체의 정신을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나누고 공유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축제를 통해 지역에 대한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점을 나누기도 하고,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기도 합니다. 축제에서는 실험정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은 정형화 되어있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마음껏 소통할 수 있죠.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훌륭한 축제기획자의 역량이기도 하구요.

Q. 현재 한국은 축제 과다현상에 직면해 있습니다. 문제는 축제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 행사로 전락해 버리는 현상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이 지자체의 과다경쟁에 의한 현상이기도 한데요, 현 문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각 지역사회가 직면한 환경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죠. 중요한 것은 축제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지역민 그리고 지자체, 정부기관 및 타 민간기관과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의 경우 특히 도시의 이미지와 마케팅, 외부 관광객을 통해 올릴 수 있는 다양한 효과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정말 그것밖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겠죠. 이렇다 보니 일회성 지원에만 그치게 되고, 장기적인 실험들을 통해 일궈낼 수 있는 다양한 성과에 대한 비전과 논의는 부재하게 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축제의 재정적 안정과 확충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마도 우리 아틀리에 프로그램의 반 이상은 재정에 관한 토론과 강의일 것입니다. 축제기획자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경영자이어야 합니다. 펀드레이징을 통한 민간기관과 개인의 후원, 정치인들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정책적 흐름과 사회적 환경을 읽어내는 안목도 중요하겠죠.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획자로서 철학과 열정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고, 전문적 지식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계속해서 발전시키지 않으면 일궈낼 수 없는 성과이기도 하죠.

Q. 단연 축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생태계 전반에서 기획자에게 경영적 비전과 마인드는 매우 중요한 역량과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축제기획자의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문화매개자로서 이들이 미래의 꿈을 이루는 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훌륭한 축제기획자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훌륭한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경영적 지식과 전략에 관한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산, 인적자원, 마케팅, 시장조사전략, 펀드레이징, 커뮤니케이션 등을 포함하여, 문서처리와 글을 쓰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또한 예술적 동향과 시대적 흐름을 읽는 감각도 중요합니다. 특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축제가 무용, 뮤지컬, 연극과 같은 장르적 특수성이 있다면 그 장르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며 어떠한 담론과 여론이 형성되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리더십과 네트워크 역량개발도 매우 중요합니다. 타인을 설득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자세와 기술은 축제기획자에게 필수입니다. 따라서 경청하는 자세와 태도를 배우고, 리더십을 적절한 시기에 발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건이 된다면, 다양한 축제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해외에 나가서 다양한 축제를 경험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축제기획은 제한된 공간에서 혼자 책으로 절대 배울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고 즐겨봐야 합니다. 그러한 산지식과 경험이 기획자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젊은 축제기획자를 위한 아틀리에’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아틀리에 광주

휴고 드 그리프(Hugo De Greef) (페스티벌 아카데미 기획자)

아틀리에 광주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번째 행사로 2011년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와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아틀리에 광주에는 20개국 출신 35명의 페스티벌 기획자가 참여했다. 행사 기간 중 참가자들은 페스티벌 프로그래밍 기술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 유명 페스티벌 디렉터와 함께 작업하며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자극과 격려를 받았다.
멘토 및 강연자는 로빈 아처(Robyn Archer, 호주 멜버른 겨울 빛 페스티벌 예술 감독, 호주 예술위원회 부위원장, 퀸즐랜드 골드코스트 시 아트 앤 컬처 부문 전략 자문위원, 유러피언 하우스 포 컬처 회원), 마리-엘렌 팔콘(Marie-Hélène Falcon, 캐나다 페스티벌 트란아메리크 몬트리올 전 감독), 넬레 헤르틀링(Nele Hertling, 독일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 전 부총장, 전략기획 그룹 ‘A Soul for Europe’ 회원, 헤벨 극장 전 감독), 김성희(한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예술감독), 치아키 소마(일본 아트 도쿄 커먼즈 아트 프로듀서 및 대표 디렉터, 도쿄 페스티벌 전 예술감독), 모니크 보떼(Monique Veaute, 로마유로파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참가하였다.
아틀리에 광주의 파트너 기관은 전남대학교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올해 참가자들이 한국의 문화예술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전남대학교는 1952년 창립 이래, 한국사에서 정의와 인권 수호를 위해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광주 도심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예산과 예술 비전, 공간 규모 면에서 야심 찬 아트 프로젝트로 올해 출범하였다.
총 33개의 위촉, 공동제작 및 초청작으로 구성된 3주간의 개관 페스티벌 일정에 맞춰 아틀리에 광주를 개최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이번 아틀리에 광주 참가자들은 페스티벌 기획의 예술적 측면과 예술적 비전, 정치 및 사회적 책임, 세계화, 네트워킹, 복원 및 지속가능성 등의 이슈에 대해 경험과 의견을 나누었으며, 광주 일원 현장에서 주요 문화예술인과 만나고, 운주사, 역사문화마을 양림동 등의 문화 명소를 방문했다. 또한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 공연에 참석하여 참여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보고 페스티벌을 어떻게 주관했는지에 대해 현장에서 기획자 및 관객의 양쪽 입장에서 페스티벌을 경험했다.


  • 아틀리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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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14]